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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Jul 03. 2024

01.Building is not university!

대학과 대학교의 차이 

빌딩이 대학은 아니잖아요. 


언젠가 외국의 대학시찰단이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아무개 대학을 참관하고 한 말이란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직접 들은 한국 측 관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게 뭔 소린가, 심드렁하지 않았을까?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들었을 정도라면 애당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게다.


우리나라는 ‘대학’과 ‘대학교’가 다르다. 

언제부터인지 ‘대학’은 ‘단과대학(collage)’이고, ‘대학교’는 ‘종합대학(university)’이란다. 


두 단어의 차이는 ‘학교 교校’ 자의 유무有無다. 아니, 대체 ‘교校’가 무슨 뜻이길래? 강의실, 강의동 등등 학교의 외형적인 건물/기구/시설 등을 뜻한다. 그럼 건물이 많으면 ‘대학교’고, 별로 없으면 ‘대학’이라는 말인가? 누가 이런 식으로 구분해 놓았는지 참으로 기막힌 발상이다. 


'장長'의 호칭도 대학은 ‘학장’인데, '대학교'는 웃기게도 ‘총장’이다. '대학교'의 '장'이니까 당연히 '교장'이어야 하는데 갑자기 웬 '총장'? 일본제국주의 언어의 잔재다. 그래서인지 작은 ‘대학’의 ‘학장님’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규모를 키워 ‘대학교’로 인정받아 ‘총장님’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남들 위에 군림하고픈 권위주의의 발로일까. 


한자를 사용하는 주변 국가에는 ‘대학교’라는 명칭이 아예 없다. 그냥 ‘대학’이다. 중국의 北京大學, 淸華大學, 대만의 國立臺灣大學, 政治大學... 하물며 일본조차도 東京大學, 早稻田大學이다. 그 어느 나라도 대학 명칭에 ‘교’ 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체 어떤 교육부 관계자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차이를 둔 것일까? 아무튼 우리 사회의 ‘대학’에 대한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들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입학지망생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졌단다. 노태우 정권이 설립 인가를 마구 내주어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생긴 탓이다. 당시에는 대학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그랬단다. 


아하, 경쟁률을 낮춰서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대학물을 먹게 해 주려는 충정으로 그랬단 말씀? 쩝. 뭐 그렇다 치자. 근데 왜들 그리 기를 쓰고 대학을 가려는 걸까?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취업도 잘 되고 사회에서 인정해 준다고? 아니, 대체 ‘대학’이 뭘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길래…. 백과사전에선 뭐라고 하는지 찾아보았다.


“대학(大學, 영어: university, 라틴어: universitas: "전체"라는 의미)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학위를 수여하는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이다. … 대학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universitas magistrorum et scholarium에서 파생된 것으로, 대략 ‘교사와 학자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위키백과) 


이럴 수가! 

소위 '백과사전'이 '대학'을 이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니... 

너무나 놀랍다. 


첫째, ‘대학’이라는 단어는 엄연히 한자 단어다. 그런데 뭬라? 한자 단어가 라틴어에서 파생된 거라고? 그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언어의 구별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속한 동아시아 고유의 교육 문화를 아예 무시하고 있다. 적어도 백과사전이라면 마땅히 '대학'과 'university'를 구별해서 서술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서구 문화가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600년 전통의 '대학'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의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언급이 없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대학의 기능에 대한 인식이 놀랍도록 천박하다. 빈말이라도 진리의 상아탑 어쩌구저쩌구, 아예 그런 비슷한 표현조차 없다. 그냥 학위자격증을 주는 기관이란다. 18세기 서구의 것을 맹목적으로 베껴온 일제 식민지학문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슬퍼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이런 생각들이 단지 어느 '몰지각한' 백과사전에 국한된 인식일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인식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 백과사전은 시대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대학은 없고 대학교만 존재한다. 




소오생은 요새 뉴스를 아예 보지 않는다. 사명감과 소명의식은커녕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선별적인 정보(그것도 부정확한)만 공급하는 사이비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에, TV는 이따금 다큐나 스포츠 시청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뉴스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봄날 작가님의 <남녀가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 연애이다>를 보니, 최근 교제폭력 심지어 교제살인이 사회의 핫이슈인 모양이다. 특히 수능 점수를 만점 받았던 의대생이 사귀던 여성이 헤어지자 했다고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뉴스가 충격적이었다. '공부'를 그렇게 잘했던 그 청년은, 자기 범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세상이 온통 유전무죄 유권무죄니까 자신도 별일 없을 것으로 인식했던 것일까? 


차제에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를 한번 진단해 보자. OECD 국가 중 해마다 자살률 1위. 남북의 분단, 동서 간의 지역대결 구도, 종교 간의 갈등, 정치와 경제의 극한 대립... 겉모습은 그럭저럭 화려해 보이는데 그 이면을 알고 보면 끔찍하기 그지없다. 


이런 사회를 물려받은 MZ 세대는 기가 막히다. 남혐과 여혐이 판을 치니 청춘 남녀 간에 안심하고 사귀기도 힘들다. 현실 여건이 어려우니 결혼도 마냥 미뤄지고, 결혼을 했다 한들 미래가 불안하니 아이 낳기가 자꾸만 망설여진다.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으니 '공정'과 '정의'도 자기중심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고,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으니 월급 많이 주는 직장,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직업을 구해야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남들 위에 군림할 수도 있다. 그래야 '출세'한 것이고 '성공'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그러면 정말 성공한 것일까?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서 검사 나으리가 되고, 무술巫術의 도움으로 유력 정치인이 되어 마침내 최고 권력을 장악하면 정말 출세하고 성공한 것일까? 고명하신 의사 선생님들은 왜 툭하면 집단행동을 했으며, 그 의대생은 왜 출세와 성공의 고지 바로 앞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인성人性 교육'의 부재를 지적한다. 교제폭력 교제살인을 예방하기 위해 올바른 이성교제를 위한 교과목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대두된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최고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본연의 기능을 되찾지 못하는 한, 안타깝지만 사실상 백약이 무효다. 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Building is not university.” 

빌딩은 대학이 아니다. 


외형적 모습이 대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학위증명서나 발행하는 기관이 아니다. 취업을 위해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 다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학'이 '대학'다워질 수 있을까? 하나씩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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