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미 암환우 수기
2024년 4월 26일, 나는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현실감 없이 멍해졌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9살 아들이었다.
그 아이의 삶에 내가 어떤 영향을 줄지 막막했고,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 삶을 되짚으며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게 있어서 이런 일이 생겼나 과거를 되돌아봤다.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벌을 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나를 너무 몰랐기 때문에 병이 생긴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5월 초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PET-CT 검사를 통해 간전이까지 발견되었고, 5월 3일 로봇수술로 대장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어 4차례 항암치료를 했고, 8월 16일엔 개복하여 간절제술을 진행했다.
이후 8차례 항암을 추가로 받아 12월 말까지 총 12번의 항암치료를 마쳤다.
그 길은 쉽지 않았고, 몸은 물론 마음까지 힘든 시간이었다.
지금은 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진행 중이고, 그때마다 긴장과 두려움이 생긴다.
치료를 받으며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암을 진단받기 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싫다는 말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거절할 줄 몰랐고, 늘 참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치료를 받으며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나를 너무 오래 외면했던 시간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고,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내 삶의 우선순위는 나 자신이어야 했다.
항암치료가 계속되면서 외모는 점점 변해갔다.
그 변화에 따라 자신감이 무너졌고, 스스로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남편이 나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상상도 했지만,
그런 내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남편은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했다.
남편이 없었다면 나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의료대란은 암환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아직 남은 치료가 있는데도 혹시 제때 치료를 못 받는다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
주변 암환자들이 수술 일정이 밀리고 항암치료가 연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이 싸움이 끝이 없는 여정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은 치료 자체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치료 환경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면역치료와 식생활 개선을 병행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힐링미 앱을 통해 가까운 요양병원을 쉽게 검색하고 상담할 수 있었고,
몇 군데를 직접 방문하며 나에게 잘 맞는 병원을 찾았다.
집에서는 식사를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웠고,
친정엄마도 많이 지쳐 보이셨기에 요양병원은 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곳에서 남은 항암치료를 모두 마쳤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병을 마주하며 나는 ‘스트레스’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게 되었고, 명상이라는 방법을 접하게 되었다.
조용한 공간에서 나를 바라보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하면서
힘든 생각은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이 생겼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 경험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지금도 삶 속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깊게 호흡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던 그 순간을 떠올린다.
그러면 마음속의 고통이 조금은 작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이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감사함이 찾아온다.
또 하나의 변화는 캠핑이었다.
암 진단 이후 자연 속으로 자주 떠났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가족과 함께하는 조용한 시간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힐링이었다.
아프기 전에는 감사함을 잘 몰랐지만, 이제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는 오히려 지금이 더 행복하다.
모든 걸 지나고 나니 나는 알게 되었다. 아픈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모르고 살았던 걸 알게 해 준 이 병은 내 삶의 큰 선물이었다.
나는 이 경험을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진심으로 살아갈 용기를 안겨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경험을 ‘가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병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하고,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여정이었다.
*'정'님이 보내주신 힐링미 암 환우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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