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쓴 글

by 서산

마음에는 파동이 있다. 일정 시간 잔잔한 마음도 이내 요란하게 요동치며 걷잡을 수 없이 진동하고 만다. 잔잔하던 호숫가에 작은 조약돌을 하나 던지듯 둥둥하고 퍼져가는 마음이 이내 저 끝자락까지 닿고 만다. 그건 내가 어찌할 수도 어찌할 바도 모르는 것이다.



누군갈 사랑할 때도 그렇다. 작게 시작된 마음의 파동이 누군가로 인해 크게 요동치고 곤두박질치길 반복한다.

‘ 넌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니 ‘라고 마음에게 물어도 대답해 주는 이는 없다. 그저 강하고 맹렬하게 내게 반응하기만 한다.



졸졸졸 흘러가는 물줄기를 따라가듯 작게 흘러간 마음의 물결이 모여 어느새 큰 웅덩이가 되고 , 그게 곧 호수가 되고

어느덧 바다만큼 커져있다. 바다를 보면 어딘가 쓸쓸하지만 하나가 됨을 느낀다. 작은 마음들이 모여 바다를 이룬 것만 같다.

그래서 바다를 보면 마음이 트이면서도 어딘가 슬퍼지는 이유다. 바다는 내 마음을 커다랗게 대변해 주지만 그 속은 깊어 가늠할 수 없다.


그 안에는 무수한 마음의 형태들이 조각조각 떠다니고 있고,

아직 세상에 보여주지 않은 것들도, 그러고 싶지도 않은 것이 많은 게 꼭 나와 닮아있다.

잔잔한 파도를 보면 ‘ 오늘은 내 마음이 고요한 날 ‘

거칠게 출렁이는 파도를 보면 “아 오늘은 뜨겁고 고된 날 ‘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파도의 모습 같다.



바다와 우리는 솔직하다. 영문도 없이 거세게 치는 파도에 누군가는 재밌어할 수도 혹은 두려워할 수도 있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파도처럼 휘몰아쳐도 그것과 같다.

다만 바다의 속 사정을 알 수가 없듯이 우리의 속 사정은 미처 다 알 수가 없다. 모두 저마다의 파동과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난 그저 알려고 하기보단 지켜보는 걸 택했다.

겉으로 그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어쩌면 대단한 일이다.



슬픔과 사랑이 깊은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너의 마음은 바다와 같아 , 겉보기엔 찬란하고 아름답지만 그 깊이가 매우 깊어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잔잔한 모습과 칠흑 같은 모습 안에 얼마나 수많은 흔적이 떠다닐지 내가 감히 알 수가 없다.


감추고 싶은 너의 사랑과 슬픔에 이제 그저 자연처럼, 바다처럼 바라봄을 택하기로 했다

넘치게 눌러 담은 너의 마음들에 여러 생명체가 여전히 살아 숨 쉬도록 너무 차지도, 뜨겁지도 않기를 바라본다.

당신의 안에는 여전히 순수한 것들이 살아 헤엄치고 있으니, 많은 게 죽고 소멸해도 이내 새로운 것들이 태어날 것이니.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도 슬퍼하지도 말기를 바란다.


겨울엔 유난히도 바다가 차게 느껴진다. 그게 내가 겨울을 슬프게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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