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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Dec 18. 2023

은퇴자

잡담

예전에 여행프로그램이었던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자주 봤어요. 현실에서 시간과 비용문제로 직접 할 수 없는 욕구를 모니터로나마 대리만족을 한 거죠. 아무튼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 여행지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는 나이 지긋한 외국 여행객들을 인터뷰할 때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러면 자막에는 그 사람의 이름이나 현재하고 있는 일이 간략하게 적혀 나오는데 그때 의외로 “은퇴자”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해요. 은퇴자. 은퇴자라는 말은 돈벌이하던 직업의 일선에서 물러나 지금은 쉬고 있다는 뜻이 잖아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 나이 때문에 퇴직하고 지금은 특별한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저는 이 은퇴자라는 자막이 참 부럽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또는 얼마나 많은 연금이 주어지면 이렇게 은퇴해서 느긋하게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인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은퇴하고 나면 그동안 벌어놓은 수중의 여윳돈이나 아님 연금으로 이렇게 여행이 가능할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으로는 어림도 없겠죠. 그 돈으로는 국내에서의 생존 생활조차도 빠듯할 테니까요. 한마디로 은퇴자라는 말을 쓸 수가 없는 거죠. 은퇴자라는 말을 쓸려면 연금으로 넉넉한 생활이 가능해야 할 테니까요. 그런데 우리의 현실에서는 어림없잖아요. 그래서 전 이 여행프로그램에서의 은퇴자라는 말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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