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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18. 2023

방귀와 달리기의 상관관계 2

잡담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실험 대상이 정해지자 이번에는 방식을 놓고 또 서로 치열하게 대립했어요. 방귀 뀔 때를 먼저 측정할 것이냐 아니면 방귀를 뀌지 않고 달릴 때를 먼저 측정할 것이냐를 놓고요. 왜냐하면 실험을 위해서는 총 두 번을 달려야 하는데 당연히 첫 번째 달릴 때보다 두 번째 달릴 때가 체력의 소진으로 기록이 더 안 좋을 것이기 때문에 말이에요. 저희들은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이거다 하는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결국 다시 한번 체육선생님께 의견을 구했지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첫 번째는 그냥 달리고 두 번째 방귀를 뀌는 게 낫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왜냐하면 만약 방귀의 효과가 있다면 체력이 떨어진 두 번째 달리기에서 첫 번째와 같은 기록이나 좀 더 나은 기록이 나오면 방귀가 달리기에 효력을 미친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겠냐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방귀를 뀌는 횟수는 10미터에 한 번씩 계산해서 10회 미만으로 하고요. 저희는 그걸 실험대상자한테 전달했어요.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냐고요. 그랬더니 친구는 걱정하지 말라며 방귀는 충분히 자신이 조절할 수 있으니 자기만 믿어 달라며 처음과 달리 적극적인 의욕을 불테우더라고요. 아마 성인영화 시청의 제안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또 선생님께서는 50미터에서 중간 랩타임도 측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좋은 생각임을 알고 담임께 50미터 지점에서 시간을 측정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러자 담임은 지금 고등학생인 너희한테 이 방귀가 중요하냐? 그 방귀가 뭐라고 이렇게 난리법석이냐. 그 방귀가 뭔데 이렇게 하루 종일 방귀타령만 하느냐. 제발 정신들 좀 차려라 이 놈 들아하며 측정해 주기를 거부했죠. 그래서 저희는 차선으로 반장이 하는 걸로 합의를 보았어요. 그리고 또 혹시 모르니 좀 더 공정을 위해 체력회복을 위해서 측정과 측정사이 시간의 간격을 30분 정도 두고 하자고도 했고요. 그렇게 실험의 모든 안이 갖추어졌지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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