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36. 커피값

by Zero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처음 들어온 것은 조선말 고종 때라고 합니다. 문헌에는 고종이 양탕국(빛깔과 맛이 탕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불렸던 커피의 이름) 또는 가베(커피를 음역 한 발음)를 자주 마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기록을 종합해 보면 커피라는 음료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벌써 백 년이 넘은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 일백 년의 세월 동안 한국은 커피 소비 세계 1위인 명실상부 커피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요즘 한국은 말 그대로 커피 전성시대라고 해도 빈말이 아닙니다. 인파로 북적이는 번화가는 물론 제법 한적한 동네 곳곳에도 커피숍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제 Tv나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유럽의 노천카페나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바삐 길을 걸어가는 뉴욕의 이국적 풍경이 더는 낯선 모습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커피가 우리 삶의 일상이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종종 커피 값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는 합니다. 커피 한 잔에 소요되는 원두의 양인 원가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너무 높다면서 말입니다. 출근 후 직장인이 먹어야 하는 점심 한 끼의 값과 비교했을 때 그 가격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니 식후에 마시는 간단한 음료임을 가만했을 때 충분히 그럴만한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과연 커피값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인 것일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가 들어오기 전 예로부터 차를 즐겨 마셨으니 그중 하나인 녹차와 비교해 그 값의 높고 낮음을 한 번 판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커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로 추정됩니다. 커피나무는 더운 곳에서 잘 자라는 열대성 식물로 남위 25도와 북위 25도 사이의 고도 1000m~2000m에서 주로 자란다고 합니다. 커피나무에는 하얀 꽃이 피는데 그 꽃이 붉은 열매가 되고 그 열매의 씨앗이 그린빈이라고 부르는 생두입니다. 그리고 이 생두를 일정한 온도의 열을 가해 검게 볶은 게 우리가 최종적으로 마시는 커피의 재료인 원두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커피의 원가를 따질 때 그 원가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이렇게 로스팅해서 볶여 나온 커피의 시앗인 원두인 것입니다.



커피나무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로 고지대에서 재배됩니다. 나무가 자라는 곳이 경사가 심한 산비탈이다 보니 기계를 사용할 수 없어 순수한 사람의 노동력으로 한 알 한 알 직접 채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채취한 열매를 말려서 씨앗을 분리한 후 흠이 있는 결점두를 손으로 골라내고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 대륙과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들어오는 생두 상태로는 커피를 먹을 수 없습니다. 이것을 볶아서 원두로 만들어야 우리가 커피로 마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 생두를 원두로 만드는 로스팅 장비의 가격이 고가로 만만치 않습니다. 기술 또한 보통의 사람이 할 수 없는 전문 교육을 받은 숙련된 실력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말이죠. 또한 커피를 최종적으로 마실 수 있게 하는 장치인 에스프레소 머신 역시 로스팅 기계에 버금가는 고가이며 잘 교육되고 숙련된 바리스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커피 원가에 포함될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커피 채취와 선별의 인건비, 해외 생산품이다 보니 바다를 건너와야 되는 수입 유통과 국내 물류 유통비, 또 로스팅과 에스프레소 추출을 위한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수입 장비 구입비, 그리고 로스팅 기술자와 바리스타 양성을 위한 비싼 교육비와 시간, 그리고 부재료인 우유와 초콜릿 시럽 같은 첨가물의 재료비, 마지막으로 몫 좋은 건물에 높은 임대료와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 비용 등.



그럼 이와 같은 커피 원가 책정 과정에 비해 녹차는 어떻습니까. 먼저 녹차 또한 생산과 채취는 커피와 같이 직접 사람이 하니 별 반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유통은 해외 유통이 아닌 국내 유통이며 커피의 로스팅 과정과 비슷한 덖는 과정은 고가의 수입장비가 아닌 가마솥입니다. 그리고 추출 역시 커피처럼 고가의 추출 장비가 아닌 값싼 양은 주전자나 커피포트로 전문 찻집 외에는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별다른 첨가물 없이 티백 하나 넣어 수돗물을 끓여 부으면 끝이 납니다.



사람들은 커피 값이 비싸다고 할 때 에스프레소 추출에 필요한 원두 몇 알을 가지고 원가를 따져 다른 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게 아니냐고 성토합니다. 그러나 이런 논리로 따지자면 녹차 역시 녹찻 잎 몇 장이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생산, 유통, 추출, 첨가까지의 과정을 통틀어 봤을 때 과연 커피 값과 녹차 값 중 어느 것이 더 원가에 비해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입니까.



커피 값의 원가에 대한 논란은 커피 소비량이 높아지며 해마다 신문의 한 지면을 채웁니다. 우리는 그러한 기사를 접하며 별다른 생각 없이 기사에 나온 대로 커피 값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물론 물가 대비 커피 값이 비싸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웬만한 식당의 밥 한 그릇 값과 맞먹으니까요. 그리고 해외와 비교했을 때 이 또한 마찬가지로 생각되고요.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던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현재의 커피값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제는 우리도 일부 기자들의 원두 몇 알이라는 단순한 원가 계산에서 시작되는 커피 한 잔 값의 논란에서 물러나 우리 손에 들려지는 커피 한 잔의 생산 과정을 이해하고 원가 계산에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가져봐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그게 어쭙잖은 바리스타자격증을 가진 저의 보잘것없는 생각입니다.


2021.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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