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일랜드 고령 워홀러 7

블러디 헬! 대환장 파티.


블러디 헬! 

문자 그대로 블러디 헬이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바지부터 침대까지 피바다였다… 

고등학교 이후로 이런 적은 처음인 거 같다. 정말 바지 전체가 다 피로 흥건했다. 정말 극적으로 다행인 건 시트를 여러 겹으로 해놓은지라 4겹의 시트는 다 벌겋게 물들여졌지만 매트리스는 다행히도 핏빛이 들지 않았다. 여성들은 알다시피 아주 크나큰 기저귀 같은 오버나이트로 잘 차고 잤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생리대가 잘 못 접혔는지.. 그냥 안 하고 잔 거랑 똑같이 되었다. 

진짜 아침에 일어났는데 멘 to the 붕 일 수가 없었다. 꼬락서니가 아주 가관이었다. 생각해 봐라 배꼽 아래가 아주 피바다에 침대 이불 다 피바다였다… 고등학교 이래로 이런 적은 진짜 처음이다. 진짜 어릴 땐 생리 양도 많을뿐더러 그때는 생리대도 작게 나와 자주 넘치고 넘쳐 이불에 빨간 지도를 자주 그리고는 했었다. 남들은 애를 낳아도 몇 번을 낳을 나이에 붉은 지도를 그리고 있으니 빨래를 돌리면서 얼마나 스스로가 기가 차던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혼자 내비쳤다. 진짜 현타가 제대로 왔다. 뭔가 창피하면서도 이 자연의 섭리를 바꿀 수 없는 내 몸뚱이… 뭔가 이 찝찝 멜랑 창피 구린 생각들이 계속 생각이 오갔다. 


지난달에는 더블린에 와서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가 생리양이 많이 줄어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질량 보존의 법칙도 아니고 저번에 적게 나와서 이번 달에는 배로 더 나온 거 같다. 그래서 빈혈이 아주 더 심하게 왔다. 


호르몬은 사람 몸을 지배한다 그래서 기분도 바꾸게 하고 몸도 변화하게 한다. 호르몬은 아주 무서운 아이다. 우리 몸은 호르몬에 지배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리 주기에 따라 나의 기분도 나의 몸무게도 들쭉 날쭉이다. 보통 3-5kg는 기본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거 같다. 게다가 나는 생리통도 심하고 양도 많고 배란통도 심하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게 신경질 내지 않기, 화내지 않기 되새긴다. 근데 진짜 무서운 건 몸이 안다. 그때가 되면 미각은 살아나서 맨날 먹던 음식점 음식도 맛이 달라지고, 담배 냄새는 더 코를 찌르고 머리를 아프게 한다. 참 무섭다. 보통은 괜찮은데 더 예민하게 몸이 반응하는 게 말이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이 말을 하고 싶은 이유는 정말 그래서 월경이 싫다는 얘기다. 문자 그대로다. 뭐 거창한 대단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페미니즘이고 뭐고 다 모르겠지. 그런 거창한 걸 언급하고 싶지도 않고 난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게다가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매우 극혐 한다. 게다가 군대고 출산이고 맨날 싸우는 페미니즘 난 모르겠다.

난 그냥 생리가 싫다고. 그냥 다음 생엔 남자로 태어날래. 

그래도 지금은 여자로 사는 것도 좋은데 뭐.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거 누리면서...

잘생긴 아이리쉬 남자 찾아볼게 더블린에서 ㅎㅎ




#오늘일기

#워홀 

#워홀라이프

#아일랜드고령워홀러


이전 03화 아일랜드 고령 워홀러 8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