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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암환자라니, 너무도 힘들었고, 슬펐고, 무서웠다.

힐링미 암환우 수기

by 힐링미
ⓒunsplash
그것이 암과의 첫 만남이었다.

즐거운 저녁 시간 10살 아들과 간지럼피며 놀다가 아들 어깨가 가슴에 부딪혔는데,

어딘가 기분 나쁜 통증에 가슴을 더듬더듬 만져보니 구슬만 한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그것이 암과의 첫 만남이었다.


결과를 듣고는 3일 정도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이 있기에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과 수술 전에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며 보냈다.

늘 일이 바빠서 아이들을 돌보는데 서툴렀던 남편과 아이들 걱정에 집안일과 대청소에 정리를 매일 같이 하며 수술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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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전절제에 복부복원으로 13시간 정도로 오래 걸렸다.

수술 후 회복 시기까지 집보다는 요양 병원이 좋을 것 같아 바로 요양병원으로 입원을 해서는

첫날 어찌나 울었는지 진짜 암환자가 되었구나를 실감한 날이기도 했다.

내가 암환자라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인정하기 힘들었고, 슬펐고, 무서웠고, 외로움이 몰려왔었다.

너무나 낯선 환경이었지만 그곳은 내 인생을 바꾸어놓은 곳이기도 했다.


암환자가 되고 나니 인간관계에 변화도 많았다.

친했던 친구 몇몇과는 관계가 정리되는 어려움도 생겼고,

생각지도 못했던 지인들의 걱정과 배려에 감사함도 느꼈고,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잠깐만 지내다 집에 가야지 생각했지만 나는 모든 표준 치료를 끝내고 퇴원하게 되었다.




athira-adhi-NrbfEMEOOcw-unsplash.jpg ⓒunsplash

첫 항암 후, 온몸이 너무 아파서 십 분 이상 잠을 못 자고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같은 병동 언니들이 도와주고, 배려해줘서 첫 항암도 무사히 끝내고,

머리를 밀러 가는 것도 같은 병실 언니와 함께했고,

변비로 화장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도 문밖에서 힘내라며 함께해 준 언니들 ㅋㅋ


일반 사람들은 요양 병원에서 암환자들만 지내는 모습이 매우 슬프고 절망적일 거라 생각하던데,

사실 항암 기간이 아니면 서로 이야기하며 웃고 즐거웠던 시간들이 더 많았다.

대부분 주부의 삶을 살다가 아프긴 하지만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새로웠다.


똑같은 실내복을 사서 입고, 똑같은 모자들을 사서 쓰고, 빡빡이 머리로 사진들도 많이 찍고,

눈 오면 병원 옥상에서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함께 보내다 보니

그 누구보다도 끈끈한 사이들이 되어서 퇴원할 땐 눈물 한 바가지씩 흘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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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표준 치료가 끝난 후 무슨 용기였는지 홀로 제주도의 요양 병원으로 입원했다.

처음에는 일상으로 바로 못 돌아가고 또다시 입원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웠지만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체력을 올리는데 너무 큰 도움이 되었다.

항암 후에 근육이 빠져서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었는데,

제주도에서 매일 같이 오름도 오르고, 곶자왈과 숲에서의 명상의 시간들도

다시금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온전히 홀로 제주에서 나만을 생각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은 평생을 두고도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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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1년 반이 지났다.

지금도 서울과 제주도에서 만났던 언니들과는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며 지내고 있다.

암환자가 되었다는 것 자체는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 줬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감사함을 배웠다.

만약 우리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면 놓치면서 살았을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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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되고 난 후 식습관도 생활 습관도 많이 변했다.

가끔 먹는 음식에 유혹도 있지만 참아 보면서 혼자 다짐한다.

나 때문에 힘들었을 신랑과 아이들과 내 부모님을 생각하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두 번은 이렇게 살지 말자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운동을 멈출 수 없게 나는 바뀌고 있다.

요즘은 열심히 수영을 배우고, 골프도 친다.

항암 하며 너무 아플 때엔 집에 가서 일상을 어떻게 지내나 걱정이 가득했었는데,

집에 오니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감사해졌고,

힘들면 그냥 누워서 쉬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나로 바뀌었다.




zoe-Wvbcr7KeZDE-unsplash.jpg ⓒunsplash
다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겨내실 수 있어요.


병원 대기 중에 처음 진단을 받고, 두려움에 눈물 흘리는 분들을 보면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분들에게 슬며시 다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겨내실 수 있어요.라고 말을 건네보기도 했다.


가끔은 가족들이 날 환자로 생각을 안 해주나 싶을 만큼 집안일을 혼자 할 때는

서운한 마음도 생겼다가 이렇게 엄마로, 아내로 다시 잘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bryan-garces-LJJ2d_BaaEw-unsplash.jpg ⓒunsplash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참 열심히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애썼으니까 이제 조금 쉬어가라고, 우리에게 조금 가혹하지만 암환자라는 타이틀을 준 듯하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단어이자 입에도 올리기 싫은 단어가 두 가지 있다.

그 단어 때문에 조금만 느낌이 이상해도 걱정부터 앞서고,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고 민감해진다.

언제쯤 그 두 단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들 때도 많지만,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면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보자고 다짐해 본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잘 살아보자!








*'진'님이 보내주신 힐링미 암 환우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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