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개의 산책 루틴
개는 나와 함께 집 밖을 나가기 전부터 흥이 오르기 시작한다. 개가 현관 앞에서 빙그르르 돌고 한쪽 앞발을 구른다. 내가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 개는 짧게 짖는다. 주둥이를 내 다리에 밖는다. 그래도 서둘러 나가지 않으면 내 옷을 주둥이로 잡아 당긴다. 이 때까지 기다렸다가 밖에 나가면 원활한 산책은 글렀다. 개의 흥분도가 최고조에 이르러서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 개와 함께 뛰거나 개에게 끌려다니거나 중 하나이다.
그나마 발을 구를 때 재빠르게 나가면 산책에 앞서 개를 진정시킬 수 있다. 현관 앞에서 기다려, 건물 입구 앞에서 기다려, 아파트 입구 앞에서 기다려, 총 세번의 기다려를 무사히 마치면 개는 마침내 밖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이 때 총알같이 튀어 나가는 개를 저지하지 못하면 개는 스쿠터나 자전거, 아파트 입구에서 발차하는 차에 치일 수 있다. 그렇게 사방을 경계하며 밖에 나가면 우리 개는 제일 먼저 가로수로 달려가 오줌을 싼다. 급하지 않을 때는 한 블럭 정도 걸어가 그곳 장미정원에 오줌을 싼다. 그렇게 산책이 시작된다.
오줌으로 시작된 산책은 똥 누일 장소를 찾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우리 개는 똥에 진심이라 마땅한 곳을 찾을 때까지 신중하고 신속하게 냄새를 맡는다. 똥이 마려운 정도에 따라서 우리는 빠르게 걸어도 되고 때때로 뛰어야 한다. 마땅한 곳을 발견한다면 우리 개는 한참을 빙글빙글 돌며 정확한 스팟과 자세를 고른다. 그 다음은 나의 몫이다. 개의 똥의 단단함, 질감, 이물질 여부를 확인하며 비닐봉투를 낀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든다. 가끔 너무 무른 똥을 싼다면 개가 뭘 먹고 탈이 났는지 복기해야 한다.
똥을 싼 개는 조금 여유롭다. 드디어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개는 좀 천천히 걸어준다. 개가 걸으며 나를 바라보면 예쓰! 굿걸!로 화답한다. 개가 너무 앞서 나아가 줄을 당기기 시작하면 줄을 슬금슬금 당겨 개가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개가 화단을 구경하고 싶어하면 대체적으로 허용하지만 대부분 개가 다시 흥분하기 시작하므로 흥분이 고조되기 전에 개를 불러 들인다. 개는 알았다는 듯이 내 옆으로 걷다가 이내 다시 화단쪽으로 뛰어 간다. 그럼 다시 불러 들이고 개는 다시 뛰어간다. 그 때 다른 개가 목줄도 없이 주인과 유유히 우리 곁을 지나간다. 나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다시 화단을 종횡무진하는 우리 개를 불러 들인다.
우리의 산책은 정신 없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힘들다. 누구는 풀숲이나 정원에 집착하는 개를 귀엽다고 하고 누구는 이상한 눈빛을 보내며 지나간다. 누구는 무관심하고 누구는 무서워 한다. 우리 개는 까만 중형견이다. 다른 견주들은 심상치 않은 덩치도 큰 우리 개의 산책 방식에 우리를 마주치기 꺼려한다. 반면 할머니들은 반색하며 귀여워 한다. 우리는 길에서 예쁨, 몰이해, 미움, 무서움, 무관심을 고루고루 받는 소소하게 다이나믹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