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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pr 06. 2024

일체유심조

잡담

남자들이라면 그 흔히 한다는 성적표 한 번 고쳐 본 적이 없습니다. 굳이 못난 성적을 어머니께 속여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어머니는 성적이 저조하다고 저희들을 나무랐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대신 돈이 없으니 대학은 꿈도 꿀 수 없다는 말만 하셨죠. 그 덕분에 저는 학창 시절 마음껏 읽고 싶은 소설책과 만화책들을 죄책 감 없이 원 없이 읽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집의 가난은 문학적 소양과 사고의 깊이 그리고 문장을 감당해 내는 저의 튼튼한 가림막이 되어주었죠. 그래서 저는 지금도 주위 사람들의 부에 대한 기준을 대학을 나왔느냐, 돌 사진이 집에 있었느냐로  판단합니다. 저의 형재들 모두 당장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한 어린 나이의 노동으로 또 빈곤으로 대학생활은 물론 흔히 있는 돌 사진 한 장 없기 때문에 말이죠. 그게 제가 겪은 빈곤이고 이젠 가끔 술안주로 되씹는 가난입니다. 하지만 그때 쌓인 내성 때문인지 저는 지금 비록 경제적으로 그렇게 풍요롭지는 않지만 유년 시절의 그 가난은 벗어나 행복합니다. 일체유심조라. 행이던 불행이던 모두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행복하게 사세요. 돌 사진이 집에 걸려 있으면 더욱더요. 당신들이 불행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행복할 이유는 무수히 넘쳐나고요. 이유만 찾자면 얼마 던지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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