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큰언니의 딸인 조카와 긴 세월을 함께 살았다.
함께한 모든 시간이
즐겁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생을 두고 서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조카는 내 아들이 아주 갓난아기 때부터
그 아이를
유난히 예뻐하고 극진한 사랑을 주었었다.
아들은 친정 가족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나 유독 자신의 사촌누나이고
나의 조카인 그녀를 가장 좋아했다.
조카가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산지 2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다.
고집쟁이 아들이 뭘 원하든 다 들어주던
착한 누나에게 그날따라 유난히
생떼를 쓰는 것이 보기 싫었던 나는,
애 버릇 나빠지니
너무 일방적으로 사랑만 주지 말고
한 번씩 혼도 내주고 누나 무서운 것도 알게 하라며 조카에게 일장 연설을 하고 반응을 기다리는데, 그녀의 입에서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대사가 흘러나왔다.
-이모, 저는
지형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그래서 지형이가 제 말 안 들어도 괜찮아요.
저 혼자 사랑해도 괜찮아요
‘신선한 충격’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어울리는 상황이 있을까 싶었다.
조카는 이후에도 무조건적인 사랑과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내 아들에게 쏟아부었다.
그 큰 사랑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고집쟁이인
그 녀석이
수시로 누나를 찾고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보다 훨씬 무서워했던 것 같다.
엄마의 고함소리보다 아들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누나의 실망한 표정이었던 것이다.
사랑에 관한 한 그녀는 언제나 나보다 한 수 위였고 남다른 사랑의 그릇을 타고난 듯했기에
나는 끝없이 감탄하며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들은 사랑의 고백 중에
그보다 더 절절한 것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저 혼자 사랑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