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오생 May 25. 2024

06. 중국말 학습 여행, 환경부터 조성하자

유쾌한 중국어, 즐거운 멍멍이가 되자

중국말 학습 여행은 먼저 환경부터 제대로 조성해야 출발할 수 있다. 어떤 환경이냐? ‘중국말 듣기’ 환경이다. 그럼 처음부터 중국에 가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그 얘기가 아니다. 먼저 중국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들린다는 이야기다. 그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죠? 소오생의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지. 사실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인데 필요하니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유학할 때의 일이다. 전날 밤에 술을 잔뜩 마시고 아침에 허겁지겁 일어나 중국 문학사 수업에 들어갔다. 근데 그날따라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왜 귀에 안 들어오는 거지? 선생님은 계속 ‘뚜(↘)푸(fu)’ 얘기만 하시는 것이었다. 아니, 문학사 시간에 웬 두부 먹는 얘기냐?  




팅리란 무엇인가? 아는 만큼 들린다!     



중국말로 ‘두부豆腐’는 ‘떠우(↘)푸(fu)’다. 선생님께서는 시골 양반이라 원래 발음이 좀 부정확하셨다. 두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두부 먹는다’는 중국말로 ‘츠(→) 떠우/푸’라고 한다. 근데 이 말이 또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여자를 희롱하다’는 뜻이 있으니, 다시 말해 성희롱한다는 얘기다. 너희들, 성조 가지고 장난치지 마! 그런 거 성희롱이야! 선생님이 지금 그 말씀하시는 건가? 잔뜩 귀를 모아 들어봐도 어쩐지 그건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맙소사!

이따금 문장 속에 중국어를 사용할 것입니다. 녹음 파일로 그 발음을 들어보셔요. 단, 절대로 머리를 써서 억지로 외우려고 하지 마시길. 심심풀이 땅콩 삼아 재미있게 서너 번 정도 따라 해보고 그냥 잊어버리시면 됩니다. 이런 걸로 절대 스트레스받지 마시어요. 아셨죠? ^^


‘뚜푸’는 중국 문학사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인 당唐나라 때의 두보杜甫다. 일생을 가난하게 살았던 불우한 시인 두보는 자신에게 닥쳐온 기막힌 역경과 불운 속에서도 우주와 자연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통곡하면서도 끝끝내 인간을 사랑했다. 귀머거리에 (거의) 반신불수였던 비참한 만년에 이르러서도 역동하는 대자연의 힘찬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노래했던 이 위대한 시인을 중국인들은 참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 얘기를 성희롱에 핀트를 맞추어 생각했으니, 오 마이 갓! 하나님, 저는 왜 이런답니까? 왜 그러는지 가르쳐주지. 머릿속에 생각하는 게 그쪽으로만 발달이 되어서 그런다, 알겠느냐?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다. ‘뚜푸’가 ‘두부’가 아니라 ‘두보’라는 사실만 떠올렸어도 그런 착각은 하지 않았을 게 아닌가?


중국어로 하는 강의뿐만이 아니다. 한국말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은 그런 경험이 없으신가? 분명 한국인 교수님이 한국말로 하는 강의인데도, 헐레벌떡 수업에 늦게 들어가면 무슨 말을 하는지 통 알 수가 없다. 한참 동안 헤매다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비로소 무슨 말인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 경험 다 있으시죠? 하지만 수업 시작하기 5분 전에 도착! 차분한 마음으로 강의 내용을 미리 머릿속에 떠올리면 잠시 후에 들려오는 선생님 말씀이 어쩜 그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지 모른다. 이런 경험도 다 있으시죠?




내가 말하는 ‘중국말 듣기’란 바로 그런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거니와, ‘듣기’도 ‘아는 만큼 들린다’! 상대방 중국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할지, 그 주제만 알고 있어도 절반은 들린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들으면, 이야, 내 중국어 ‘팅(→)리(↘)’가 어느새 이렇게 늘었구나! 감탄하게 된다. 네? 뭐라구요? ‘팅리’가 뭐냐고요? 에구, 에구! 아직도 이런 정도의 통빡도 없으시면 되남. ‘팅리(聽力, 听力)’, 즉 ‘듣기 능력’을 말하는 거죠.

‘Tīng lì’, 듣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오늘도 듣기의 세계에는 강호의 무림武林처럼 여러 학파들이 그 세력을 다툰다. 첫째, 쫀쫀파派! 이들은 단어 하나하나를 들으려고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그렇게 백날 수련을 닦아봐야 말짱 꽝! 나뭇가지를 듣거나 읽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보다 멀리서, 보다 객관적으로 숲 전체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쫀쫀파 나그네들은 명심하시라! 숲을 먼저 들어라, 가지는 나중이다!


둘째, 막무가내파派! 까짓 거, 무작정 죽어라~고 들으면 들리지 않겠어요? 그렇다. 한 십 년쯤 계속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듣고 계시라. 그러면 틀림없이 들릴 테니깐. 근데 갑자기 왜 옛날 생각이 나는 거지? 아무래도 엉뚱한 이야기 하나 들려드려야 할까 보다.


소오생의 원래 주 전공은 고문古文, 그러니까 고전 한문이다. 유학 시절, 그걸 공부하고 있자면 마치 고문(拷問, 拷问)을 당하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암만 들여다봐도 당최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유학하는 도중, 방학 때마다 귀국해서 서당 비슷한 곳을 들락거렸다. 무슨 비결이 없을까….


그때 어떤 훈장님께서 깨알만 한 크기의 한자로 빽빽이 채워진 두꺼운 옛날 경전 책을 펼쳐 보이시면서 고문 해독의 비결을 알려주셨다. 몰라도 상관없으니 무작정 죽어라~고 구두점을 찍고 앉아있으면 어느 날 갑자기 종이에 구멍이 숭, 숭 뚫려 보인다는 것. 지극 정성으로 십 년쯤 그렇게 하면 문리가 트인다는 말씀이었다. 오 마이 갓! 나는 공부 체질이 아닌가 봐….


그런데 그렇게 실의에 잠겨있던 어느 날, 고문 실력이 정말로 탁월하신 무림의 진짜 고수를 만나 뵙게 되었다. 스승님, 부디 이 못난 제자를 거두어주소서. 애원하며 매달렸더니 그분이 뭐라 그러셨게?


허허 참, 글쎄 그런 게 아니래두. 비결이 딴 게 아니라니깐? 상식을 많이 늘려요! 그게 최고야! 그러니깐 춘추전국 시대의 고문을 읽는다면, 먼저 그 시대에 대한 책을 많이 많이 읽으라구. 그러면 모르는 말이 나와도 앞뒤 문장의 흐름으로 아, 이게 그 뜻일 거야, 그쪽으로 포인트를 맞춰 생각하고 읽으면 읽혀진다, 이 말씀야. 그러니 나한테 매달리지 말고, 어여 가서 그 방면으로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으라구!


유레카! 


그렇다. 바로 그거였다! 고문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비결은 무슨 말이 쓰여있을지 미리 짐작하고 보는 것, 즉 그 배경에 대한 상식을 늘리는 것, 즉 그만큼 그 글의 상황과 환경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그것이었다! ‘듣기’도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읽히고,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듣기는 더욱더 많이 알아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읽기의 대상은 고정된 ‘문자’지만 듣기의 대상은 따다다다 쏜살같이 한 번 귀에 스치고 지나가면 그뿐인 ‘언어’가 아닌가! 그만큼 더 많이 알아야 그만큼 더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막무가내파 나그네들이여, 명심하시라! 무작정이 아니라, 아는 만큼 들린다!




관심과 애정으로 예측하고 들어라!



근데 ‘안다’는 게 대체 뭘까요? 숲의 모습이 어찌 생겼는지 미리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러한 상황의 패턴에 익숙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미리 예측하고 들어야 ‘듣기 실력’이 늘 수 있다. 하지만 예습을 한답시고 교과서를 미리 보고 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눈으로 미리 보고 오는 건 커닝이지, 듣기 훈련이 아니랍니다? 그럼 어떤 식으로 예측을 하는 거냐구요? 가령 이런 식이다.


중국에서 가서 공짜로 듣기 훈련을 하려면 물건 흥정을 하는 게 최고다. 여기서 잠깐 상식 한 가지! 중국 상인들은 아무리 오랫동안 흥정을 해도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삼십 분 정도 신나게 흥정을 하고서, 아 그러셔? 근데, 나 안 살래, 안녕! 그냥 가버리는 일이 비일비재다. 물건 하나를 사려면 적어도 세 군데를 돌아다니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니깐. 심지어 실없는 흰소리로 흥정하며 친구로 사귀기도 한다나?


그러니깐 중국인에게 흥정이란 너무나도 당연한 일!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 자랑하려고 그러는 건지, 엉뚱한 체면 차리려고 그러는 건지, 그 비싼 걸 깎을 생각도 안 한다. 치(↗)/꽈이(奇怪)! 이쌍허다? 웃겨! 이게 웬 봉이냐? 중국 상인들이 좋아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웃는다는 사실을 알아두시라.

아무튼 중국에서 물건 살 때의 키포인트! 첫째, 카이(→)지아(↘)를 먼저 하면 손해다. 그게 무슨 소리? 카이/지아(開價, 开价)는 ‘가격을 부른다’는 뜻. 요샌 좀 다르겠지만, 중국에선 원래 정가(定價, 定价)라는 개념이 없다. 사고 파는 사람이 적당히 가격을 흥정해서 적당히 사고 판다. 근데 그게 조금 익숙해지면 너무 재밌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ㄹ)쩌(↘)거... 전(↓)머 마이(↘)? 이거... 어떻게 팔아요? 그러면 주인은 망설이지도 않고 대꾸한다. 쏼라쏼라 통 몰라.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되 통빡상 이 순간에 나올 수 있는 말은 뻔하다. 얼마면 사겠수? 말이다. 하하, 어리숙하면 등쳐먹겠다 이거지? 흐흐, 내가 짱구냐? 쥔장이 먼저 값을 불러보슈.

그러면 주인은 실금실금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kāijià를 한다. 에, 또, 삼십 원만 내슈.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나 마나 비싸게 부르겠죠? 그러면 손님이 할 그다음 말은? 아~?! 전(↓)머 나(↘)머 꾸이(↘)? 아니, 뭐가 그렇게 비싸요? 주인장의 그다음 준비된 답변. 그럼, 얼마면 사겠수?(뻔하다, 뻔해!) 그런 상황, 이해가 가시죠?


키포인트 두 번째, 요새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옛날 중국에선 정찰제를 하지 않는 곳이라면 삼분의 일 정도로 후려치는 게 기본이었다. 심할 경우에는 1/10까지 후려칠 수도 있었다. kāijià를 할 때, 그만큼 손님을 우습게 봤다, 이거지.


이때, 주인이 삼십 원을 달라고 ‘요구하는 가격(討價, 討價)’을 ‘타오(↓)지아(↘)’라고 하고, 손님이 통빡을 발휘하여, 에이, 십 원이면 되겠네, 뭘! 후려치는 가격을 ‘환(↗)지아(↘)’라고 한다. 그리고 그걸 한꺼번에 묶어서 ‘타오/지아 환/지아(還價, 还价)’라고 하면 이번엔 ‘흥정하다’라는 단어가 된다. 중국 사람들은 이런 행위를 삼십 분 정도 반복하며 물건을 사고 파는데, 익숙해지다 보면 여기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튼 이렇게 tǎojià huánjià를 할 때, 당연히 사람 따라 취향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법이 등장한다. 게다가 땅덩어리도 넓고 인종도 다양한지라 사투리도 각양각색일 수 있다. 그러나 타오(↓)지아(↘) 환(↗)지아(↘)의 그 패턴만은 거의 대동소이大同小異하게 마련! 그걸 익히기만 하면 상대방이 그 어떤 표현법을 사용하건, 그 어떤 사투리를 사용하건, 무슨 말인지 얼마든지 척척 알아들을 수 있다. 뻔하니깐. 상황을 예측할 수 있으니깐. 그렇겠죠?


자, 이 상황을 역으로 생각하여 회화 교재로 듣기 공부를 한다고 치자. 명심하자! 눈으로 먼저 교재를 보지 마시라. (사알~짝, 쬐끔만… 볼까?) 교재를 먼저 보면 커닝이다. 절대로 보지 마시라! 어허, 말 안 듣지? (애고고, 찔, 끔…) 자, 지금부터 테이프를 잘 들으세요? (에혀, 난 중국말 하나두 모르는데…) 걱정 마시라.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냥 들려오는 것만 들으시면 된다. 자, 준비되셨죠? 틉니다?



(긴장) 쏼라쏼라… (애고, 통 몰라) 우짜고 저짜고… 카이/지아(오잉?) 쏼라쏼라… 타오/지아 (어, 저거…) 쏼라쏼라… 전/머/마이 (어디서 들어본 말 같은디?) 쏼라쏼라… 환/지아… (아, 맞어, 맞어! 소오생 썰 푸는 시간에 들었지이!)



이리하여 점점 더 통빡이 위력을 발휘한다. 아하! 지금 물건 값 흥정하고 있구나? 하하, 조 빤질빤질한 목소린 손님한테 우려내려는 쥔일 거고, 저 목소린 바가지 안 쓰려고 핏대 올리는 손님이겠지, 뭐. 낄낄낄….


듣기 훈련이란 바로 이렇게 상황의 패턴을 익히는 거다.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할지 그 패턴을 짐작하고 있으면 문제없이 들을 수 있다. 듣기 훈련은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는 상황에 익숙해지는 훈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상황에 익숙해지면 들리지 않아도 별로 당황하지 않게 된다. 그다음에 들려오는 말로 전체적인 흐름을 짐작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요주의! 착각하면 안 된다. 철면산(鐵面山, 铁面山)에 올라가 안면몰수파派에 가입하라는 얘기는 아니니까. 그건 또 뭔 소리? 이것도 이야기 한 마당으로 풀이해 드리지. 소오생이 왕년에 참으로 존경(!)해 마지않았던 철면 부인 이야기!


철면산에서 심오한 내공을 쌓은 이 여성은, 그러나 대만에서 무진장 오래 살면서도 중국말은 한마디도 못했다. 그래도 혼자서 쌩쌩 잘도 돌아다니면서 오만 가지 물건을 아무 문제 없이 산다. 사도 그냥 사는 게 아니다. 반드시 무지무지 깎아서 산다. 아니, 중국말 한마디도 못한다면서? 하하! 그러니 안면몰수파의 거장 아니시겠는가? 이 양반은 한국말로 깎는다. 상대방이 뭐라고 하건 간에 무조건 천연덕스럽게 한국말로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물건 팔고 싶으면 니가 알아서 통빡을 발휘하라, 이거지!


하지만 분명히 아시라. 이런 건 결코 ‘듣기’ 실력이 아니다. 자기 혼자서 떠드는 것일 뿐, 상대방 말을 듣는 게 아니다. 물건을 싸게 사서 자기 혼자 잘 처먹고 잘 살자는 이야기요, 중국에는 애당초 관심도 없고 애정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치가 그러하니, 철면 부인에게 얼떨결에 당한 중국 사람들의 속마음은 어떠할까? Ugly Korean! 그 부끄러운 이미지는 바로 이런 곳에서 싹트는 거다. 철면산 안면몰수파에 속한 분들이여! 샤오(↓)씬(→)! 조심하시라(小心)! 언제 한번 진짜 고수를 만나면 한 방에 가는 수가 있으니깐!

오늘의 결론 : 듣기 훈련은 상황의 패턴을 익히는 거다. 그러나 단순히 언어의 외형적 의미를 몇 마디 더 알아듣는 게 ‘듣기’의 전부가 아니다. 참된 ‘듣기 능력’, ‘팅리’를 배양하는 비결은 상대방의 말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말 듣기란 결국 중국을 꾸준히 배워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중국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중국에 대한 상식이 풍부해야 한다. 중국이라는 자연환경과 지리적 특징, 그리고 사회 구조와 생활상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그들의 음식 문화를 알아야 하고,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있는지 그들의 마인드를 알아야 한다. 그들의 모든 것을 알아나가야만 비로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중국말의 진정한 의미를 들을 수 있다. 그렇겠죠? ‘Tīnglì’란 궁극적으로 Listening이 아니라 Comprehension임을 잊지 말자!

 



환경을 바꾸자! 미치기 시작하자!     



대학 3학년 때의 일이다. 중국인 선생님과 함께 경주 불국사에 갔다. 정신없이 중국어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길을 걷다가 아차 실수로 그만 지나가던 아가씨 발을 밟고 말았다. 그 순간 무심코 튀어나온 중국말, “뚜이(↘)부치 (미안합니다).”

그랬더니 그 아가씨, 옆에 있던 친구를 쳐다보며 하는 말 좀 들어보소? “어머, 쪽바리 아냐?” 기가 막혀! 중국말을 일본말로 착각한 건가, 아니면 내가 일본 사람처럼 생겼다는 말인가? 차라리 중국 사람으로 착각해 줬으면 좋았으련만. 섭섭했던 나는 그 즉시 한마디 대답해 줬다. 물론 이번에는 한국말로. “아뇨. 짱꼴란데요?” 그 아가씨, 얼굴이 빨개져 허겁지겁 사라져 버리더군.


지금 무슨 이야길 하려는 거냐? 이렇게 한국에선 외국 사람 대접을 받던 나였는데, 정작 중국에서는 그 정반대 일도 있었다는 이야길 하려는 거다. 버스 안에서 어느 한국 학생과 신나게 떠들다가(한국말로) 그만 옆에 서있던 아줌마 발을 밟았는데, 어이없게도 “어이구, 죄송합니다!” 한국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 아차! 내가 왜 이러지? 왕년에 한국에 있을 때는 중국말로 “뚜이/부치” 하던 내가, 중국에 와서는 도리어 한국말로 “죄송합니다” 하다니, 세상에, 이게 웬 말이란 말이더냐?


인간에게 환경은 너무나 중요하다. 거자일소去者日疎란 말을 아시는가? Out of sight, out of mind! 옆에 없는 사람은 멀어지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뜨겁게 사랑했던 사이라도 멀리 헤어져있다 보면 필경 시간이라는 과거 속에 떠나보내게 마련이다. 남자들 군대 가면 여학생들 고무신 까꾸로 신는 사연이 별달라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육체가 살고 있는 공간보다 정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더 중요한 환경으로 작용한다. 어떤 사람들이 그럴까? 미친 사람들! 미친 사람들이 그러하다. 여인에게 영혼을 빼앗긴 남자는 설령 그녀를 저승으로 떠나보내도 늘 그녀와 함께 호흡한다. 새벽마다 뒷산에 올라 “오겡끼데스까!” 아니, “니(↗)하오(↓)마(↑)?” 외치면서! 난 그렇게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흔히 중국에 가서 지내게 되면 중국어를 공부하는데 가장 유리한 환경에 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러분, 잘 들으시라. 중국에 가서 지낸다고 중국말을 잘 배운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외국어를 배울 때는 육체가 어디 살고 있느냐 하는 점보다는, 내 정신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북경에 가면 오도구(五道口)라는 곳이 있다. 중국어로는 ‘우(↓)따오(↘)커우(↓)’라고 하는 이 동네에는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제일 대표적인 학교인 ‘북경 언어문화대학’이 있다. 이 학교의 정원은 이만 명. IMF 이전에는 그중 만오천 명쯤이 한국 사람이었단다. 그래서 이 동네에는 정말로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이다.


최신곡 긴급 입수를 알리는 노래방, 우리 집 갈비가 원조예요 음식점, 따끈따끈한 한국식(?) 카페…. 거리마다 골목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국말 일색이다. 이런 곳에 살면 고스톱 실력과 함께 참신한 한국말이 새록새록 늘어간다. 그러나 10년을 살아도 중국말은 절대로 늘지 않는다. 왜냐고? 중국에 살아도 여전히 한국에 빠져있기 때문에! 중국에 살아도 여전히 한국에 빠져있는 사람들! 그러려면 대체 무엇 땜에 중국에 갔답니까?


여러분, 중국어 공부를 정말로 하시겠다면 제발이지, 중국에 미쳐 지내시라! 소오생이 다음 글부터 전수해 줄 비결을 가슴 깊이 새겨듣고 그대로 연마하기만 하면, 그리고 중국이라는 환경 안에서 완전히 미쳐 지내기만 하면 한 달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금 당장 중국에 갈 여건이 안 된다면 정신세계를 중국에서 살고 있게 하시라. 그리고 소오생의 비결을 미친 듯이 연마한다면 석 달이면 가능하다.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다. 외국어 공부는 질질 끌면 절대 못 배운다. 단 기간에 해치워야 한다.


여러분은 그 무엇인가를 미치도록 배우고 싶지는 않으신가? 나이에 상관없다. 중국과 중국어, 중국 문화와 중국 문학은 그렇게 미쳐서 배울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물론 반드시 중국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소오생은 무조건적인 중국 예찬론자가 결코 아니다. 그럼 소오생과 함께 중국을 공부해 보자는 이야기는 무슨 뜻인가?


기존 좌뇌 중심의 차갑고 딱딱한 이론 교육과 가치관에서 탈피해서, 우뇌 중심의 신명 나는 공부 방법으로 우리 삶을 보다 신나고 풍요롭게 살아보자는 이야기다. 권위주의와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근엄하게 폼만 잡는 기존의 동아시아 학문하기에서 탈피하여, 그 옛날 공자처럼 시정市井의 언어로 소탈하게 우리네 인간 삶과 대자연과 우주의 이야기 한 마당을 펼쳐보자는 이야기다. 서구식 교육을 받아온 여러분에게 새로운 세계의 눈이 뜨일 것이다. 이야깃거리 글 쓸 거리 시로 노래하고 싶은 것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마그마처럼 뜨거운 정열로 배워볼 그런 의지가 확고하신가? 그렇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환경을 바꾸자! 최소한 석 달 동안만이라도! 지금 당장 우리의 육체가 처한 공간을 중국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의 정신만은 중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얼마든지 가득 채울 수 있다. 사랑에 빠지면 그 님에 대한 불길 같은 열정으로 우리의 영혼이 하나 가득 채워지게 되듯, 중국과 중국어 그리고 중국 문화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타는 목마름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하나 가득 채워보자. 어떻게? 이렇게!     


늘 중국어를 듣고 살자. 단, 홍콩말이나 대만말은 안 된다. 노래라도 상관없고, 개그라도 상관없다. 교재라도 상관없고 딱딱한 뉴스라도 상관없다. 드라마도 좋고 영화도 좋다. 이것저것 번갈아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금상첨화(錦上添花, 锦上添花)다!


아니, 여보세요! 난 아직 중국말 배우기 시작하지도 않았다구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런 걸 어떻게 들어요? 어떻게 듣긴? 귀로 듣지? 무슨 뜻인지 몰라도 아무 상관없다. 말 배우기 시작하는 두 살배기 어린애가 어른들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듣겠는가?


일단은 그냥, 무조건 듣는 거다. 아니, 들려오게끔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아무도 날 아는 이 없는 외로운 산장, 아니 중국 땅 그 어딘가에서 지금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자. 언어는 먼저 귀로 듣는 것이다.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모든 것을 중국어로 채우도록 최대한 노력하자! 물론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말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그러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최대한 한국말을 적게 듣고, 중국말을 최대한 많이 들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중국과 중국어, 중국 문화와 역사, 지리, 문학에 대한 상식을 풍성하게 지니도록 하자. 어떻게? 그런 건 한국어로 된 책을 눈으로 읽으시라. 그게 빠르다. 시중에 오죽이나 많이 쏟아져 나오는가! 마음에 드신다면 소오생이 브런치에 올렸던, 앞으로 올릴 모든 글을 읽으시라. 물론 선택은 자유다.


마지막으로 잔소리 하나 더! 그러나 너무너무 중요한 잔소리라 안 할 수가 없다. 미친다는 의미는 하나에만 정신없이 몰두한다는 뜻이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무조건 미쳐야 한다. 특히 외국어는 더욱 그렇다. 미쳐야 배울 수 있다. 어영부영 배우려면 차라리 시작을 하지 마라. 중국어를 배우는 석 달 동안 여러분 삶의 화두(話頭, 话头)는 오로지 중국어 하나여야 한다. 예부터 정신일도精神一到 하사불성何事不成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틀림없이 중국 사람과 똑같이 말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분들은 삶의 화두를 오로지 '중국어'로 삼아야 한다니까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일도 하지 말고 밥도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 그만큼 자신의 자투리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즐겁고도 유쾌한 발성 근육 개조 훈련



“선생님, 왜 우리를 대학생 취급해주지 않는 거예요?” 내 악명을 미처 듣지 못한 중문과 신입생들은 나에게 중국어 발음을 배울 때 가끔 그렇게 항의를 한다. 나그네 여러분, 그럼 나는 뭐라고 대답하는지 아시는가? 뭬라? 대학생? 하하, 꿈도 야무지시군. 이제부터 너희들은 대학생은커녕 똥개다, 똥개! 아시겠는가? 아, 아, 그렇다고 너무 억울해할 필요 없다. 나도 교수가 아니라 조련사, 그것도 똥개 조련사일 테니깐.      


이 자리에 있는 나그네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건 책으로 쓰는 거니깐 특별히 듣기 좋게 여러분에게는 멍멍이라고 불러드리지. 어머, 어머, 세상에… 어쩜 그러실 수가 있어요? 조금 전에는 우리들더러 사랑하는 연인이 어쩌구, 존재의 이유 저쩌구 그러더니, 벌써 이러실 수가 있는 거예요? 흐흐, 조타!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특별히 여러분이 멍멍이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 드리지….


국어/외국어 교육은 흔히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읽기’와 ‘쓰기’ 교육에 치중한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거다. ‘읽기’와 ‘쓰기’는 나중 단계고, 처음에는 ‘듣기’와 ‘말하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렇겠지? 근데 그중에서도 어떤 게 더 중요할까? 글쎄요? ‘듣기’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어야 나도 대답을 하지 않겠어요? 그렇다. ‘듣기’가 먼저다. 말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금방 증명된다. ‘듣기’가 되어야만 말도 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멍멍이 여러분, 잘 들으시라! 본 조련사 생각엔 그러나 ‘듣기’보다 ‘말하기’가 더 중요하다. 왜냐? ‘듣기’는 특별히 훈련을 따로 하지 않아도 오래 듣다 보면 저절로 들린다. 미국이나 중국 등 본토에 가서 십 년, 이십 년 살다 보면 피노키오 아줌마나 짱꿰 아저씨가 뭔 말을 하시는 건지 통빡으로 다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말하기’는 아니다. 아무리 본토에서 오래 살아도 따로 특별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10년 동안 죽어라 영어를 배웠으면 뭘 하는가? “Excuse me!" 길에서 피노키오 아저씨가 말을 걸면, 어마 뜨거라,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사람이 부지기수 아닌가! 왜 그럴까? 간단하다. 말하기 훈련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뭐.


그렇다면 ‘말하기 훈련’이란 무엇인가? 딴 게 아니다. 발성 근육을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치는 작업을 말한다. 그러므로 ‘중국어 말하기 훈련’이란 첫째, 한국어를 말할 때 사용하는 발성 근육을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 일이고, 둘째, 중국어로 말할 때 많이 사용되는 근육을 탄탄하게 만드는 일이다.


‘말하기’란 머리로 따지고 이해하는 과학이나 논리가 아니다. 가슴으로 따스하게 느끼는 문학이나 예술도 아니다. ‘말하기’는 스포츠다. 체력 단련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발성 근육 훈련이다. 


월드컵 4강 신화의 비결이 어디에 있는가? 히딩크의 체력 단련 프로그램이 그 기본이라고 하지 않는가? 외국어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농담 따먹기 식으로 일주일에 몇 번 강의를 듣고, “아, 그랬어? 그런 거구나~.” 고개 몇 번 끄덕거리고 지나가면 저절로 익혀지는 게 절대로 아니다! 소오생이 써놓은 글을 낄낄깔깔 재미 삼아 한두 번 읽어본다고 해결되는 일이 결코 아니란 말이다.


‘말하기’는 똥개, 아니 멍멍이 훈련이다. 대학생이고 뭐고, 인격이고 뭐고, 그런 걸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악랄무쌍한 조련사의 명령에 따라 피눈물 나는 반복 훈련을 통하여 새로운 발성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말하기 트레이닝 시간에는 나는 더 이상 대학 교수도 아니고, 여러분의 인생 선배도 아니며, 다정한 길라잡이, 친절한 가이더도 아니다. 오로지 냉혹한 조련사! 멍멍이 조련사인 것이다. 아시겠음?


그러므로 외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은 무조건 먼저 멍멍개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복날에 ‘개 끌리듯’ 끌려가는 그런 한심한 멍멍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본 조련사의 명령에 기껍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절대복종하여 자진해서 훈련에 임하는, 신나는 멍멍이, 생각하는 멍멍이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아시겠음?


자, 명령 1호다! 첫째, 앞으로 당분간 한국말을 가급적 하지 마라! 한국말을 자꾸 하면 중국어 발성 근육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애써 만들어지는가 싶다가도 도로 망가져 버린다. 답답해도 참아라! Body Language를 사용하든지, 차라리 영어를 사용해라. 한국말만 안 하면 된다. 그리고, 다만 한두 마디라도 이미 배운 중국말 있죠? 그걸 아무 때나, 무조건, 자꾸만 써먹어라. 꼭 해야 할 말이 있으면 종이에 써라. 아무튼 한국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벌금 1,000원씩! 멍멍이 여러분, 뭔 말인지 아시겠음?


아니, 근데 이게 웬일? “월월!” “멍멍!” “깨갱!” 사방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난리도 아니네? 이런 똥개들…. 하하하! 아무튼 중국어 공부는 이렇게 즐겁고도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너무너무 재밌다. 자, 그람, 슬슬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나름대로는 N0!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입각해서!



“선생님, 흑흑! 억울해요. 전 정말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했단 말이에요, 흑흑! 근데 선생님 앞에 오니까 떨려서 안 되는 걸 어떡하란 말이에요? 흑흑!”


많은 여학생 멍멍이들이 시험 보러 내 연구실에 왔다가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달기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눈물 공세를 펼친다. 흥! 그런다고 내가 봐줄 줄 아느냥? 어림 반푼어치도 없당! 피도 눈물도 없이 잘라버린다. 본 조련사의 악명은 이렇게 탄생한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나름대로’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 말만 꺼내면 뭐든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처럼 툭하면 면죄부인 양 즐겨 사용한다. ‘나름대로’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객관성과 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멍멍이들은 문제 아동, 아니 문제 강아지가 될 소지가 제일 높다. 앗! 내가 지금 뭣땀시 이렇게 흥분한 목소리냐? 죄송!


멍멍이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은 절대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 안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으니, 반드시 본 조련사가 여러분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일정표에 입각해서 따라오시기 바란다. 트레이닝 장소가 중국이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어디가 되었든지, 반드시 아래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입각해서 훈련에 성심 성의껏 임해주시기 바란다. 오케이?


<  말하기 훈련 7단계 프로그램  >     


이 프로그램은 크게  [기초코스][응용코스]로 나뉜다. 오늘은 먼저 [기초코스] 5단계를 배우고 [응용코스]발성 근육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 그 요령과 방법을 설명해 주겠다.


 [ 기초 코스 5 단계 ]


(1) 비결 전수(요령 숙지) : 중국어에는 우리나라 말에 없는 낯선 발음들이 많다. 게다가 평면어인 우리말과는 달리, 중국말은 소리의 높낮이가 있다는 점이 초보자를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머리에 쏙쏙 재미있게 기억되는 비결이 준비되어 있으니깐!


(2) 들어보기 : 외국어 공부는 모방이다. 문자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 말을 흉내 내는 거다. 그러려면 먼저 귀로 들어야 한다. 무엇을 들어야 할까? 중국인들이 쏼라쏼라 떠드는 상황을 전체적으로 들으며 통빡을 키우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왕초보 단계에서는 우선 먼저 선생님의 발음을 잘 들으면서 하나하나의 개별적 음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흉내를 낼 수 있으니깐. 여기서 요주의! 절대 눈으로 먼저 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예습한답시고 눈으로 교재를 먼저 보면 커닝이다! 절대, 절대 금지다! 


(3) 흉내내기 : 귀로 정확한 음가를 확인한 다음, 입으로 그 음가를 흉내내어 본다.

  ① 먼저 머릿속으로 이 음가의 발음 요령을 떠올려본다.

  ② 입 안에서 소리 내지 않고 두서너 번 발음해 본다.

  ③ 천천히,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를 내어 발음해 본다.

  ④ 선생님 없이 연습할 때는 반드시 자신의 발음을 녹음해 보자. 너무 길게 듣고 녹음하면 따라 하기 힘드니까, 한 구절씩 잘라서 듣고 녹음하도록 한다. 물론 무슨 뜻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그게 정상이다.


(4) 확인하기 : 가장 중요한 단계다. 자신의 발음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확인하지도 않고 틀린 발음을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하면 점점 더 잘못된 발음이 입에 굳어버린다. 이렇게 하여 입 안에서 발성 근육이 굳어버리면 고치기가 정말 어렵다.


귀로 확인하기 : 선생님이 옆에서 잘못된 발음을 지적해 준다면 가장 좋다. 그런 상황이 안된다면 아래의 요령으로 혼자서라도 체크해 보자.


  (a) 3)-④ 단계에서 녹음한 자신의 발음과 선생님 발음을 한 구절씩 비교하며 체크해 보자. 아주 꼼꼼하고 냉정하게! 절대로 자기 자신의 발음에 너그러워서는 안 된다. 이때 아주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하지만 귀찮다고 ‘나름대로’ 맞게 발음했으리라 짐작하고 대충 넘어가면 절대로 안 된다.


  (b) 자신의 발음이 80% 정도 비슷하게 발음되었다고 판단되면 마무리 공부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문장을 짧게 끊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들으면서 전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짐작하려고 노력한다. 아마 맨 처음 들었을 때보다는 조금 더 감이 와닿을 것이다. 그러나 몰라도 상관없다. 궁금증이 생겨서 답답해질수록 나중에 깨닫게 되면 뇌리에 그만큼 더 깊게 남는 법이니까.


눈으로 확인하기 : 소리를 귀로 들으면서 교재를 눈으로 본다. 아, 이게 그 뜻이었구나! 쌓였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리는 순간이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만큼 그 발음의 뜻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쏙쏙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다시 책을 덮고 또 한 번 녹음한다. 그리고 다시 비교해 보며 아까보다 나아졌는지 확인해 본다. 외국어 습득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이 단계에서는 요령 피우지 말고 끈질기게 반복 훈련하는 게 장땡이다.


(5) 입에 올리기 : 정확한 음가를 입으로 확인한 연후에는 빨리빨리 말하면서 완전히 입에 올리는 훈련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수업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홍길동이가 되어 산속에 들어가 도술을 배운다 생각하자. 길동이를 단련시키고 싶은 도사는 이 단계에서는 도술은 안 가르쳐주고 자꾸 궂은 부엌일만 시킨다. 그뿐인가? 툭하면 곤히 잠든 길동이의 머리를 지팡이로 사정없이 내리친다. 아야야! 그러나 꾀 피우지 않고 이렇게 한 달 동안 반복 훈련을 하다 보면, 어느덧 곤히 잠자다가도 내리치는 도사의 지팡이를 자신도 모르게 피하고 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된다. 어, 소오생 말이 참말이네?


< 계 속 >




중국어를 재밌게 배우고 싶으신가요?

매거진 구독 후에, 아래를 클릭! 처음부터 빠짐없이 따라와 보셔요.

라이킷으로 출석 인증 연후에...

궁금한 점은 댓글에 적극적으로 질문해 주시고요. ^^



매거진

앗, 중국말이 이렇게 재밌다니!

구독!



제1부 목차


프롤로그

<중국말로 출발하는 행복한 중국여행>

중국어의 특성

<01.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중국말>

<02. 지금 중국은 이중 언어 구조>

<03. 성조가 틀리면 목숨이 왔다 갔다>

<04. 멀티미디어 언어와 문학으로 새로운 인생을>


제2부 중국어 발음 상식


<05. 중국어 여행길의 아름다운 동반자>

<06. 중국말 학습 여행, 환경부터 조성하자>


---------------------

다음 글은 <중국어 발음부호 배우고 익히기>입니다.

그다음은 제3부로 본격적인 멜로디 훈련에 들어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5. 중국어 여행길의 아름다운 동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