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어둠을 밝힌다.
그러나 그런 빛을 삼키는 어둠도 있다.
아주 커다랗고, 빛의 흔적조차 없애는 어둠.
그런 어둠이 내 안 깊은 곳에 숨어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너는 점점 나를 닮아갔다.
너의 얼굴에서 떠나가지 않던 미소가 사라졌고,
너의 곁을 환히 비추던 빛은 희미해져갔다.
나의 어둠이 너의 빛을 잠식해가고 있었던 거다.
하늘을 보며 아름답다고 하는 너는 온대간대 없다.
뛰노는 어린아이들을 봐도 즐거워하지 않는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이젠 더이상 나를 보고 웃지 않는다.
분명 나는 너의 빛을 따라가고자 했다.
너는 나를 고통에서 구원해줄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너가 내게 물들어 간 거야.
나에게 놓인 선택지는 단 하나밖에 없다.
너를 놓아주는 것.
꺼져가는 너를 살리려면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창밖엔 비가 떨어지고 있다.
창문을 두들기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는 너에게 다가가 절대 입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았던 말을 한다.
“그만하자 우리”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너.
한참을 가만히 있다 끝내 눈시울을 붉히고는
힘겹게 한 마디를 내뱉는다.
“…미안해“
그런 너의 눈물을 닦아주며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을 한다.
“어둠을 감당하지 못하는 빛이 있어.
나는 하필이면 빛을 삼키는 어둠을 갖고 있었던 거고, 너는 하필이면 그런 나를 만난 거야.“
목이 막힌다.
눈 앞이 일렁이며 너의 형태가 흐려진다.
“… 그러니 일이 이렇게 된 건..
순전히 내 탓이야. 결코 너의 빛이 약했던 게 아니야.”
너는 내 손을 한 번 꼭 잡아주고는
나를 지나쳐 세상 밖으로 향한다.
떠나는 너의 등에서 다시금 피어오르는 작은 빛.
그 빛을 보며 나는 작게 미소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