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삶은 (End)

by 서화


오늘도 비가 오고있다.

너와 처음 사랑에 빠지고 결국 끝을 냈던 그날처럼.


그때는 비가 시리도록 아프고 차가웠는데,

창문을 열고 손 한쪽을 비에 적셔보니까

신기하게도 비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하늘 틈 사이로 너와 닮은 빛도 새어나온다.


너도 지금 나와 같은 하늘을 보고있을까?


안녕 잘 지내?
너 없이 지낸지 벌써 1년이 흘렀네.

너가 떠난 반년은 사실 잘 기억이 안 나.
너가 보고싶어서 매일 울고 그러다 지쳐서
잠들고. 그냥 그런 하루가 반복됐던 거 같아.

그렇다고 너를 만나러 갈 자신은 없었어.
결국 너를 떠나보낸 건 나고 너에게
상처입힌 것도 나였으니까.

가끔 너가 보고싶으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하루종일 맞아.
포근하게 나를 감싸안아주는 빛이 너처럼
따뜻해서, 마치 너가 곁에 있는 거 같더라.

나 있지.
하루하루가 끔찍이도 외로워서
몇 번이고 다시 어둠 속에 숨어 살고싶었어.

그런데 너가 전에 그랬잖아.
마음에 어둠이 드리워졌을땐 빛을
피하는게 아니라 마주해야한다고.
그러면 어느덧 나를 끔찍이 괴롭혔던 어둠은
사라지고 빛이 나를 가득채울 거라고.

어둠 속에 숨고싶을 때면
너의 말이 자꾸 떠오르는 거 있지.
그래서 괴로울 때마다 커튼을 활짝 열고
방을 환히 밝혔어. 일부러 바깥에 나가서
햇빛도 쬐고, 사람도 만나서 하루종일 웃고
오기도 하고. 그렇게 하니까 정말 조금씩
괜찮아지더라.

너가 아니었으면 나는 아마 평생
어둠 속에 갇혀 살았겠지.
너 없는 하루는 여전히 힘들고
너가 너무나도 그립지만 그래도
전처럼 숨지 않을게.

너가 알려준대로 세상의 빛을
똑바로 마주하며 살아볼게.


비가 그치기를 몇시간이고 기다렸지만

비는 멈출 줄을 모르고 계속 내린다.

하는 수 없이 현관에 놓인 우산을 들고

문 밖을 나선다.


우산을 펼치고 길을 걸으려는 순간,

갑작스레 비가 그치고 하늘에서 먹구름이 사라진다.

머리 위엔 맑고 파란 하늘과 눈부시게 빛을 쏟아내는 해가 보인다.


햇빛에서 작은 빛들이 떨어져나온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들을 따라오라는 듯이

눈 앞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한곳을 향해 나아간다.


빛이 가는 곳에는 환한 무언가가 있다.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이 빛나는,

아주 그리워했던 무언가가.


나는 펼쳤던 우산을 접고 활짝 웃으며 빛을 향해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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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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