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자몽살구클럽 소설책을 읽고 소설에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여 쓴 글입니다*
딩동댕동
마지막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함께 부리나케 교실 밖을 나서는 아이들. 나도 아이들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지만 이내 몸을 돌려 4층으로 올라간다. 오늘은 화요일, 자몽살구클럽이 모이지 않는 날인 걸 안다. 하지만 몸은 그걸 인정하지 않듯 멋대로 음악실에 가고 있다.
음악실 창문 넘어를 흘끗 바라본다. 아무도 없는 거 같다. 혹여나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어서 보지 못한 걸까봐 문을 열고 음악실을 기웃거려봤지만, 그 누구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아쉬움 섞인 한숨을 내쉬곤 이내 학교 밖을 나선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가방 탓일까 발걸음이 자꾸만 느려진다.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는 해처럼 발이 땅 밑으로 푹푹 꺼지는 기분이다. 앞으로 가지 않는 발을 질질 끌어 겨우 도착한 집. 감옥의 철창 같은 울타리가 집 주변을 빙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흐르는 식은땀을 닦고 크게 숨 한 번 들이마시고는 천천히 문을 연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엄마가 보인다. 깡마른 몸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한다.
’짝‘
살이 맞부닥치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진다. 빨갛게 상기된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엄마. 엄마의 심기가 단단히 상해있다. 내가 또 무슨 잘못을 저지른걸까. 아니 애초에 잘못한 일을 하긴 한 걸까. 이제 그런 걸 곱씹는 것도 지겹다. 그냥 엄마는 내 존재 자체가 싫은 거겠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욕설이 담긴 말이 귀에 박혀 상처를 낸다. 고막은 이미 터져버린 거 같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랄뿐.
제 풀에 지친 엄마가 온 몸이 빨개진채로 돌아선다.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날카로운 말로 너덜해진 마음을 애써 움켜쥐고 방으로 올라간다.
침대에 털썩 엎어져 얼굴을 이불에 파묻는다. 이럴 거면 나를 왜 낳은 걸까? 차라리 말 잘 듣는 로봇을 만들어 딸로 삼지. 베개위가 물자국으로 얼룩진다. 11년째 끝나지 않는 지옥 속에서 얼마나 더 살아야할까.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물에 젖은 수건 마냥 무거워진 몸을 일으키고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신발도 신지 않은 발로 무작정 달린다. 발에 돌조각이 박혀 피가 나는데도 전혀 아프지 않다. 상처로 뒤덮인 마음이 더 아파 몸에 나는 상처는 별 느낌조차 나지 않는다.
숨이 턱턱 차오른다.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숨이 토해질 정도로 달려서 도착한 곳은 학교 옥상.
헉헉대며 겨우 숨을 고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새카만 하늘. 텅 비어있는 모습이 마치 나와 같다.
엉망이 된 발을 들어 난간 위로 올라간다. 발 밑을 쳐다보면 자꾸 감아지는 두 눈에 하늘 위를 바라본다.
죽어서 저 까만 밤하늘을 비추는 별이 돼야지. 근데 오늘 별이 되면 좀 외로우려나 저렇게 어두운 곳에 혼자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이 땅에서 울퉁불퉁한 돌맹이로 살바엔 저 하늘에서 홀로 빛나는 별이 되는 게 낫지.
나를 살리겠다고 노력한 친구들에겐 미안하다. 자몽살구클럽 멤버들은 부디 끝까지 살길. 나는 언제나 별로서 너희 곁에 있을 거야.
시원한 바람이 다리를 간지럽힌다. 시간이 됐구나. 눈을 꼭 감고 온 몸에 힘을 뺀다. 서서히 감각이 사라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렇게
나는
추락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뜨겁고 붉은 피도 같이 흐른다.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피와 섞여 함께 흐르고,
자몽살구클럽 멤버들과의 기억만이 고여있다.
고마웠어
얘들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