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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26. 2023

개똥 밭

몽상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아요. 힘든 세상 한 번이면 족하지요. 뭐 하러 다시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고통을 또 겪어요. 저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아이들을 보면 즐겁고 희망이 보인다고 하는데 저는 사실 아이들을 보면 어떻게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갈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어요. 아마 제가 그렇게 풍요로운 유년을 보내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전 누가 다시 태어날래라고 물으면 단연코 아니 요예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오래는 살고 싶어요. 끈질기고 악착 같이요. 이 거친 세상 가진 것도 없이 힘겹게 살았으면 오래라도 살다가야 죠. 그래야 인생이 좀 덜 억울하지 않겠어요. 돈 좀 없으면 어때요.  오래 살면 장땡이지. 물론 돈 많고 오래 살면 제일 좋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저희 동네 백억 부자 어른이 계셨거든요. 그 어른이 불치의 병에 걸리자 의사 선생한테 한 말이 뭔지 아세요. 자신이 가진 돈 다 줄 테니 나 좀 살려달라는 말이었어요. 하지만 그게 되나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 돈으로 인생을 조금도 더 살 수 없잖아요. 저는 저승사자가 언제 저를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혹여라도 찾아오면 넷플릭스 비밀번호를 알려 줄 거예요. 오징어게임부터 더 글로리 등 한국 드라마 시리즈를 보게 해서 절 데리고 가는 걸 깜빡하게요. 아마 저승사자도 넷플릭스에 한 번 빠져들면 그 유혹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는 못 할 걸요. 그럼 저는 저승사자가 드라마에 빠져 있는 사이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며 인생을 즐겨야죠. 가난하지만 긴 인생을요. 여러분. 여러분도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게. 그리고 인생을 즐기면서 현 처지에서도 최대한 재미나게 사세요. 개똥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 이승이 좋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가난하다고 슬퍼하지 말고요. 우리 오래 사는 걸로 이 힘든 세상에 제대로 복수 한 번 하자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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