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의 지하에 조그만 세탁소가 있다.
열 평이 조금 안 되는 좁은 공간을 몇 대의 세탁기와 다림판과 빼곡히 들어찬 옷들과 약품 냄새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가끔씩 문이 잠겨 있을 때면 주변에 가까이 있으니 전화를 달라는 메모가 삐뚤삐뚤한 글씨로 붙어 있다.
어느 날 세탁물을 찾으러 세탁소에 들렀다가 문이 잠긴 것을 보고 산책을 하고 나서 한 번 더 들러보기로 마음먹고 바로 공원으로 갔다. 잠시 후 공원에서 우연히 세탁소 아저씨를 만났는데 옆에는 사모님과 아들이 함께 있었다. 세탁소에 걸려 있는 사진 속에서도 보고 세탁소에서도 여러 번 마주친 적이 있는 그의 아들은 다운증후군이다.
무뚝뚝하고 말수 적고 웃음이 없는 세탁소 아저씨의 살짝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아들과 함께 있는 공원이다. 아들과 함께 걸으며 아들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가끔씩 오고 간다.
욕심이든 걱정이든 자식의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늘 세탁소 아저씨의 이야기를 해준다. 나 자신이 자식과 관계된 일들로 마음이 흔들릴 때도 늘 아저씨를 떠올린다.
비우고 또 비워서 존재 자체로 감사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미소로 격려해야 되는 존재가 자식임을 반복해서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