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원비로 내 돈이 많이 나가기 시작했어요.

'000 학원 00 캠퍼스입니다. 5월 등록기간입니다. 000 사이트에서 결제 가능합니다.' 퇴근 준비를 하는데 아들이 다니는 수학 학원에서 문자가 왔어요. 매달 말에 학원비 결제 문자가 오는데 수학학원에서 문자가 왔으니 곧이어 영어학원, 논술학원 결제 문자도 줄줄이 올거예요.

아들은 영어학원, 수학학원, 논술학원을 각각 일주일에 세 번씩 가요. 아들이 1학년이었을 때는 태권도를 다녔는데 그때는 주 5일을 갔거든요. 그렇게 5일 내내 가도 태권도비는 12만 원에서 많게는 15만 원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다니는 학원은 주 3일만 가고 22~23만 원을 내니 참, 시세가 빠르게 변하고 물가도 빠르게 칫솟았어요. (물론 어떤 학원은 30만 원을 넘기도 해요. 서울에 있는 학원은 더 비싸겠지요.) 게다가 교재비는 별도로 내니 저의 월급에서 나가는 돈은 아이 학원비가 많이 차지해요.


아들은 5학년 2학기때부터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태권도와 피아노만 다니다가 공부하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것이지요. 때마침 책도 안 읽고 틈나면 핸드폰을 보려고 해서 책 읽는 학원도 보내기로 했어요. 거기에 일주일에 한 번 한자와 피아노 수업을 받아요.

그뿐인가요?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은 인터넷에서 킥이 잘 되는(그 축구화는 킥을 할 때 공이 미끄러지지 않는다나 뭐래나.) 축구화를 검색하여 저에게 보여주어요. 어느새 자라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검색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상품의 가치를 열심히 설명하는 아들이 기특하여 엄마의 마음으로 종종 사 주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축구만 하던 아들이 농구공을 알아보고 싶다고 하네요. 학교 친구들이 같이 농구를 하자고 했다면서요. 농구공을 사지는 않고 매장에 가서 튕겨보기만 하겠다는 아들의 말에 '그러마.'하고 따라나섰어요. 간만에 아울렛에 가서 눈호강도 좀 할겸해서요.

그런데 견물생심이라고, 몇 번 튕기더니 사고 싶은지 계속 농구공을 만지작거리네요. 남편은 얼마 안 갈 거라며 사주지 말라 했지만 농구를 하면 키가 클 거라는 저의 설득에 남편은 지갑을 열었어요. 그러자 아들은 평소에는 잘 말하지 않는 "엄마, 고마워, 사랑해."를 외치며 두 손으로 농구공을 고이 모시고 차에 탔지요.


자 이제 축구공, 농구공이 있으니 운동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운동복과 신발을 사 주어야 해요. 또, 때맞춰 봄가을에는 바람막이를 사주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가벼운 패딩을 알아서 장만해 주지요.

학원에 오가며 출출할 때 사 먹으라고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돈을 넣어줍니다. 어느 날은 아들이 기분내서 친구들한테 간식을 사 줬다고 해요. 그럼 또 구멍난 곳을 채워줘야지요. 어김없이 아들의 체크카드 내 돈을 입금합니다. 이렇게 저의 월급은 아들 수발비용으로 다 빠져나갑니다.

아들 하나 키우는데 돈이 이렇게 많이 드니 하나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때때로 주말에 나들이를 가고 문화예술체험이랍시고 마술공연이나 연극을 보러 가거나 워터파크를 가도 돈이 술술 나간다. 신발 신으면 돈 쓰러 나가는 겁니다. 먹고 체험하고 기념품 사고...그야말로 저의 통장은 텅장이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몹쓸 에미는 아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아까워하며 '저 돈이면 피부과에서 내 얼굴에 레이저를 할 수 있는데......', '저 돈이면 갖고 싶었던 반지를 살 수 있는데......', '학원을 보내지 말고 문제집 사서 풀라고 해 볼까?'

별의별 생각이 듭니다. 돈이 많다면야 아들이 갖고 싶다는 것도 펑펑 사 주고 제 것도 척척 살 텐데 말이에요.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 부부들의 큰 집이 부럽고 그들의 자녀가 다닌다는 국제학교며 대형학원이 눈에 밟히네요.

아휴. 바보상자가 여러 사람 망칩니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나는 나인데도 비교지옥에 빠다 나오기를 수십 번 합니다.

물가가 오르니 제가 다니는 미용실 펌, 커트 가격이, 필라테스 가격이, 커피 가격이 덩달아 올랐어요. 그런데 나의 월급만 안 올랐어요. (올해 2.5% 인상되었다고 하는데 돈으로 따지면 십만 원 정도 오른 셈이고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안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아이의 학원비로 돈이 나가는 것이 참 많이 아쉽네요. 그런데 아이가 학원을 안 다닌들 제가 돈을 모았을 것 같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른 집 아이들 다 학원을 다니고 우리 아이는 안 다닌다는 그 핑계로 '이것은 사도 돼.', '저것은 해도 돼.' 합리화하며 돈을 다른 데 썼을거예요. 그러니 오히려 학원에 보내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아이 학원비로 돈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 아이가 이제 컸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곧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 등록금을 보태주어야 할 날도 올거예요. 그때는 또 등록금에 비해 학원비는 소소한 금액이었다며 싼 등록금에 궁시렁대고 있을도 모르겠어요.

아이 학원비로 내 돈이 나가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를 위해 쓰는 돈을 줄여야겠어요. 그래야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하는 날이 왔을 때 모아 놓은 돈을 척하고 기쁘게 내 놓을 수 있겠지요.

오늘도 내 돈이 아들의 학원비로 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과 엄마로서 뒷바라지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는 양가적 감정으로 학원비를 결제합니다.


episode 1

"엄마, 브ㅇㅇ타ㅇ 하는데 아이템이 필요해. 공부 열심히 할테니까 나 크리스마스선물 미리 당겨서 이거 사주면 안돼?"

"크리스마스선물은 산타할아버가 주는 거라서 안돼."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은 더이상 산타를 믿지 않지만 나는 현질이라고 하는 그 게임 아이템을 사주기 싫다. 이것 저것 사주다 보니 게임아이템까지 사줘야 하는 부모라니!

일요일 연재
이전 06화돈 벌어야지요.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