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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Nov 07.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98. 전쟁

며칠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라를 공식적으로 침공했습니다. 침공을 앞두고 고조되던 긴장 속에서 그래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겠지라는 믿음이 한순간에 허물어져 버린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는 폭발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건물이 파괴되며 시민들은 인접한 나라로 피난을 가는 실정이라는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인류가 탄생하고 그 인간이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끊이지 않는 학살행위입니다. 인간의 학력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지성과 이성은 그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것 같은데 왜 이 전쟁이라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나라도 요즘 대통령 후보로 나온 어느 사람이 선거 유세 중 선제타격 운운하며 전쟁에 대해 별 거부감 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참으로 답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쟁이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인가요. 전쟁이라는 실전이 무슨 컴퓨터 게임이라도 되는 것이라는 말인가요.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국토가 분단된 상태의 휴전 국가라지만 이렇게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것입니까. 그것도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은 나라가요. 그 상흔이 아직 70년도 안 돼 제대로 아물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좋게 생각해,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가 지금 휴전국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들과 자신들의 가족이 총 들고 최전선에서 싸워야 되는 상황이 되어도 저런 말을 저렇게 쉽게 입에 담을 수 있을 것인지 저는 그것이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도 전쟁터에 직접 나가 싸울 일도 없고 축적해 놓은 재산으로 안전한 후방이나 외국으로 피난 가서 생명에 지장 없이 잘 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결국 전쟁에 나가서 죽을 사람은 돈 없고 빽 없이 군에 간 젊은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이기에 그들이야 죽든 말든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그런 마음에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 말인 것입니다.



  사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저도 가끔은 전쟁을 주제로 다룬 영화를 지금까지 참 재미있게 봐 왔습니다. 마치 진짜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실감 나는 사격 장면과 호쾌한 폭발장면 등에 속이 뻥 뚫리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으며 힘겨운 결전 끝에 정의가 결국 승리하는 모습에 전율과 함께 카타르시스 또한 느낄 때도 적지 않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분히 영화라는 가상의 세계에 대함일 뿐이지 현실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지요.



   전쟁은 현실입니다. 결코 아픔도 슬픔도 직접 체험할 수 없는 두 시간짜리 가상의 영화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제 자식이 총에 맞아 죽고 포탄에 찢겨 죽고 칼에 찔려 죽어야 하는 현실인 것입니다. 제 가족이, 제 조카들이 적군에게 짐승처럼 취급당하고 성적으로 철저하게 유린당하며 또 그렇게 죽어 구덩이에 던져져야 하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노근리와 보도연맹, 홀로코스트의 아우슈비츠 가스와 킬링필드 같은 민간인 학살이 버젓이 자행되는 현실인 것이라 이 말입니다. 그것이 현실 세계의 전쟁입니다.



  그래서 전쟁을 쉽게 입에 올리는 사람에게 제안 하나 하고자 합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당신과 당신 가족들이 제일 먼저 총, 칼 들고 최전방으로 나아가서 싸우십시오. 그러면 나라를 위해서는 전쟁도 불가피하다는 당신들 말의 진정성을 제가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못 할 것이라면 그냥 닥치고 그 주둥이 닫으십시오. 전쟁이라는 말은 입에서 끄집어내지도 말고 말입니다.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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