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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Apr 16. 2024

01. 초혼 招魂

다시 4월 16일에

혼령이여, 돌아오시라!

어이하여 너의 몸을 빠져나가

사방을 떠도는가!

어이하여 즐거운 곳 버리고서

불길한 곳 찾아갔나!

魂兮歸來!  去君之恒幹, 何爲四方些!

舍君之樂處, 而離彼不祥些!


혼령이여, 돌아오시라!

동녘 땅은 살만한 곳 아니라오.

일천 척尺이 넘는 거인, 혼령 잡아먹는다오.

뜨거운 해 열 개나 돼, 돌멩이도 녹는다오.

그곳 사는 이들은 익숙해져 별 탈이 없다지만,

혼령이여, 그대는 녹기 전에 어서 빨리 돌아오라!

魂兮歸來! 東方不可以託些。 長人千仞, 惟魂是索些。

十日代出, 流金鑠石些。 皆彼習之, 魂往必釋些。

歸來兮, 不可以託些!


혼령이여, 돌아오시라!

남녘땅은 갈만한 곳 아니라오.

이마에는 귀신 그림, 입술에 삐져나온 검은 송곳니.

인육으로 제사드리며, 인골로 간장을 만든다네.

구렁이는 우글우글, 큰 여우가 수천 마리.

아홉 개 머리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서

통째로 사람들을 뱃속으로 삼킨다네.

혼령이여, 늦기 전에 어서 빨리 돌아오라!

魂兮歸來! 南方不可以止些! 雕題黑齒, 得人肉以祀,

以其骨爲鹽些。 蝮蛇蓁蓁, 封狐千里些。 雄虺九首, 往來倏忽,

呑人以益其心些。 歸來兮! 不可以久淫些!


<중략>


혼령이여, 돌아오시라!

그대 살던 그 문으로 들어오시라.

공축工祝*앞장서서 인도해 주신다오.

진나라 대바구니 제나라 비단실에, 정나라 면사로 된 깃발.

모든 채비 갖추고서 길게 소리치며 그대를 부르노라.

혼령이여, 돌아오시라! 그대 살던 옛집으로 돌아오라!

魂兮歸來! 入修門시些。工祝招君背行先些

秦篝齊縷,鄭綿絡些。招具永嘯呼些魂兮歸來! 反故居些! 

---------------------

* 공축工祝: 신화 속의 무당 이름.


<중략>


가족들이 모두 모여 온갖 음식 차렸다네.

쌀과 기장 보리 좁쌀, 함께 섞어 밥을 짓고

쓰고 짜게 맵고 달게 여러 가지 맛을 내어

살찐 소의 힘줄 살을 고아내니 향기롭기 그지없다.

신 맛 쓴 맛 섞어내어 국물 맛을 내었구나.

室家遂宗,食多方些。稻粢穱麥,挐黃粱些。

大苦鹹酸,辛甘行些。肥牛之腱,臑若芳些。


자라 삶고 양고기를 구어내고 사탕수수 즙을 내어

고니는 새콤하게 물오리는 맛나게 국 끓이고

기러기 왜가리는 기름 둘러 전 부친다.

닭고기는 삶아내고 자라는 고아내니,

그 맛이 진하여도 담백하기 그지없다.

和酸若苦,陳吳羹些。胹鱉炮羔,有柘漿些。

鵠酸臇鳧,煎鴻鶬些。露雞臛蠵,厲而不爽些。


꿀떡에 경단 강정 푸짐하게 쌓은 약과,

맑은술을 저어내어 술잔에 가득 채워

술지게미 걷어내고 시원하게 들이켜시라.

화려하게 잔칫상을 마련해 놓았구나,

영롱하게 맑은술도 준비해 놓았도다.

粔籹蜜餌,有餳餭些。瑤漿蜜勺,實羽觴些。

挫糟凍飮,酎淸涼些。華酌旣陳,有瓊漿些。


돌아오시라, 그대여! 옛집으로 어서 오라.

이제는 그 누구도 훼방하지 않으리니!

歸來反故室,敬而無妨些。


<중략>


금년에도 봄이 오니 멱라강가 나섰구나

조개풀 개구리밥 백지 향초 돋아나네

길을 건너 강을 건너 무성한 숲 왼쪽 돌아

연못가 밭두렁 저 멀리서 그대를 바라보네

獻歲發春兮汨吾南征, 菉蘋齊葉兮白芷生,

路貫廬江兮左長薄, 倚沼畦瀛兮遙望博


푸른 말 네 마리씩 천 개의 수레 되고

여기저기 횃불은 하늘을 찔렀구나.

걷는 이, 수레 탄 이, 몰이꾼은 앞장서서 길을 열고

말고삐를 늦췄다가 당겼다가 수레는 우측으로 돌아서네.

임금님 모시고서 경쟁하듯 사냥하네.

임금님이 활을 쏘니 푸른 들소 도망간다.

靑驪結駟兮齊千乘, 懸火延起兮玄顔烝

步及驟處兮誘騁先, 抑騖若通兮引車右還

與王趨夢兮課後先, 君王親發兮憚靑兕


붉은 해 어둠을 헤쳐 나오니, 흐르는 세월은 붙잡을 수 없구나.

연못가 오솔길도 난초 잎에 덮여서 조금씩 사라지리.

강물은 찰랑찰랑 강가에는 단풍나무

천만리 머나먼 길, 가슴 아픈 봄날이여.

혼령이여, 돌아오시라. 애절한 강남땅으로.

朱明承夜兮時不可以淹, 皐蘭被徑兮斯路漸

湛湛江水兮上有楓, 目極千里兮傷春心, 魂兮歸來哀江南




전국 시대 초나라의 삼려대부 굴원屈原(B.C.340~B.C.278)이 지은 노래, <초혼招魂>의 일부를 발췌 번역해 보았다. 초나라 회왕懷王은 굴원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秦나라 소왕의 초청을 받고 진나라로 갔다가 억류되어 끝내 그곳에서 울화병으로 병사한다. 그 소식을 접한 굴원은 애절하게 통곡하며 이 노래를 부른다. 임금님의 영혼을 부르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넋이 나간 자기 자신의 영혼을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혹자들은 송옥宋玉이 지었다고도 한다.)


'초혼招魂'은 망자의 혼령을 부르는 행위를 지칭하는 일반명사이기도 하다. 죽은 자를 붙잡기 위한 남은 자의 처절한 외침이다. 죽은 사람이 생시에 입던 윗옷을 가지고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 서서, 왼손으로는 옷깃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옷의 허리 부분을 잡은 뒤 북쪽을 향하여 ‘아무 동네 아무개 복(復)’이라고 세 번 부른다. 왕이 훙薨하면 내관이 궁궐 지붕에 올라가 곤룡포를 세 번 휘두르며 "상위복"하고 외치는 장면을 사극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진정한 공부란 강의실 밖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30년 교직 생활 동안 매년 답사, 연수 등으로 학생 단체를 수없이 인솔했다. 중국 동부의 대도시들은 물론이고, 수십 명 학생들을 데리고 타클라마칸 사막도 넘어가고 파미르고원 티베트고원까지 올라갔다. 수학여행에 우리나라 문화 답사까지 포함하면 아마 100번도 넘게 인솔했을 것이다. 늘 안전에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사히 퇴직한 게 천행이다.


그러니 4월 16일이 남의 일 같을 리가 없다. 천행으로 살아나셨다가 자책하며 그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교감 선생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분의 마지막 일거수일투족이 어떠하셨을지, 눈에 선명하게 밟힌다.


나는 한국의 근현대사가 싫다. 누군가는 4월이 참 슬프단다. 그러나 사실 5월은 더욱 슬프고, 6월은 더욱더 슬프다. 슬프지 않은 때가 없다. 역사학을 전공하려다 들여다보기가 너무 속상하고 가슴 아파서 도피해 버린 이유다. 이제는 거기에 더하여 이태원도 슬프고 채상병도 슬프다. 무성한 슬픔이 우리의 역사를 온통 도배해버리고 있다. 언제쯤 우리는 이 어둠의 그늘을 말끔히 걷어내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김소월의 <초혼>과 가수 장윤정이 부른 노래 <초혼>이 있지만, 송소희의 <봄날>로 영혼들을 위로하싶다.




◎ 대문 사진:

요코야마 다이칸 横山大觀, <屈原>, 18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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