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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초태양반오로라 Jun 09. 2024

아이 학원비로 내 돈이 나가기 시작했다.

 '000 학원 00 캠퍼스입니다. 5월 등록기간입니다. 000 사이트에서 결제 가능합니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아들이 다니는 수학 학원에서 문자가 왔다. 매달 말에 학원비 결제 문자가 오는데 수학학원에서 문자가 왔으니 곧이어 영어학원, 논술학원 결제 문자도 줄줄이 올 것이다.

  아들은 영어학원, 수학학원, 논술학원을 각각 일주일에 세 번씩 간다. 아들이 1학년이었을 때는 태권도를 다녔는데 그때는 주 5일을 갔다. 그렇게 5일 내내 가도 태권도비는 12만 원에서 많게는 15만 원이었다. 그런데 요즘 다니는 학원은 주 3일만 가 22~23만 원을 낸다. (물론 어떤 학원은 30만 원을 넘기도 한다.) 게다가 교재비는 별도로 낸다.


 아들은 5학년 2학기때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때마침 책도 안 읽고 틈나면 핸드폰을 보려고 해서  책 읽는 학원도 보내기로 했다. 거기에 일주일에 한 번 한자와 피아노 수업까지 받는다. 

 그뿐이랴,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은 인터넷에서 킥이 잘 되는(그 축구화는 킥을 할 때 공이  미끄러지지 않는다나 뭐래나.) 축구화를 검색하여 나에게 보여주었다. 어느새 자라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검색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상품의 가치를 열심히 설명하는 아들이 기특하여 엄마의 마음으로 사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축구만 하던 아들이 농구공을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농구공을 사지는 않고 매장에 가서 튕겨보기만 하자는 아들의 말에 '그러마.'하고 따라나섰다.

 그런데 견물생심이라고, 몇 번 튕기더니 사고 싶다며 간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남편은 얼마 안 갈 거라며 사주지 말라 했지농구를 하면 키가 클 거라는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카드를 긁었다.

 아들은 평소에 잘 말하지 않는 "엄마, 고마워, 사랑해."를 외치며 두 손으로 농구공을 모셨다.

   축구공, 농구공을 사 주면 그에 걸맞은 브랜드 운동복을 사 주고 브랜드 신발을 사 주어야 한다.    또, 때맞춰 가을에는 바람막이를 사주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가벼운 패딩을 알아서 장만해 준다. 학원에 오가며 출출할 때 사 먹으라고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돈을 넣어주고 아들이 기분내서 친구들한테 간식을 사 줬다고 하면 어김없이 아들의 체크카드 내 돈 채워 넣는다. 내 월급은 말 그대로 아들 수발비용으로 다 빠져나간다.


 아들 하나 키우는데 돈이 이렇게 많이 드니 하나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때때로 주말에 나들이를 가고 문화예술체험이랍시고 마술공연이나 연극을 보러 가거나 워터파크를 가도 먹고 놀고 체험하는 데 돈이 술술 나간다. 그야말로 내 통장은 텅장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몹쓸 에미는 아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아까워하며 '저 돈이면 피부과에서 내 얼굴에 레이저할 수 있는데......',  '저 돈이면 갖고 싶었던 반지를 살 수 있는데......', '학원을 보내지 말고 문제집 사서 풀라고 해 볼까?' 별의별 생각이 든다. 돈이 많다면야 아들이 갖고 싶다는 것도 펑펑 사 주고 내 것도 척척 살 텐데 말이다. 갑자기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 부부들  집이 부럽고 그들의 자녀가 다닌다는 국제학교며 외국유학이 눈에 밟힌다. 아휴. 바보상자가 여러 사람 망친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나는 나인데 비교지옥에 빠다 나오기를 수십 번 한다.

  물가가 오르니 내가 다니는 미용실 펌, 커트 가격오르고 필라테스 가격도 오르고 아들이 다니는 학원비도 올랐다. 내 월급만 제자리걸음이다.(올해 2.5% 인상되었다고 하는데 돈으로 따지면 십만 원 정도 오른 셈이다.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안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편으로 아이가 학원을 안 다녀도 돈을 모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른 집 아이들 다 학원을 니고 우리 아들은  다니니 그 핑계로 '이것은 사도 돼.', '이것은 해도 돼.' 합리화하며 여기저기에 돈을 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히려 학원에 보내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 수도 있겠다 싶다.

 아이 학원비로 돈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 아이가 이제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곧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 등록금을 보태주어야 할 날도 올 것이다. 그때는 또 등록금에 비해 학원비는 소소한 금액이었다며 싼 등록금에 시렁대고 있을도 모르겠다.

 아이 학원비로 내 돈이 나가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나를 위해 쓰는 돈을 줄여야겠다. 그래야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하는 날이 왔을 때 대출받지 않고 모은 돈을  내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내 돈이 아들의 학원비로 나가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마음과 엄마로서 뒷바라지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는 양가적 감정으로  학원비를 결제다. 하지만 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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