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나도 특전사 가려고 했었는데라는 말요. 회사나 아니면 지인의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쩌다가 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런 말들이 따라붙더라고요. 사실 막상 가서 생활해 보면 별 것 아니지만 그래도 특수부대에 지원한다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하죠. 더군다나 요즘같이 정보가 많이 없던 저희 세대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요. 최초 누군가 뿌린 작은 이야기 하나가 입에서 입으로 전 달 되어 전설 같은 공포의 눈덩이로 변해 우리 앞에 와있을 때는 말이죠. 그래서 그 두려움을 이기는 사람은 지원을 하게 되고 못 이기는 사람은 마음이 있어도 결국 지원을 포기하고 말죠. 다시 말해 육체적인 능력을 떠나 정신적으로 자신의 내면과 싸워 이긴 사람은 특수부대원이 되고 반대로 자신과의 정신적인 싸움에서 진 사람은 그냥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죠. 그럼 이 말은 무엇이냐. 나도 갈려고 했는데라는 말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갔거나 안 갔거나 둘 중 하나만 있을 뿐 갈려고 했는데라는 말은 설 자리가 없다는 거죠. 지원을 해서 탈락을 했다거나 아니면 지원을 했는데 신체적으로 또는 다른 이유로 불합격해 가지 못했다면 몰라도 지원조차 하지 않고 갈려고 했었는데라고 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일 뿐이라는 거예요. 물론 이런 제 이야기가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을 너무 가혹하게 매도하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제가 근무하면서 본 여러 가지 사례 때문이에요. 저희 부대는 지원을 해서 서류, 체력, 신체검사, 소양평가등의 선발 과정을 거쳐 합격이 돼야 입대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아는 동료 중에는 무려 다섯 번이나 탈락한 후 여섯 번 끝에 결국 입대에 성공한 사람이 있어요. 또 기본 훈련 과정이 6개월인데 훈련 중 부득이한 사고로 중도 퇴교 조치를 당하고도 재 지원해 처음부터 다시 선발 과정을 거친 후 신병교육부터 다시 6개월의 훈련 거쳐 임용된 후 4년의 근무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제대한 사람도 있고요. 이런 사례들은 생각보다 많아요. 오로지 특수부대원이 되기 위한 의지로요.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지원 후 시험의 탈락이나 기타 이유가 아닌 지원도 하지 않은 채 나도 갈려고 했는데라는 말은 그들의 사례를 비춰 보면 결국 겁을 먹고 자기 자신에게 진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여담이지만 사실 저는 특전사를 제대하고 한 달 후 다시 병무청을 찾아갔어요. 다른 특수부대에 가보려고요. 하지만 지원해 놓고 막상 시험 치려니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중사까지 달고 제대한 제가 다시 저보다 어린애들한테 특전사 하사 시절처럼 하루에 세네 시간 정도 매일 밤 구타당해야 한다는 게 너무 겁나더라고요. 훈련은 어떻게든 버텨 볼 수 있겠는데 구타는 도저히 각오가 안서더라고요. 특전사에 올 때처럼 아예 몰랐으면 용감했을 텐데 그 고통을 알기에 더 무서웠던 거죠. 그래서 포기했죠. 지금 생각하면 시험을 치고 입대해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제일 후회돼요. 정신력에서 자신에게 진 거죠. 한심하게. 한 가지 웃어운건 처음입대해서 신병교육을 받기 전 교관들이 설문조사를 하면서 다른 부대 갔다 온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거든요. 그때 저는 그 교관이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제정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군대를 두 번 오겠어요. 그런데 훗날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결론은 뭐냐. 인생에서는 했거나 안 했거나의 가치만 존재할 뿐 하려고 했는데라는 비 가시적인 말은 그 누구에게도 전혀 쓸모가 없다는 거. 바로 그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