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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Dec 30. 2023

점심 한 끼

잡담

점심을 먹는데 아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보았죠. 그랬더니 그 동생이 “그냥 대충 한 그릇 때웠다”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자니 그 동생이 좀 안쓰럽더라고요. 대충 한 그릇 때운다니. 이 얼마나 쓸쓸해요. 그래서 제가 그 동생에게 말을 했죠. 아무개야. 우리가 돈을 벌면서 늘 하는 말이 무엇이냐. “잘 먹고 잘 살기”위해서 아니냐. 우리는 늘 이 “잘 먹고 잘 살기”위해서라는 말을 달고 살지 않느냐. 그렇다면 이 문장을 곰곰이 곱씹어 보아라. 무슨 단어가 앞에 나와있느냐. 바로 “잘 먹고”아니냐. 그리고 그다음이 “잘 살기”이고 그만큼 우리는 무의식 중에 “잘 먹기”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너나 나나 이렇게 매일 힘겹게 노동을 하는 것이고. 그런데 왜 우리에게 매일 닥치는 이 점심을 대충 먹는 것이냐. 왜 점심은 “잘 먹고”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냐. 우리가 평생 살면서 그리고 일하면서 먹는 점심이 한 두 끼냐. 또 그 점심은 우리의 삶이 아닌 것이냐. 내가 너에게 하루 10만 원을 버는데 5만 원 6만 원짜리 점심을 먹으라고 하면 당연히 내가 미친놈이다. 하지만 7천 원과 9천 원짜리가 있으면 9천원짜리는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그것이 네가 그렇게 죽으라고 일하는 하루 너에 대한 작은 보상이 아니냐. 그러니 그 정도 선에서는 그 이천 원의 사치는 좀 부려라. 우리는 그 만한 사치 정도는 죄의식 가질 필요없이 당당하게 누릴 자격이 있다. 돈 열심히 벌어 잘 먹고 잘 살자. 물론 가족을 위해 내 한 끼 좀 덜 잘 먹어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네 몸이 건강하고 네 정신이 건강해야 더 오래 네 가족을 건사할 수 있다. 그리니 우리 점심도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포함시켜 사치 좀 부리자. 그게 우리가 죽으라고 일하며 돈을 버는 그 이유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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