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9. 몇 살이세요?(나이)

by Zero

-정부가 현재 우리 시민이 사용하고 있는 현행 나이 제도를 만 나이로 일괄 적용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아래의 글은 여야의 정책 논리를 떠나 정부가 이러한 제도 시행을 발표하기 전 제가 이미 써놓았던 글임을 먼저 밝히는 바입니다-



저는 아직도 구구단을 제대로 다 외우지 못합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다녔던 시절에는 2학년 과정에 구구단이 있었습니다. 저는 배수의 원리로 정확하게 작동되는 구구단이라는 숫자가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그때 제가 원래 수에 약했었거니 생각했습니다.



이런 일은 중, 고등학생이 되어 체력장을 치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상 친구들보다 제 체력이 조금씩 뒤처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등학생 때의 구구단부터 중, 고등학생 때의 체력장에 이르기까지 매사에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절망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학창 시절 언제나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제 자신의 열등감으로 늘 패배의식에 빠져있었습니다. 성장기에 형성된 저의 이런 의식은 제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고요. 무슨 일을 할 때면 늘 자신감이 부족했고 마음먹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졌기 때문에 말입니다.



한 때 저는 저의 이러한 자신감 부족이 천성적으로 타고난 저의 나약한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친구들은 다 외우는 구구단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체력도 그들보다 뒤처지는 것들 모두가 제가 타고난 나약한 성격 탓일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 저의 이러한 생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동료들보다 좋은 성과를 낼 때면 제가 왜 어릴 때는 친구들보다 뭐든 조금씩 뒤쳐져야 했는가를 생각해 보고는 했습니다. 그럴 때면 그 물음의 결론은 늘 나이였습니다. 음력 1월생이다 보니 한 살 빠른 7살에 입학을 해야 했던 나이 말입니다.



물론 저의, 또래들에 비해 뒤쳐지는 이런 문제가 꼭 나이 때문이라는 객관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다분히 저의 뇌피셜일 뿐이지요. 하지만 제가 국민학교를 입학할 무렵은 음력 3월생까지는 자신보다 1살 많은 8살 애들과 같이 입학을 해야 했습니다. 즉 7살에 8살 아이들과 같은 학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는 3월 이전 생들은 어린 나이에 한 살 많은 형들과 경쟁을 했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어릴 때는 1주일, 1달도 성장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 살 많은 형들과 경쟁을 해야 했으니 그 결과가 오죽했겠습니까.



아무튼 한 살 많은 아이들과 학창 시절을 보내며 구구단이나 체력장에 좀 뒤처진 것 외에는 딱히 친구관계에 있어서는 문제가 될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면서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학번은 갔지만 나이가 다른 동기들과, 초, 중, 고등학교에서 같이 뛰어놀던 한 살 많은 친구의 사회 친구, 그리고 군대 선후배와 동기들이 얽히며 관계가 실로 복잡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를 볼 때 우리나라의 나이 체계는 참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한 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태어나는 순간 한 살이 됩니다.(미국은 태어난 다음 해 자신의 생일날 한 살이 되고 매년 자신의 생일을 기준으로 1살이 더해짐) 그리고 매해 양력 1월 1일을 기준으로 한 살이 더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1월 1일 날 태어난 아이는 364일이 지나야 두 살이 되지만 12월 31일 태어난 아이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두 살이 되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나라는 음력이라는 게 또 존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만이라는 나이의 개념을 또 이해해야 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앞서 이야기했던 내 경우처럼 음력 3월 이전 출생자들은 한 살 빨리 입학을 해야 했던 탓에 자신보다 1살 많은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남자 같은 경우 군 복무가 의무이다 보니 입대 시기에 따라 나이와 상관없이 선임과 후임, 동기가 정해져 나이에 대한 서열은 또다시 엄청 꼬여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나라가 이 나이라는 것에 얼마나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제 나이를 대상으로 앞의 상황들을 정리해 한 번 요약해 보겠습니다.



*먼저 75년 생 남자인 저의 나이는 2021년 현재 46세입니다. (같은 해 입학한 74년 생과 동창이 됨)


*한국식 나이는 45세(1살로 태어나 해가 바뀌면서 1살이 더해짐)


*연 나이 44세(현재연도-태어난 연도)


*만 나이 43세(0살로 태어나 생일이 지나면 +1살)


*그리고 군대의 뒤엉킨 선후배의 나이.



이처럼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경우 대략 5가지의 나이가 존재하게 되어버립니다. 물론 이런 우리의 나이 셈 방식이 별것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외국처럼 나이에 별로 개의치 않고 살아간다면 이런 복잡한 나이 체계라도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름 다음으로 먼저 물어보는 게 나이 아니겠습니까. 또한 몇 개월 차이로도 네가 형이니 내가 형이니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싸우기까지 하는 지경이고 말입니다.



저는 태아 상태인 엄마의 뱃속에서도 한 인간으로서의 생명을 존중하며 그 기간을 나이에 포함시키는 우라 나라의 인간애를 아주 좋게 생각합니다. (이 또한 매년 12개월이 지나야 한 살 더해지는 것에 반해 열 달 만에 한 살이 됨.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1월 달에 태어난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의 10개월과 1월 1일 나이가 바뀌는 기준으로 22개월이 되어야 2살이 되는 반면 12월에 태어난 아이는 엄마 뱃속 10개월과 1월 1일 기준인 한 달, 즉 11개월 만에 두 살이 되어버림) 그러나 나이에 엄청 민감한 정서를 가진 우리로서는 이런 복잡한 나이 체계를 따라야 한다 게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이제 우리가 나이에 좀 둔감해지던지 그게 아니면 나이 체계를 외국처럼 단순화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게 제 짧은 소견인 것입니다.


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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