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자유인 04화

신의 조력자

by 자유인

잠시 한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

일생 동안 몇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지인이 있다.


그녀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는

내가 본 최고의 고수였다.

다복하게 자란 것이 감사하지만 자랑도 아니고,

살면서 고통을 겪었으나

그것이 절망할 일도 아니었으며

대처 방법만 늘 신중하게 고민했다.


그녀의 언니가 미국에서 교수님으로 성공하고

중국의 거부(巨富)의 아들과 결혼했지만

그들에게 신세를 지거나 기대지 않았다.

그리고 여동생이 한국의 준재벌과 결혼해서

평범하지 않은 혜택을 누렸지만

부러움이나 시기심 없이,

모든 인생이 가는 길이 다르다고

언제나 한결같이 담담하게 어른의 모습을 보였다.


집안의 큰 문제를 맡아서 감당하게 되었을 때도

<내가 한다>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내가 하는 것이 좋겠다>는 표현을 썼다.

본인의 종교가 불교에 가장 가까운 것 같은데

불상 앞에서 한 번도 절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유를 물으니 딱히 인생에 불만도 없고

바라거나 원하는 것도 없어서라고 했다.

나는 “존경합니다, 본받겠습니다”하고 기도하며

불상 앞에서 몇 번 절을 한 적이 있다고 하니

그녀가 빙긋이 웃었다.


물처럼 바람처럼 저항 없이 흘러가며,

인연을 따라 봉사함에는 <내가 한다>라고 하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조하며

태연히 대처할 뿐 어떠한 불평이나 오만도 없었고 과도하게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는 일이 없었다.

과하게 타인을 좋아하거나 미워하지도 않았으며

함부로 기대거나 동정하지도 않았고

매사에 급하게 서두르거나

쉽게 포기하지도 않았다.

또한 가볍게 자랑하거나

편견으로 분별하여 평가하는 일도 없었고,

자기중심적 태도에는 언제나 엄격함을 보이는

무거운 공평함이 있었다.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녀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의 종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자의 제자가 아니라,

그분들의 협조자나 조력자 같은 기분이 든다.


본받고 싶은 진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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