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 극복을 위한 나만의 루틴
디자인이라는 일은 늘 새롭고 설레는 동시에 때로는 나를 지치게 만듭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가도 수정 요청 한 번에 무너지기도 하고, 마감 기한에 쫓기다 보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나 싶은 고민이 끝없이 이어지더라구요. 저도 어느 순간부터 단순히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즐겁게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저에게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저는 완벽주의 성향이 굉장히 높은 사람인지라 예전에는 밤을 새워서라도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직성이 풀렸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몸도 마음도 매우 지쳐갔습니다. 지금은 작업 시간을 구분하고,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두려고 노력하고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에는 창의적인 작업(아이디어 스케치, 컨셉 기획 등), 오후에는 반복 작업(디자인 정리, 마감용 자료 제작 등)과 같은 식으로 흐름을 나누면 생산성도 올라가고 집중력도 훨씬 오래 유지됩니다. 또 작업 중간에 산책을 하거나 짧은 커피 타임을 넣는 것도 저만의 작은 리셋 방법입니다.
디자인은 혼자 하는 작업 같아 보여도 사실 협업의 연속입니다. 마케터, 개발자, 대표님 등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놓쳤던 시각을 발견하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죠. 피드백을 받을 때도 처음엔 방어적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나 혼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이라고 받아들이니 훨씬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덜해졌습니다. 협업을 잘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큰 에너지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는 생각보다 반복 작업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 파일 정리, 이미지 사이즈 수정, 여러 포맷으로 재작업 등... 이런 일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저는 figma, Notion, Coolors 등(앞 글에 언급한 서비스들)과 같은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파일을 한번 옮겨갈 때마다 '디자인_최종v1...v2...v3...'와 같이 파일명만 길어지고 정리도 안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스트레스가 줄었습니다. 특히 Notion에 작업 히스토리를 정리하고, Figma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습관을 들이니 이전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빠르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줄었습니다.
디자인 업무는 언제나 일정과 요청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합니다. 아무리 루틴을 잘 정리하고 효율을 높여도, 갑작스럽게 큰 프로젝트나 긴급한 마감 요청이 생길 때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어요. 이럴 때는 외부 리소스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단발성 외주뿐 아니라, 브랜드와 함께 방향성을 고민하며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십 모델도 점점 늘어나고있습니다. 디자이너의 고충은 디자이너밖에 모릅니다. 저도 대표님께 외부 리소스 활용에 대해 여러번 언급드리고 요청드려서 결국 디자이너 구독 서비스를 이용중인데, 처음에 반대하셨던 대표님께서 오히려 지금은 많이 좋아하시고 계십니다. 외부 리소스 활용의 방식은 반드시 필요한건 아니지만, 상황과 업무 스타일에 따라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한 가지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밸런스는 완벽하게 잡히는 순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조율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 루틴을 정하고 협업에 마음을 열고 반복작업은 줄이고, 필요할 때는 외부 파트너와 유연하게 협력하면서 디자인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이게 제가 지금까지 찾아온 '나만의 업무 밸런스'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갑자기 번아웃 또는 회의감이 오셨다면 여러분 만의 밸런스를 꼭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
+ 혹시 제 글을 읽고 궁금해 하시는 분 계실까봐, 디자이너 구독 서비스 이용했던 곳 링크 걸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