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소한] 오늘 퇴사했습니다만(2)-눈꽃엔딩

by 지수

퇴사 당일,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가만히 회사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창 너머로 지켜보았다. 바깥세상은 고요히 내려앉고 있었다. 마지막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간의 짐을 하나씩 챙겨 나갔다. 작별 인사 따윈 없었다.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와 눈 쌓인 거리를 걸어갔다. 소복한 흰 바닥 위로 발자국이 선명히 찍혔다가, 내리는 눈으로 서서히 뒤덮였다. 그동안의 걸음은 잊혀지고, 새로운 길이 하얗게 펼쳐졌다.


어깨에 맨 짐을 다시 한번 추켜 메며, 꿋꿋이 눈 속의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잠시 걸음을 멈춰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문득 눈꽃이 돋아난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손발이 얼 정도로 시린 겨울 속에서도 꽃은 피워나고 있었다.


모든 게 끝난 것 같은 차디찬 순간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다만, 마음속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막다른 갈림길에서도 눈부시게 살아가보자.

송이송이 내리는 함박눈처럼, 희고도 따뜻하게.

겨울은 또 다른 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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