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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Aug 12. 2023

03. 벤자민 버튼이 되어

[제1부] 공자의 리즈 시절

[첫 번째 독법] 吾...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나는... 일흔 살이 되자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게 되었다.  


[두 번째 독법]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일흔 살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공자가 생각하는 리즈 시절은 일흔 나이였다. 그 기준은 아주 소박하다.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 혹은 미인의 사랑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게 인정이나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 그러면서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의 자유로움! 그것만 얻을 수 있으면 된다. 그럴 수 있는 때가 리즈 시절이라는 것이다. 음미할수록 참 소박하다. 그런데, '법도 矩'란 게 뭘까?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행하지 말라 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 · 안연顏淵》2장, 〈위령공衛靈公〉23장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그 어떤 일정한 질서의 기준을 말하는 것이리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마음껏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행동하는데도 타인에게 그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다는 거다. 개인의 의지와 사회의 도덕률이 천의무봉하게 일치된 인격의 완성, 진정한 행동의 자유로움이다. 공자와 같은 인물도 70년의 공력을 쌓아야 비로소 가능한 무상無上의 경지인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훈장이나 되는 것처럼 안하무인 행동으로 늙어가는 설움을 달래겠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사회의 인식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욕하면서 닮아간다고 대부분 그 나이가 되면 마찬가지가 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점은 애써 외면하고 싶다. 


젠장, 70년 동안 눈치 보며 쎄빠지게 고생했으니깐 이제 좀 내 마음대로 살아보자구. 아니, 뭐야? 마음대로 살라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야 이 눔들아, 누구 약 올리냐? 그게 말이 돼? 늙은이한테 훈계를 해? 니들은 애비 에미도 없냐? 니들은 안 늙을 줄 알어? 


물론 안 그런 '어르신'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저렇게 강변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 내 친구들 하는 짓을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나는 또 어떨지, 자꾸만 돌이켜보게 된다. 하지만 공자는 말한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타인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고. 그런데 그러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그 경지를 인생 여행길의 목적지로 삼아야 한다. 일흔 나이를 인생의 최고 황금기, 찬란한 리즈 시절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는가. 둘째, 인생의 주요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선택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의 지혜를 실천하며 뚜벅뚜벅 70년 세월의 길을 걸어가면, 틀림없이 저물면서 빛나는 삶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인생의 주요 갈림길에는 다섯 단계가 있다. 



( 1 ) 열다섯 나이에는 학문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十有五而志於學 (지어학)

( 2 ) 서른 살에는 싱그러운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三十而立 (삼십)

( 3 ) 마흔 살에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四十而不惑 (불혹)

( 4 ) 쉰 살에는 천명을 알아야 한다   

五十而知天命 (오십지천명)

( 5 ) 예순 나이가 되면 귀가 순해져야 한다  

六十而耳順 (육십이순)



음미하다 보니 궁금해진다. 젊어서 학문에 뜻을 두고 가치관을 정립하라는 취지까지는 대충 짐작하겠다. 그런데 왜 하필 마흔 나이에는 불혹不惑이라는 걸까? 왜 오십에는 지천명知天命이요, 예순 나이에는 이순耳順이라는 걸까?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 걸까?


벤자민 버튼처럼 시간을 거꾸로 걸어가 보고 싶다. 나는 어디서 어떤 길을 선택하며 걸어온 것일까? 


                                                    < 계 속 >


[ 표지 사진 ]

◎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지원 창작뮤지컬.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포스터의 일부분. 스콧 피츠제럴드 원작, 조광화 극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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