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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시기에 찾아온, 식도암

힐링미 암환우 수기

by 힐링미 Mar 26. 2025
ⓒunsplashⓒunsplash


가장 행복한 시기에 가장 불행히도,

식도암이 찾아왔습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한 두 딸과 본인의 커리어를 찾아 조금 늦었지만 사회에서 성장 중인 아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2024년 9월이었습니다.

그러던 나날, 갑작스러운 연하곤란과 목 통증으로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이어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동네 병원에서는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으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약도 타서 한 달간 먹었지만, 식도가 부어올라 기도까지 조여오는 통에 호흡이 곤란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강이라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기에 암이라는 것이 정말로 저에게 닥칠 줄은 몰랐습니다.


오랜만에 본가에 온 큰 딸의 반강제적인 강요로 종합병원에서 내시경을 받게 되었고 식도 80%가 막혀

내시경 자체가 불가할 정도라 구두로 식도암 확률이 99%라는 진단을 처음 받았습니다.




ⓒunsplashⓒunsplash
그러나 생각보다 우리 가족들은 참으로 강했습니다.

처음 진단을 받고 막막하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했습니다.

무척 막막하기도 무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소녀 같은 아내가 가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23살 젊은 나이에 8살이나 많은 저에게 시집와서 일평생 고생만 하다 이제서야 형편이 나아졌는데 다시금 고생을 시킬까 걱정이 됐습니다.


또, 아직 시집을 보내지 못한 두 딸을 생각하니 식장에는 꼭 같이 손잡고 들어가야 되는데...

하는 걱정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우리 가족들은 참으로 강했습니다.




ⓒunsplashⓒunsplash

"아빠, 나랑 결혼식에 손잡고 들어가야 되니까 치료 열심히 받아!"

"여보, 8살이나 어린 여자 꼬셔서 결혼했으니 8년 먼저 가는 거만 허락해 줍니다! 그 이상은 안 돼!"

"아빠, 지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나중에 다 나아서 갚아~~!!"

등등 수많은 말로 저를 응원해 주고 의지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불행과 행복은 나에게 멀리 있을 때에는

서로 동떨어져 있는, 공존할 수 없는 양극단의 상황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불행과 행복은 한 끗 차이 같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unsplashⓒunsplash


이런 행복들이 모여 불행을 이겨내는 거겠지요.

항암 5회 차를 맞이한 지금, 여전히 죽조차 먹기가 힘들고 물을 목뒤로 넘길 때마다 고통스럽지만

가족들과 많은 순간을 함께 보내는 이 시간들이 또 감사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복들이 모여 불행을 이겨내는 거겠지요.

그리고 저와 우리 가족은 그 불행을 기꺼이 이겨낼 힘을 가진 사람들이라,

충분히 견뎌낼 있기에 이런 불행이 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의 고통 타인의 고난도 이제는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365일 중에 대부분을 술과 친구들과 보낸 그 세월은 지나 보내고,

이제는 소중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했습니다.

요리도 배워서 가족들에게 선보이면 다들 놀라겠지요?


마지막으로 같은 고난의 시간을 겪고 계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의 불행을 조금 더 힘내서 행복으로 하루하루 바꿔봅시다!

당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그린빈스'님의 힐링미 암 환우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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