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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Oct 27. 2023

삶은  계란 반 개

잡담

계란을 완전 영양식품이라고 한다죠. 반면 노른자는 성인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의 주범이라고도하고요. 뭐 완전식품이든 콜레스테롤 주범이던 그건 그렇고 옛날에는 짜장면에 삶은 계란 반쪽이 항상 올려져 나왔거든요. 저는 그 삶은 계란 반쪽 먹는 게 잘 비벼진 짜장면 먹는 것만큼이나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차츰차츰 그 계란 반쪽이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아마 우리가 짐작하다시피 물가 때문에 원가를 절감하려고 그랬을 거예요. 아무튼 그렇게 계란 반쪽이 올라오지 않게 되자 저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주문하면 음식이 나올 때까지 제 신경은 오직 짜장면에 계란 반쪽이 올려져 나올까 그렇지 않을까에만 쏠렸죠. 그래서 계란 반쪽이 없으면 두 번 다시 그 중국집을 찾지 않았고요. 사실 먹는 게 풍족한 사람들에게는 그 계란 반쪽 신경도 안 쓰겠죠. 그 계란 하나가 뭐라고요. 그런데 자취를 하며 혼자 살게 되고 돈이 없어 먹을게 빈약할 때는 그 계란 반쪽이 왜 그렇게 크게 느껴지든지요. 왠지 계란 반쪽을 먹으면 민물장어 못지않은 몸보신을 한 듯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이는 백반집에 갔을 때 뜨끈뜨끈한 계란 프라이가 하나 공깃밥에 올려져 있으면 마치 그날은 횡재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과도 같아요. 빈곤할 때는 그렇죠. 라면에 계란을 넣어 끓여 먹을 수 있느냐 아니면 계란 없이 맨 라면만 끓여 먹어야 하느냐라는 비참함. 참 계란 하나 별 것 아닌데. 그런데 그게 삶에서 어마어마한 무게로 다가올 때 우리는 현실의 무게 앞에 한 없이 나약하고 초라해지죠. 부디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저처럼 계란 반쪽에 삶의 비참함을 느끼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흰쌀밥에 따뜻한 계란 프라이 하나 해서 올려 먹어야겠어요. 여러분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혹시 집에 계란이라도 있으면 프라이든 삶든 해서 하나 드시고요. 모두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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