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중국 음식과 인간관계 (6)
지음知音: 《열자列子․탕문湯問》과 《여씨춘추呂氏春秋․본미本味》에 실린 아래와 같은 에피소드에서 비롯된 단어다.
백아伯牙는 거문고의 명인名人이었고, 종자기鍾子期는 곡을 잘 이해할 줄 알았다. 백아가 높은 산을 악상으로 떠올리며 거문고를 뜯으면 종자기는 “이야! 하늘 높이 우뚝 선 태산 같구나!” 감탄하였고, 흐르는 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참 좋다!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 같구나!” 탄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이처럼 백아가 떠올린 모든 악상을 종자기는 언제나 조금도 틀림없이 맞추어 내었다.
언젠가 그들이 태산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문득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바위 밑에 피신하고 있는데, 백아가 슬픈 생각이 들어 거문고를 뜯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마 비를, 이어서 무너지는 산사태를 떠올리며 곡을 연주하는데, 종자기는 그때마다 자신이 떠올린 모든 악상을 정확히 맞추니 백아는 거문고를 내려놓으며 탄복하여 말했다. “노형의 이해력은 정말 기막히구려! 그대가 머릿속에 떠올린 게 바로 곧 내 마음속에 생각했던 그것이었소. 하하,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구려!”
종자기가 죽었다. 백아는 탄식하며 거문고의 줄을 끊어버렸다. "이제 또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겠는가!" 소오생은 물론 백아가 못된다. 그러나 종자기 같은 작가님이 브런치에 존재한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 압운押韻, rhyme ※
▶ 시를 지을 때 행의 처음, 행의 끝, 행간 휴지休止와 같은 곳에서 비슷한 음 또는 같은 음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리듬감이 탄생하고 기억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현대시에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고대 시에서는 많이 사용했다.
▶ 중국어의 발음은 초성初聲과 중성中聲, 종성終聲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발음의 앞부분(초성)을 성모聲母라 하고, 뒷부분(중성+종성)을 운모韻母라고 한다.
▶ 중국시에서 압운을 한다는 말은 같은 계열의 운모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군’, ‘문’, ‘분’, ‘준’ 등은 모두 같은 계열의 운자다. 이렇게 동일한 운모를 사용하여 시를 쓰는 행위를 ‘압운’을 한다고 말한다.
▶ 우리나라의 한자 발음은 당나라 때의 중국어 한자 발음과 매우 유사하다. 그 무렵 중국에서 수입된 어휘와 발음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 중국의 표준어 발음은 모두 변했기 때문에 일반 중국 사람들은 압운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자 발음만 알면 거의 대부분 압운 여부를 맞출 수 있다. 기본적으로 그림 속의 퀴즈를 풀기에 매우 유리하다.
▶ 翠微(취미): 산 중턱에 보이는 푸른빛. 듬성듬성 보이는 나무 숲
▶ 丹崖(단애): 깎아지른 절벽
▶ 呑吐(탄토): 삼키고 토하다
▶ 層巒(층만): 층층 겹친 산봉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