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의 수염과 왕유의 여백
그의 시에는 '장소長嘯'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길게 휘파람 분다'라는 뜻. 그러나 사실 '장소'는 도교 수련 방법 중의 하나다. 육조六朝 시대의 유명한 도사 갈홍葛洪에 의하면, 신선이 되기 위한 도교의 수련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보정補精, 즉 '접이불루接而不漏'의 방법으로 동녀童女와 교접하는 이른바 '방중술房中術'이 그 첫째요, 불로장생의 기화요초를 구하기 어려우니 만들어 먹자는 '연단술鍊丹術'이 그 둘째다.
그러나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방법은 '행기行氣' 또는 '토납吐納'이라고 하는 일종의 호흡법이었다. 요사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단학丹學'이나 '기공氣功'이 이에 속한다. '장소'는 당나라 때 유행했던 호흡법의 하나로, 유명한 도사이기도 했던 이백의 시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왕유가 좌선할 때 수일의 방법으로 채택한 것은 선가의 언어를 화두로 삼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 같은 도교의 호흡법도 있었다. 젊은 시절 왕유는 소림사 뒷산인 숭산에서 은거하기도 하였는데, 당시 숭산에는 유명한 초련사焦練士가 은거했다니 혹시 그에게 '장소'의 비법을 전수받았는지도 모르겠다.
* 연사練士 : 도력道力이 높고 수련이 깊은 도사.
왕유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았던 것은 불교가 아니라 장생불사를 말하는 도교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가 만년에 들어가면서 점점 불교의 선종禪宗에 깊이 빠져들어간다.
이 시의 '안자眼字'는 무엇일까?
중국시에는 대부분 '안자眼字'라는 것이 있다. '안자'는 작품의 '주제'를 알려주는 키워드와는 다르다. 주제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예술적 글자다. 여러 글자가 아니다. 딱 한 글자다. 하지만 이 글자가 없으면 주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 작품 전체가 아연啞然 빛을 잃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 어떤 문인은 그런 글자를 옥쟁반에 던지면 '땡그랑'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시의 '안자眼字'는 20글자 중에서 과연 무엇일까?
소리. 중국 고전문학과 산수화를 감상하는 키워드...
볼드체 부분... 얼마나 오래 앉아 있으면 구름이 일어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을까. 그렇게 앉아서 바라보면 졸리지는 않을까. 엉덩이나 허리는 배기거나 아프지는 않을까.
나는 왕유의 이 그림 같은 시를 사랑한다. 여기에는 숨죽인 참선의 적막감 대신에, 도연명처럼 전원생활을 사랑하고 즐기는 소박한 삶에 대한 애정이 넘쳐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숨어 신선이 되기를 꿈꾸고 해탈의 세계를 엿보는 왕유가 아니어서 좋고, 전원의 평범한 이웃들에게 보내는 왕유의 따뜻한 애정의 시선이라서 더욱 좋다. 만년의 왕유는 깊은 산속이 아니라 망천輞川이라는 정겨운 시골 동네에서 살았다.
떠오르는 달에 산새가 놀란 이유는 두려움이 아니라 신선함 때문이리라. 매일 밤 떠오르는 달을 보고 그때마다 새롭게 경이로움을 맛보는 시인의 정신적 완숙함이 돋보인다. 집착을 버리자 찾아온 여백의 시간, 깨달음의 세계에서 시인은 산새가 되어 즐겁게 노래한다. 그러자 그 작품 세계의 계절적 무대도 가을에서 봄으로 바뀌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