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by 자유인

분주하게 식사준비를 하고 나서

막상 식탁에 앉으면 입맛이 없다

그래서 주말 오전의 루틴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저절로 눈이 떠지는 이른 시간에

따뜻한 라떼를 마시고

잠시 책을 보다가 정주행 하지 않고 덮었다


그러고 나서

보통은 1시간 남짓이면 후다닥 해내던

식사준비를 아주 천천히 소꿉놀이하는 기분으로

2시간 동안 느리게 준비해 보았다

밥을 안치고

양배추를 쌈용으로 찌고

시금치를 데쳐서 나물을 무치고

야채계란말이를 부치고

두부된장찌개를 끓이고

순살고등어조림을 끓이기만 하면 되도록 준비했다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느리게 천천히

가끔은 호흡을 의식하고

가끔은 동작을 의식하며 진행했다

그러자 숨이 편하고 맛있었다


식사 준비를 마치고 잠시 책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편히 쉬었다

그리고

시장기를 느끼기 시작할 때

고등어조림 냄비에 불을 켜고

준비한 반찬들을 천천히 식탁에 차려내었다

상차림이 끝난 뒤에 조림도 함께 세팅해서

아주 천천히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가볍게 식탁만 정리를 하고

차를 마시고

남편과 영화를 보다가 그가 졸리다고 해서

한숨 재우는 동안

싱크대 정리를 하고 식세기를 돌렸다


아침에 몰아서 책을 보고

서둘러 식사준비를 하고

입맛도 없이 식사를 하고

돌아서서 치우고 식세기까지 돌리면서

허둥거릴 때는 모든 것이 노동이었다

같은 일도 느리게 천천히

호흡이나 동작을 의식하면서 즐겁게 하니

놀이가 되었다

예전에 하던 그 소꿉놀이처럼!




무엇을 하든


집중하는 모든 순간이 수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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