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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25. 2023

잡담

저는 농촌에서 살았거든요. 농사도 지었고요. 한 번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었어요. 가을 걷이 후였죠. 점심시간에 반 아이들이 밥을 먹으려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어요. 그랬더니 햅쌀로 지은 밥이라 도시락에 담긴 밥에서 윤기가 쫙 흐르는 거예요. 전 날까지 묵은쌀로 지은 밥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죠. 밥 맛도 고소하고요. 쌀이 좋으니까 밥 맛이 확 차이가  났죠. 그래서 저는 요즘 밥을 파는 삭당들을 보면 좀 답답해요. 왜냐하면 밥이 푸석푸석하고 맛이 없는 식당들이 꽤 많거든요. 그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값싸고 질이 안 좋은 쌀을 쓰거든요. 그래서 밥 맛이 없어요. 안타깝게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식당들은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거지요.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밥 집”이라는 본질요. 식당은 웬만한 곳은 다 밥 집이에요. 그렇다 보니 밥 맛이 제일 중요한데 그들은 자꾸 그 본질을 잊어버리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쓰죠. 사실 햅쌀이나 좋은 쌀로 밥을 지으면 반찬이 시원찮아도 밥이 맛있어요. 그런데 밥 맛을 좋게 하려는 신경은 안 쓰고 반찬과 같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거예요. 원가 절감한다고 제일 먼저 쌀을 가격 싼 걸로 바꾸어 버리고 말이죠. 밥 맛이 맛있어야 하는 밥집인데 말이에요. 파스타 집에는 파스타가 밋있어야 하고 치킨 집에는 치킨이 맛있어야지 피클과 치킨 무우가 더 맛있어서야 되겠어요. 미스터 초밥 왕이라는 만화책을 보면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쌀이 생산되는 곳의 물까지 길러와 밥을 짓는 장면을 볼 수 있어요. 밥 맛을 맛있게 하려고요. 그래서 전 요즘 원가를 아끼려고 제일 먼저 저렴한 가격의 쌀로 바꿔 쓰면서 밥 맛을 떨어뜨리는 식당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밥을 파는 식당의 제 일은 뭐니 뭐니 해도 밥이 맛있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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