돈 벌어야지요. 길게~

선생님은 돈이 많으신가요? 저는 지금까지 이 나이 먹도록 모아 놓은 돈이 없어요. 여전히 대출을 갚고 있고 저축은 꿈도 못 꾸며(남편은 대출 갚는 것이 저축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돈을 버는 족족 쓰느라 바빴으니 돈이 모일리가 없었어요.

더군다나 몇 년 전에 주식으로 손해 보고 또 몇 년 전에 고점에 산 아파트를 저점에 팔아 몇 천만 원 손해를 보았다. 그러니 내 통장은 잔고가 늘 '0'원입니다.

그런데도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맛있는 거 다 사 먹고, 좋다는 곳은 다 놀러 다니며 종종 문화생활도 즐기며 살았어요. 그렇게 살며 교사라는 나의 직업에 만족하고 삶을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교사라는 직업이 정말 싫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하나로마트를 갔다 온 날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된장찌개에 넣으려고 호박을 집었는데 한 개에 3,000원이 넘는 가격표를 보고 '물가가 많이 올랐네.' 누구나 아는 말을 쓸데없이 내뱉으며 호박을 내려놓았습니다.(저의 모습을 옆에서 보던 남편은 또 '풋'하고 실소를...)

남편은 호박을 넣어야 맛있다고 사자고 했지만 호박전도 아니고 된장찌개에 넣을 용으로 사는 것은 과하다고 못 사게 했지요. 대신에 자신의 몸값을 겸손하게 낮춘 팽이버섯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마다 먹는 주스에 넣을 사과를 사려고 로컬푸드 코너에 갔어요. 그런데 한 봉지에 만 오천 원 정도 하는(대략 사과 한 알에 2,500원 꼴)갸격을 보니 한숨이 나왔지요. 꽤 비싼 가격에 살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잘 먹고 건강한 것이 병원비 줄이는 거다.'라며 애써 타당성을 부여한 후에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그동안 먹고 싶은 과일은 먹으며 살았는데 이제는 호박 하나, 사과 하나 사는 것에 주저하는 저의 모습에 헛웃음이 났습니다. 돈을 못 모은 나를 반성하기보다 작고 소박한 저의 월급에 짜증이 났거든요. 물가는 미친듯이 오르는데 제 월급은 쥐꼬리만큼 오르니 살 수가 있어야지요.

그날 이후로 저는 교사를 그만두고 제가 할 수 있는 직업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이왕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으로!요.


주변에 과외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월 천을 번다고 해요. '그래? 나는 초등이니까 과외보다는 공부방? 한 수업에 10명이면? 하루에 수업 5개를 개설해도 월 천이 안 되는데... 돈 더 벌 수 있는 일은 뭐가 있나?

요즘에는 아이들이 책을 안 읽어 책 읽는 학원에 애들이 북적북적하다는데 책 읽는 학원을 해 볼까?'

일주일에 세 번하고 수강료를 한 달에 20만 원 받으니 60명이면 천 이백만 원이에요. 상가에 월세로 들어가서 월세로 150만 원을 내고 보조강사 월급 나가는 거 빼면 얼추 천만 원이 됩니다.

교사를 그만두고 학원강사로의 도전을 할까 싶어 직장 동료교사와 의논도 하고 아들이 다니는 학원 원장님한테도 물어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 보았어요.

그런데 계산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머릿수를 돈으로 환산하는 저의 모습이 참 징그러워졌습니다. 그리고 방학의 달콤함을 포기하기에는 그보다 더 꿀 같은 날들은 없을 것 같아서 포기가 쉽게 되지 않았어요. 더욱이 옆에서 교사 그만두는 것을 극구 말리는 남편 덕(?)에 여전히 교사를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긴 남편이 말렸든 말리지 않았든 저도 확 내지르기에는 겁이 좀 나기도 했어요. 그럼 이제는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내가 나의 직업을 혐오하며 우울하게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에요.

자, 우리 교사라는 직업의 장점을 알아보기로 해요.

1. 매 달 제 날짜에 월급이 들어온다.(비록 돈이 통장에 스쳐갈지라도)

2. 방학이 있어서 재충전의 시간이 있다.(이런 말이 있지요. 아이들이 폭동 할 때쯤 방학이 오고 엄마들이 폭동 할 때쯤 개학이 온다고.)

3. 아이들과 있으면 즐겁다. 때로는 답답하거나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즐겁다. 아이들한테 얻는 기운과 에너지가 나를 힐링시켜 주기도 한다.

4. 급식이 맛있다. 물론 급식이 맛없는 학교도 있지만 내가 근무한 학교는 그런대로 맛있었다. 지금 다니는 학교는 진짜 맛있고!

5. 나만의 공간이 있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조용한 교실에서 다음 날 수업 준비도 하고 책도 읽고 연수도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집에 가면 가족을 챙기느라 늘 북적대니 나 혼자만의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

쓰고 보니 좋은 점이 많네요. 물론 단점도 있지만 이 많은 장점들로 단점을 상쇄시키며 즐겁게 다녀야 스트레스 안 받고 다닐 수 있겠지요.


episode1.

이번에 산 집도 얼마 안가 가격이 떨어졌다. 이번엔 오르거나 그래도 떨어지진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시댁에도 걱정말라고 큰소리 쳤는데 말이다. 어머니와 통화를 하다 집값 이야기가 나왔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께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확실한 어조로 말씀하셔다. "오로라야, 너는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 말아라."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님을 나만 빼고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깨달음을 받아 무릎을 탁 치며 맥주를 들이켰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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