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는 왜 자꾸 수정 요청을 할까?

협업에서 진짜 중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

by 이슈메이커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면 '이거 조금만 수정해주세요'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습니다. 처음엔 그 말이 그렇게 불편했습니다. 왜 자꾸 바꾸라고 할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도대체 조금만이 얼마나 조금인걸까?... 그 말 뒤에는 늘 막연한 불안이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됐어요. 기획자가 자꾸 수정 요청을 하는 이유는 디자이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협업이란 서로의 불안을 이해하고 메꿔주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girl-making-business-task.png

수정 요청의 진짜 이유는 '의도 불일치'

기획자가 보는 화면은 '기능'이고, 디자이너가 보는 화면은 '경험'입니다. 이 둘이 일치하지 않으면, 수정 요청은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기획자는 "여기 버튼 위치를 오른쪽으로 옮겨주세요"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말의 진짜 뜻은 "사용자가 이걸 더 빨리 찾았으면 좋겠어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디자이너는 이걸 단순한 위치 수정으로 받아들이면 결국 서로는 같은 대화를 하면서도 전혀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수정 요청을 받을 때, 무엇을 바꾸라는지보다 왜 바꾸려 하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의도를 공유하면 수정이 줄고, 방향이 명확해지니까요. 수정은 대부분 의도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생각합니다.



girl-thinking-about-mail-research.png

좋은 협업은 이해가 빠른 디자인이다

협업이 잘된 프로젝트는 수정이 없어서 좋은게 아닙니다. 서로의 맥락을 빠르게 이해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것입니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이 생기지만, 그게 언제나 유저에게 옳은 건 아니에요. 기획자의 관점은 그 틈을 메워줍니다. 기획자는 유저 흐름을 더 넓게 보고, 디자이너는 그 흐름을 더 깊게 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좋은 협업은 대립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내가 모르는걸 상대가 알고, 상대가 놓친걸 내가 채워주는 관계. 결국 수정이 많다고 해서 협업이 나쁜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대화의 질이 중요합니다. "왜 이렇게 바꿔야 하죠?"라는 질문이 공격이 아니라 이해의 출발이 되는 순간, 그게 진짜 협업의 시작일겁니다.



girl-working-on-laptop-while-making-task-schedule.png

피드백은 싸움이 아니라 대화다

디자이너가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힘든 순간은 내 디자인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드백은 부정이 아니라, 불안의 표현입니다. 기획자는 유저를 대신해 걱정하고, 디자이너는 브랜드를 대신해 고민합니다. 그 두 불안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오해가 생겨요. 그래서 나는 이제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이건 우리 둘 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어서 생긴 대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피드백을 주고받는건 싸움이 아니라,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니까요.



마치며...

디자인은 혼자서 완성할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시선이 닿을 때, 비로소 방향이 선명해집니다. 기획자의 수정 요청은 불편한게 아니라, 내 디자인이 누군가의 생각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게 때로는 힘들어도, 결국 그 대화 덕분에 디자인은 조금씩 더 사람다운 방향으로 자랍니다. 오늘도 나는 수정요청을 받지만 그 속에서 다시 묻습니다. "이 사람은 지금 어떤 불안을 해결하려고 이 말을 했을까?"라구요. 그 질문에서, 진짜 협업이 시작되기 때문이죠.



▶(광고) 수년간의 디자인 경력으로 채워진 경력 디자이너를 추가 금액 일절 없이 월 구독료 한번으로 브랜딩부터 마케팅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업무를 채용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디자이너 구독 서비스 NEXTIN.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잘한다'는 말보다 '믿는다'는 말을 듣고 싶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