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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Oct 02. 2023

취미를 찾았고 취미를 즐긴다.

취미는 흥미롭다.

나를 알수록 느끼는 사실은 생각보다 잔잔한 사람이란 거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같은 밥집을 3년 넘게 다녀도 불평 없으며 새로운 걸 찾기보다는 익숙한 게 좋은 정적인 사람이다.


어릴 때 많이 돌아다녀서 그럴까? 인생에 총량의 법칙들이 있다는데 나는 그것을 ‘지랄총량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그런 돌아다님의 지랄총량을 채웠기에 꼭 가야 하는 곳이 아닌 이상 집 밖 나가길 싫어한다. 목적이 있어야만 나간다.

연식이 들어가면서 체력이 약해진 탓도 있겠지만 최대한 내 몸을 사리게 된다.


집순이가 되고 보니 집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취미들을 좋아하게 된다. 식물과 물고기는 내 사주에 부족한 물을 채우기 위해 키우게 되었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 중에서도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출근하면서 눈인사하고 퇴근하면서 반겨주는 존재가 물고기라니. 나는 열대어물고기 종류인 하프문 베타를 키우고 있다. 꼬리지느러미가 드레스를 입은 듯한 지적인 느낌의 물고기인데 성격 있는 종이라서 한 마리만 키워야 했다. 여러 마리였으면 힘들었을 텐데 한 마리라서 다행이다. 청소하는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작은 물고기의 눈을 보고 있으면 묘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우리 가족들을 알아보는지 아가미를 살짝 펼치며 나를 향해 눈을 마주쳐주며 달려온다. 나의 눈을 쳐다보려는 물고기의 의지도 그렇고 손만 보면 밥 주는 줄 알고 따라다니는 눈길에서 똑똑함을 느낄 수 있다.


물을 갈아줄 때는 어항을 옮길 때부터 예민해지며 사력을 다해 물고기 뜰채를 피다. 좋은 물로 바꿔준다는데 소통이 안 되니 설명해 줄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가족의 일원인데 함께하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키운 지 8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사료는 4분의 1도 못 먹은 느낌이다. 그래서 물고기에게 늘 해주는 말이 있다.


“네 생애 이 사료는 다 먹고 죽을 수 있을까?”


처음 물고기 어항엔 자갈과 수초와 정화기까지 풀세트였다. 그런데 청소하기가 너무 번거로운 거다. 베카물고기는 물고기침대라는 잎만 잘 붙여주면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것은 그 침대에 잘 있기 때문이다. 베타의 드레스 같은 큰 지느러미 때문에 그 위에 기대며 쉬는 것 같았다.


2주일마다 갈아주던 어항물을 조금 넘기게 되면서 물고기 상태가 좋지 않은 걸 느꼈다. 자갈에 묻혀 물고기 똥도 제대로 치워주지 못하니 자갈도 더러워졌다.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물고기와 침대 물만 빼고 다 버렸다. 덕분에 3일마다 물을 갈아줘야 하고 물고기 똥은 보이는 데로 스포이드로 치워 주는 수고가 늘었지만 어항의 물은 늘 깨끗했고 청소하기도 쉬웠다.


자갈과 장식수초들이 있을 때는 물고기보다 어항자체의 화려함이 컸었는데 지금은 물고기만 보인다. 더 단순해졌다. 이 단순한 게 나와 더 잘 맞는 것 같다.        


식물도 토마토, 바질, 상추키트를 구매해서 아파트 베란다에 키웠는데 세 가지 다 성공하여 식탁에 올릴 수 있었다. 아파트 12층에서 키우다 보니 노지에서 자라는 식물의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식물의 씨앗에서부터 새싹이 되어 자라는 과정은 보는 내내 신기했다. 매일 식물에게 들이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재미가 있었다. 식물이건 사람이건 무엇이든지 정성이 필요하다 느낀다. 이런 생각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계속 내게 필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식물 키우기는 SNS에 올리고자 시작하게 되었다.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만들면서 영상을 찍어 편집하여 채널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만들기 종류는 영상을 찍을 때부터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편집할 때까지 할 일이 많다. 아이들의 유행템을 주제로 영상을 찍고 있을 때는 내가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상을 올리기 위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가 없었다.


9시간 매장에서 일하면서 있는 경우가 많은 나에게 퇴근 후 집에서 취미 삼아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머리도 써야 하고 몸도 움직여야 하니 꾸준히 하기가 어려웠다.


매장에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일하면 월급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이을까? 내 만족이며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 할 수 있었던 취미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취미생활이 미래의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피드백도 없고 동력도 없는 상태가 고민스러웠다.


글을 쓰면서 알았다. 이렇게 나를 혹사하면서까지 하는 게 취미생활은 아니라고. 지금은 고민했던 취미생활은 하지 않지만 찍어놓은 영상과 스토리가 있어 언제든 시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동안 올린 영상은 열심히 살아간 나의 흔적이기에 나를 칭찬해 주고 싶을 때 한 번씩 본다. 힘들다고 퍼질러 있지도 않고 열심히 살아서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해준다.

글쓰기 전 나의 취미생활이었다.

   

집에서 키우는 수중식물은 물에서 키우는 식물로  화분에 흙이 없어 관리하기 좋다. 흙이 있는 화분은 무겁기도 하고 키우다가도 쓰레기봉투에 버려지는 일이 종종 있어왔기에 우리 집에 맞지 않았다. 식물도 나와 맞는 것을 키우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식물을 주고 싶어서 큰아들 방에는 스킨답서스, 작은아들 방에는 나한송 거실에는 행운목과 테이블야자, 싱고니움을 키다.


 종류가 너무 많아지면 나도 힘들어지는 걸 알기에 5가지 정도만 키우는데 8개월째 잘 자라고 있다. 매일 물도 뿌려주고 일주일마다 물을 갈아주며 인사해 주는 정성을 들이고 있다. 거실의 한자리를 차지하며 초록색의 싱그러움을 눈 속에 넣어주는데 키울만하다.


식물을 키우고 잘 자라다 보니 욕심이 생기는 거다. 나중에 전원생활을 하게 되거나 아파트에 살더라도 나의 밭을 갖고 싶다고. 아이들에게 말하면서 부탁했다. 나중에 엄마가 밭을 갖고 싶다 하든 제일 작은 걸로 구해달라고. 너무 크면 밭에서 살다가 거기서 묻히니까 아주 작은 걸로 구해주고 적당히 하라고 말해달라 했다.


큰아들은 엄마가 말을 듣겠냐며 벌써부터 아니라지만 식물이 많은 방에 내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초록색깔과 잔잔한 향기를 뿜어내는 식물더미에서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낮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을까?    


요즘 챙겨보려는 영화장르가 예전과 다르다. 잔잔한 영화를 보려 하고 로맨스영화들을 챙겨보려 한다. 내 안에 그런 면들이 부족하기에 마음사탕을 심으려는 의도다. 사탕처럼 달콤해야 달달한 글들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세계평화를 위해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물, 아이언맨의 마블영화, 마법의 해리포터시리즈, 쿵후판다 같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아주 씩씩하고 마법의 판타지가 있는 꿈속의 세계를 그린 신비로운 세계를 좋아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봤던 영화들을 좋아하는 나는 생각보다 정신연령이 낮지 않나 싶다.

내 안에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순수함과 용맹함이 좋고 상상력이 풍부한 시각들이 좋았다. 1986년 김청기 감독의 영화 우뢰매 시리즈를 극장에서 보기 위해 심부름을 많이 했던 초등학생 때의 내가 생각난다.

그 영향인지 초등학교 때 자주 꿨던 꿈도 하늘을 날아다니며 손에서 장풍이 나가는 꿈이었다. 아들들과 잘 통하는 게 이런 영화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세상을 너무 씩씩하게만 살아가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힘주어서 살아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데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힘을 썼다. 힘을 빼고 천천히 살아가야 할 사람이 급하게 빨리 가려고 힘을 끌어다 쓰니 자주 녹초가 되곤 했다. 나는 내가 자주 지치는 것이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정신력이 약하니 꾸준히 이어나가는 힘이 약한 거라고 나를 다그쳤다. 이것저것 해보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으면 되는데 실패하는 게 싫어서 물고 늘어지다가 자빠졌었다.


취미생활도 먼 미래일까지 생각해 가며 심각하게 해 가니 빨리 포기했다. 어리석었고 경험부족했다. 실패해도 남 눈치 볼 것 없이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아는데도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그런데 늘 슈퍼히어로처럼 굴려했다.

무슨 일이든 주어지면 열과 성을 다했다. 봉사도 너무 열심히 해서 오래 할 수 없었다. 에너지총량을 초반에 쏟아부어 힘이 빠진 무력한 나를 보며 힘들어했다.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어디서나 똑 부러져 보이는 모습과 성격에서 그리 보일 수는 있지만 내 속엔 아직도 초등학생 5학년 수준의 아이가 있었다.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과 내 속의 모습은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남들이 보는 시선에 맞추며 살아가는 삶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은 내 속의 나를 몰랐을 때의 일이다.


하나씩 경험해 가며 온전한 나와 소통하며 같은 호흡으로 행동할 때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그리고 나에게 계속 이야기해 준다.


'슈퍼히어로는 영화에만 나온단다.

현실에서는 달팽이처럼 살아도 돼!'

    

생각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고 했다.

나의 생각이 바뀌면서 내 취미생활들도 달라졌다.

그렇게 내 삶도 천천히 바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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