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쑤오 선머? 워먼 전머후이 스 뚱양렌?"
"你说什么? 我们怎么会是东洋人?"
"뭐라구? 우리가 왜 동양 사람이야?"
우리는 흔히 '동양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나도 그랬다. 옛날 대만 유학 시절, 어느 날 무심코 중국 친구에게 "우리 동양 사람... 운운" 말했더니, 그 친구가 크게 화를 냈다. 아니, 왜 그러지?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어리둥절해서 중국어 사전을 뒤져보았다.
【동양東洋】명明나라 때 생긴 단어.
① 중국 대륙 동쪽 변방의 먼바다. 일본(멸시하여 부르는 말).
② 일본에서는 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동양이라고 한다.
이럴 수가! '동양東洋'이 '동아시아'가 아니라 '일본'을 지칭하는 단어라니! 그것도 멸시해서 부르는 말이라니! 일본이 한국인을 '조센징'이라고 멸시하여 부르듯, 중국은 일본인을 멸시해서 부를 때 '뚱양렌(동양인)'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자세히 팩트 체크를 해보았다.
중국에서는 '동양과 서양' 대신 '방향 방(方)'자를 사용해서 '동방東方과 서방西方'이라는 말을 쓴다. ‘바다洋’라는 뜻의 글자는 없다. 혹시 중국만 그런 건 아닐까? 아니었다. '서양'에서도 'East & West', 그냥 '동東과 서西'였다. '동양'을 '동아시아 전체'의 뜻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오로지 일본과 대한민국 뿐이었다.
'서양'은 해양 문화지만 동아시아는 대륙 문화다. ‘바다’는 공통분모가 아니다. 그 뜻의 글자를 써먹고 싶었던 나라는 딱 한 곳.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해양 국가였던 일본뿐이다. '동양'이란 단어는 동아시아의 변방 국가로 늘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그들이, 서구의 '신학문'을 들여오면서 'East'를 자기중심으로 번역한 것이다. 동아시아 전체를 일본화하겠다는 침략 야욕마저 엿보인다.
'동양'이 아니라 '동방'이다. 어색하신가? 중국에서 사용하는 말이라 내키지 않으신가? 하지만 '동방예의지국 東方禮儀之國'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조금도 어색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다. '동양예의지국'이라고 하면 오히려 그게 너무 이상하다. 습관의 문제일 뿐이다. 그래도 어색하다면 상황에 따라 '동아시아'라고 하면 된다.
아무튼 그런 사정도 모르고 중국 친구에게 "우리 동양 사람"이라고 말했다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 한국 사람들은 지금도 "우리 동양 사람... 운운" 말하고 다닌다니. 우리 스스로 일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셈 아닌가! 안중근 의사가 피눈물을 흘리실 일 아닌가!
그 무렵 도올 김용옥 선생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동양학? 그럼 이 말에도 문제가 있겠네? 나는 도올 선생을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선생은 '동양학'이라는 단어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이 단어는 나의 화두가 되었다.
[ 핵심 정리 ]
◎ '동양'은 '일본'을 지칭한다. 그것도 멸칭이다.
◎ '동양'이 아니라 '동방'이다. 우리는 '동양인'이 아니라, '동아시아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