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 <마흔에 읽는 니체>를 낭송하며
낭송을 시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편견일 것이다.
의외로 산문을 낭송할 때, 그리고 그 낭송을 들을 때의 즐거움 또한 삼삼하다.
유시민 작가는 글쓰기 요령 중의 하나로, 소리 내어 읽으면서 퇴고를 하라 한다. 그런데 그건 사실 중국의 옛 문인들의 글쓰기 방법이었다. 북송 시대 구양수歐陽修는 늘 자신이 쓴 글을 벽에 걸어놓고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하고 낭송하며 고치고 또 고쳤다. 그의 아버지 묘비명은 심지어 아버지 사후 60년 만에 완성했을 정도였다. 적어도 동아시아의 문학 세계에 있어서, 낭송은 글쓰기와 내면 수양의 필수적인 방법론이었다.
[시 낭송 매거진]을 구독 신청하고, 일차로 당나라 시인 이백의 <고요한 달밤에 靜夜思>를 낭송 발행해 보았다. 그런데 그 시는 내가 낭송해보고 싶어서 선정한 작품은 아니었다. [시 낭송 매거진]의 주최자이신 매미 작가님이 <정야사>를 선정해서 낭송(노래) 발행하신 것을 보고, 그 시의 내용을 소개해야겠다는 순간적인 생각으로 얼떨결에 낭송하여 발행한 것이었다.
사실은 글벗 작가님들의 작품을 낭송하여 발행해보고 싶었다. 평소에도 나는 늘 소리를 내어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다. 눈으로 읽는 것과 소리 내어 읽는 것은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거기까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배경 음악을 깔고 본격적으로 정서를 이입하여 녹음을 해보니까, 어라? 이건 또 뭐지? 그 느낌이 더더욱 달랐다. 아하,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작가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이런 방법을 써야겠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 작가님들의 여러 작품을 낭송 녹음해 두었다. 오늘은 그중에서 먼저 보노 작가님의 수필 <마흔에 읽는 니체> 낭송을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감상해보고자 한다. 네, 뭐라구요? 왜 하필 보노 작가님부터 먼저 소개하느냐구요? 아유, 그거야 제 맘이죠. ㅋㅋㅋ 뭔가 이야기 전개의 흐름 상 그래야 할 것 같아서다.
보노 작가님 작품은 내가 낭송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소오생의 목소리는 태생적으로 양강陽剛(Sublime)의 목소리에 속한다. 그런데 보노 작가님은 대표적인 음유陰柔(Grace)의 세계다. 음유 세계는 오순도순 정답거나 그윽하고 아련한 느낌의 세계도 있고,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애절한 슬픔의 아름다움도 있다. 보노 작가님은 이를 테면 그 후자에 속한다. 소오생의 목소리로 추적하여 낭송하기에는 몹시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마흔에 읽는 니체>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낡은 관습과 제도 속에서 그동안 의도된 고독의 시간을 보내던 작가는, 이제 과감하게 망치를 들어 아프락사스의 알을 깨고 창공으로 날아오르려 한다. 작가는 그것을 명사형의 세상에서 탈피하여 동사형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생겼다. 내 목소리로도 낭송이 되는 것이었다.
비록 내 목소리여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느낌을 놓치기 싫어서 '발행'을 서둘러 보았다.
언젠가 작가님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로 낭송에 도전해 보시면 참 좋겠다. 다른 작가님들도 모두 모두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작품을 낭송하여 발표하는 용기를 내주셨으면 더욱 좋겠다. 언젠가 우리 낭송 모임의 주최자이신 매미 작가님을 중심으로 <낭송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으면 더욱더 좋겠다.
보노 작가님께
동사형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보노 작가님의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소오생의 투박한 목소리로도 낭송할 수 있는 글을 써주셔서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의 <마흔에 읽는 니체>는 부득불 10분짜리로 줄여서 낭송했습니다. 그 이상은 파일로 제작하여 올리기에는 용량이 너무 컸답니다. 작가님이 부디 하해와 같으신 넓은 마음으로 해량海諒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오생의 제안
모든 글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수필의 경우, 자신의 글을 자신의 목소리로 낭송하여 방송한다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쓰면 어떨까요? 이때 글의 분량에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브런치북]에서도 책으로 발간할 경우에는 분량에 제한을 두잖아요. 10분 이내면 어떨까요? 방송국에서 그 정도 시간을 허락했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뭔가 진짜로 일을 도모하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글, 보노.
낭송, 소오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