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

잡담

by Zero

직장 동료가 있다. 1973년생이다. 나보다 두 살이 더 많다. 그는 경주 출신이다.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집안은 넉넉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 후 이십 대부터 각종 자영업을 하면서 고난한 생을 살다 뒤늦게 직장에 들어왔다. 그의 정치 성향은 보수다. 좀 더 강하게 표현하자면 극우성향이다. 그래서 극좌 성향인 나와 인사발령으로 함께 근무하게 된 후 정치적인 부분에서 서로 자주 부딪혔다. 그리고 우리는 크게 한 번 언쟁을 벌인 후 정치 이야기는 서로 하지 말자고 합의를 봤다.

그가 나보다 두 살 많다 보니 사회적으로 살아온 궤적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학교 생활이라던지 영화, 드라마, 음악, 패션 등 다양한 문화에 이르기까지 속칭 X 새대로서 공감되는 문화적, 사회적 정서가 엇비슷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주제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공감한다. 또한 오십이 넘다 보니 지나온 삶들을 관조하는 의식 또한 비슷하다. 그의 자리가 내 옆이라 요즘 우리들의 나이쯤되면 대충 그러하듯 인생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는 서로의 정치적 이념을 떠나 초당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런 그가 오늘 아침 출근해서 커피 한 잔 하며 나에게, 구 주임의 지난 십 대와 이십 대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그러면서 우리가 겪었던 시대의 권력과 가난이라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그 아수라의 시간을 발버둥 치며 뚫고 나온 시간들이 존경스럽고 이제는 지난 고통을 훌훌 털어 버리고 마음 편하게 세상을 살아가자고 이야기했다. 동변상련이라고 자신 또한 그러한 과정을 겪어 왔기에 자신은 나를 백분 이해한다면서. 그건 같은 아픔을 뚫고 나온 사람만이 아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공감하는척해도 백분의 일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그게 인간이라면서. 그래서 그는 오늘 아침 나에게 그런 말을 하며 자신의 나에 대한 심중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것이다. 요즘 그는 내가 군대 이야기를 하고 빈티지로 항공잠바를 구입하고 하면 이런 모습은 영락없이 보수인데라고 놀리고 나는 그가 노조 활동 하는 것에 대해 그건 영락없이 좌파 성향인데라며 농을 주고받는다. 이러듯 정치적인 성향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가끔 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의 살아온 과거를 알아주는 아픔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비록 우리가 백아와 종자기는 아니지만 인생에서 아주 좋은 사람 한 명 만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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