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초빼이의 노포일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오돌]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개수는 총 286,314개이다. 이 중 음식업과 관련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개수는 175,601개로 전체 프랜차이즈의 61.3%를 차지한다. 통계청의 '프랜차이즈 조사'에서 분류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요 업종 16개 중 음식과 관련된 업종이 8개로 절반을 차지한다. 음식업 관련업종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업종은 '한식 음식점업'으로 45,465개(15.9%)이고, 그다음이 '커피 및 기타 비알코올 음료점업'으로 29,581개(10.3%), 치킨 전문점이 29,348개(로 10.3%) 그 뒤를 잇고 있다. 전체 프랜차이즈의 총매출액은 약 100조 1천억 원인데 이 중 음식업종의 매출액은 49조 6천7백8십억 원 정도의 규모로 거의 50%를 차지하니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라 하면 음식 관련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출처: 국가통계포털(KOSIS) '2023 프랜차이즈 조사', 통계청. 중 일부발췌)
좀 더 세분화해서 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곳이 한식업(24.5%)으로 2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커피전문점(18.4%)과 치킨전문점(14.4%)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의 음식 관련 프랜차이즈의 주 트렌드는 '한식과 커피, 그리고 치킨'이라는 것을 조사 결과를 통해 추측할 수 있다. 평균 운영 기간을 살펴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평균 6.8년으로 비프랜차이즈 업체의 9.7년에 비하면 3년 정도 짧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새로운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보면 여전히 프랜차이즈라는 분야의 매력은 굳건한 듯하다. (출처 : 국가통계포털(KOSIS), '2023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농림식품부. 중 일부 발췌)
글의 시작부터 읽기도 어려운 통계청의 조사 자료를 인용하며 '프랜차이즈'를 화두로 끄집어낸 이유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이 그리 녹녹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또한 얼마 전 찾았던 유명한 고깃집이자 프랜차이즈 본점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창업한 지 10년이 조금 넘은, 노포라 부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는 이 업체를 찾은 이유는 집 근처에 있는 가맹점(송도점)의 인상 깊은 서비스와 음식에 반해 '가맹점이 이 정도이면 도대체 본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 거기에 초빼이보다 더 넓은 미식 스펙트럼을 가진 절친의 "그 집은 본점을 꼭 가봐야 해!"라는 추천까지 더해져 적절한 명분까지 갖게 되었다.
프랜차이즈는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재자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자기 상품에 대하여 일정 지역에서의 영업권을 주어 시장 개척을 꾀하는 방식"이라고 사전에서는 정의한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단어는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 '주재자',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 그리고 '일정 지역에서의 영업권'이라는 네 단어이다. 사실 이 네 단어에서 요식업 프랜차이즈의 성격과 형태가 모두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요식업종의 프랜차이즈는 본점의 성공사례에서 기인한다. 본점의 좋은 음식과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이 음식과 서비스를 각 지역의 가맹점들에 제공하면서 영업하는 형태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가맹점들이 "제공하는 음식과 서비스가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본점의 음식과 레시피는 동일한 공정을 거쳐 제품화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일정 정도 '다운그레이드(Downgrade)'가 일어난다. 프랜차이즈 본점과 가맹점의 음식이 일정 부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물론 본점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이미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당산 오돌'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본점이 있다. 지하철 2호선 4번 출구로 나와 4~5분 정도 걸으면 당산 오돌 본점에 이른다. 주택가가 시작되는 골목 초입에 자리한 당산 오돌 본점은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영업을 시작한다(12시). 요즘 유행하는 고깃집들의 눈길을 끄는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다. 간결하고 단순한, 꾸밈새의 수수함이 오히려 더 눈길을 끈다. 10여 개의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의 본점으로서는 조금 남루하게도 보일 수도 있다. 초빼이의 눈엔 그래서 오히려 더 신뢰감 있게 보인다. 외형보다 내실에 더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함께 이곳을 찾기로 한 일행은 퇴근 후 만나기로 하여 6시로 약속을 잡았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근처 카페에 앉아 매장을 보고 있었는데 6시 이전에 만원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매장으로 갔더니 제일 구석의 가장 불편한 자리 하나만 남아 있었다. 6시가 되기도 전에 만석에 웨이팅이라니. "역시 본점은 다르구나!"라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본점의 오래된 베테랑 직원들의 손님에 대한 응대였다. 오래 근무하신 직원들의 연륜과 관록이 자연스럽게 빛을 발하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손님에게 말하는 단어 하나도 달랐고, 일행이 도착하지 않은 손님에게는 부담 갖지 않고 기다릴 수 있게 배려하는 말들도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유흥가와는 조금 떨어진 주택가 입구의 고깃집이라 조금은 어둡고 허름한 부분도 있었지만 직원들의 서비스가 모든 불편함을 가려주었다.
이 집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인 꼬들살을 먼저 주문했다. 윤기가 반지르르한 고기가 접시에 담겨 나온다. 집 근처의 분점에서 나오는 고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가맹점에서는 생고기의 형태로 나오는데 본점에서는 고기의 상태로 보니 냉동 후 해동한 것으로 보인다(생고기가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마도 하루에 소모하는 고기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고기를 한꺼번에 납품받아 냉동고에 보관하면서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 듯하다. 저온 숙성은 일반적으로 5도 이하에서 장기간 숙성하는 것으로 고기의 풍미나 맛이 좋아지지만 숙성의 기간이 길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한 고기를 해동하는 과정도 주의하지 않으면 고기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올리자마자 굉장히 고소한 육향이 솟아오른다. 고기(꼬들살)가 익을 시간즈음, 일행이 도착했다. 꼬들살은 원래는 뒷목살이라 부르는 부위로 돼지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그리 많지 않은 부분. 여름 햇살에 뜨겁게 달궈진 몸을 시원한 소맥 한 잔으로 어르고 달랜다. 일행에게는 일단 먼저 먹고 이야기하자고 권했다. 말없는 5~6분이 흘렀다. 테이블 위를 오가는 말은 없었지만 젓가락과 부딪치는 맥주잔만이 오갔다. 큰 숨을 내뱉으며 말 한마디를 풀어냈다. "요즘 회사생활은 어때?"라는 질문 하나에 수십 마디의 답변이 날아온다. 냉동된 고기를 시간을 두고 해동하는 것처럼, 천천히 하나씩 풀어 나간다.
분점에서도 개별 메뉴를 주문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트 메뉴를 주문한다. 하지만 본점에서는 개별 메뉴를 주문하는 편이 좀 더 편하다.(세트 메뉴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 편이 훨씬 더 이 집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가브리살을 주문했다. 지방이 살짝 덮여, 살코기 사이로 마블링이 가늘게 스며들어 있는 모습이 참 곱다. 비주얼에서부터 이미 맛은 결정되었다. 가브리살 또한 놓치면 아쉬운 메뉴이다. 도대체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고깃집이 이런 좋은 고기를 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본점을 꼭 가보라는 친구의 권유가 다시 한번 떠 오른다. 동시에 본점을 한번 찾아보고 싶다는 초빼이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니 본점도 숯이 나쁘지 않다. 사실 숯은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숯이 더 좋았다.(두 번째 사진은 본점의 숯, 세 번째 사진은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숯이다.) 얼마나 강한 열원에 고기를 올리는가가 고기의 맛과 식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 게다가 이 집의 대표 메뉴인 꼬들살(뒷머리살) 부위는 조직이 워낙 단단해 강한 열원에서 구워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는 부위이니 숯을 선택하는 과정 하나하나에도 오랜 연구의 흔적이 보인다.
이런 불에 올리는 껍데기도 좋겠다 싶어 돼지 껍데기도 추가로 주문한다. 당산 오돌 본점의 껍데기는 굉장히 두텁다. 다른 집들의 껍데기가 마치 여름의 홑이불 같다면 당산 온돌의 껍데기는 겨울에 덮는 두터운 솜이불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다른 고깃집의 껍데기와 비교하면 두 배 정도의 두께라고 할까? 껍데기가 두터울수록 껍질 부분의 쫀득한 식감과 껍질 아래 부분의 부드러운 식감이 극명하게 비교되어 씹는 맛이 더하다. "이래야 진짜 껍데기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소의 경우 껍질 밑부분을 따로 발라내 '수구레'라고 부르며, 경상도 지역에서는 국밥의 재료로 쓰지만 돼지는 껍질과 함께 발라내 구이나 무침 또는 편육의 형태로 먹는다.
남자 두 명이 앉아 무려 6인분의 고기와 껍데기를 먹었으니 그 맛에 대해 첨언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들은 본점과 가맹점의 음식 퀄리티 차이가 꽤 많이 나는 편인데, 당산 오돌의 경우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고기나 껍데기의 맛과 퀄리티는 본점이 조금 더 좋았고, 매장의 환경이나 숯 그리고 메뉴 구성은 오히려 가맹점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의 서비스는 본점과 가맹점 모두 마음에 들었다. 10여 개 정도의 가맹점을 유지하는 것이 어쩌면 영업을 등한시한 것이 아닌, 작지만 강한 매장들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당산 오돌 본점을 방문해 보니 요식업 프랜차이즈들의 본점만 찾아다니면서 글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역사는 조금 짧지만 이곳도 노포의 반열에 들어 오랫동안 영업을 지속해 나가시길 기원한다.
* 참고 1. 술기운이 올라 본점의 돼지껍데기 사진은 찍지 못했다. 본문에 나오는 사진은 송도점의 사진이다.
[메뉴추천]
1. 2인 이상 방문 시 : 꼬들살 + 가브리살 + 돼지 껍데기 + 소주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전용 주차장 있음. 매장 앞 3~4대 주차 가능. 인근 골목길에 주차는 조금 힘들어 보임.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함. 영등포구청 공용주차장이 가장 가깝다.
2. 화~일 12:00~22:00 / 월요일 정기휴무 / 라스트 오더 21:15
3. 참고
- 평일 6시 전에 만석과 웨이팅이 걸린다. 조금 편하고 좋은 자리를 원한다면 5시 30분 정도에 방문하는
것을 권장
- 꼬들살(덜미살, 뒷머리살), 가브리살(목살과 등심을 연결하는 부위)은 돼지고기의 특수부위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이니 꼭 드셔보실 것. 돼지껍데기도 강력 추천한다.
4. 여행 및 관광 정보
- 인근노포 : 대한옥, 부일숯불갈비, 서궁, 이조보쌈, 송죽장, 은진포차, 여일분식, 함흥냉면, 삼거리먼지막
순대국, 태양생고기, 대문점, 진주집, 화목순대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