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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Nov 25. 2023

강산에

잡담

가수 강산에를 좋아한다. 라구요와 넌 할 수 있어 그리고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까지. 그의 노래 시즌에는 나의 이십 대 시절이 닿아 있다. 94년도의 넌 할 수 있어. 교육단 시절을 끝내고 자대 생활이 시작된 시기. 힘든 훈련과 가혹한 구타가 난무하던 시절. 첫 훈련으로 한 겨울 천리행군을 하며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공포스럽고 두려웠던 그때. 마치 야생의 무리들 앞에 발가 벗겨진 채 서있는 나약한 절망감. 그때 나는 강산에를 읊조렸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시간만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제대가 다가온 98년. 나는 세 번째 천리행군을 하며 소형 라디오 레시버를 귀에 꽂고 강산에를 들었다. 걸어가다 보면 될 거라고. 어느덧 군 생활에 적응이 되어버려 전역을 해야 할지 장기를 해야 할지의 고민. 장기를 하기에는 B급 요원밖에 되지 않는 나의 능력이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전역을 하자니 이미 철저하게 군에 적응되어 버린 나의 의식과 5년여라는 사회의 공백이 두려웠고. 군복을 벗고 이곳을 벗어나 사회라는 곳에 당당히 스며들 수 있을는지의 불확실함. 그 이십 대 청춘의 복잡함에 강산에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좋아한다. 그의 기타와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권위의식 없는 소탈함과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 자유롭게 입고 나오는 그의 옷 스타일까지. 강산에의 그 모든 것이 좋다. 나의 불안했던 이십 대를 그의 노래 한 곡에 희망을 얻고 의지해 그때를 버텨 나 올 수 있어서서 그래서 그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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