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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May 20. 2024

집돌이, 집순이

외출도 괜찮은데 집이 좋다.

오후에는 집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아침 일찍 약속을 잡거나 일을 보는 편인데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아 일처리가 빠르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아침에 몸을 움직이다 보면 부지런해지며 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 보니 외출 후 오후 3시만 되면 집 생각이 간절해진다. 해가 바뀔수록 심해지니 집과 내가 줄로 연결됐다는 생각이 든다.


생일 때 아이들과 점심을 먹으로 나간 적이 있었다. 두 아들도 타고난 집돌이들이라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다. 막상 나가면 즐거워 하지만 집 밖을 나가기 위한 준비과정과 마음을 귀찮아한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같이 외출하기 힘들다는 말도 된다. 내 생일이 아니었다면 아들과의 외출도 없었을 것이다.


복잡한 시내보다 한적한 야외를 다니며 굴구이를 먹다 집에 필요한 약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고 약 사러 가야겠는데."

"그래요? 근처에 약국 없어요? 멀리 가기 싫은데."

"그렇지? 학교 근처에 약국이 있을 거니까 찾아보자."


약국에서 약을 사고 가까운 빵집도 들렀다. 빵을 고르면서도

"엄마! 빨리 집에 가요."

"인마! 나도 가고 싶다. 그래도 내 케이크는 사야 되지 않겠니?"


집을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이 같아서 다행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아들과의 외출이 짧아서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와~ 집이다. 집이 제일 좋아."

"나도!"

"나도!"

이런 집돌이들.




집돌이 집순이



집이 나를 묶은 건지

내가 집을 묶은 건지

밖에만 나갔다 하면 용수철처럼

집으로 튀어 들어가고 싶어진다


줄이 짧은 건지

짧게 묶은 건지

가까이 나가도

저 멀리 나가도

집으로 튀어 들어가고 싶어진다


많은 이가 북적거리는 곳

머리가 아파지면서

목적을 던져버리고

집으로 튀어 들어가고 싶어진다


평화롭고 그리운 줄

퍼질러도 괜찮은 줄

시원하고 따뜻한 줄

맘대로 할 수 있는 줄


공간이 내가 되고

내가 공간이 되는

집돌이 집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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