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토요일 저녁 5시. 큰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저녁 7시부터 유튜브 청춘 D-Live로 생방송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뜬금없는 공연이라니 갑작스러운 카톡이반가웠다.
유튜브를 열어 검색창을 두드리니 7시부터 공연한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아들이 나오는 영상을 녹화하려 미리 핸드폰 화면 기능을 연습하고 시간 맞춰 집안일을 마무리했다. 공연 시작 5분 전. TV화면을 유튜브 채널에 고정시키고 핸드폰을 켠 채거실을 서성거렸다.
청춘 D-Live 콘서트는 대전 우리들 공원에서 지역의 청춘 음악인들을 위해 열리는 콘서트였다. KBS 대전과 함께하며 가수 임지안과 래퍼 타임피버도 나오니 생각보다 큰 무대였다. 대전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이 무대를 채우고 그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천장에 붙은 커다랗고 하얀 프레임 지붕아래 기타, 드럼, 피아노, 보컬까지 한 조가 되어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생의 무대가 펼쳐졌다. 총 4팀이 참가했고 아들의 순서는 두 번째였다. 어떤 노래로 무대에 오르고 몇 곡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대를 지켜보는 건 초조했다.
드디어 아들 차례가됐다. 즉시 핸드폰 화면에 녹화기능을 누르고 아들이 나온 TV 화면을 주시했다. 단 한 곡에 그것도 듀엣곡인 노래는 아이유의 'Love poem'였다. 이제껏 보지 못한 차분한 실루엣과 목소리. 애잔함을 풍기는 화면 속 모습이 내 아들인가를 의심케 했다. 작은 액정 화면만 보다 TV로 아들의 얼굴을 보니 떨렸던 것일까? 조명을 받으며 두 명의 아들이 합쳐져 선명해지는 모습은 내 눈과 마음을 뽀얗게 만들어줬다.
청춘 D-Live 콘서트는 대전 대학생들의 훌륭한 무대였다. 개인적으로 아들의 무대가 짧았고 노래 외에는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아들을 TV화면으로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오늘 공연소식을 알았다면 당장에 달려갔을 텐데 그러지 마시라고 2시간 전에 알려줬을 테다. 이렇게 보게 된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음악을 시작해 이제 3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 던져진 아들의 무대들. 생각보다 큰 무대에 겁도 없이 서봤으니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소리로 공간을 채우고 관객의 호응을 받아보는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고 앞으로의 개선점을 찾아 노력해야 할 점이 보이는 것이니 말이다.
거제에서 열린 무대에 마룬 5의 'Sunday morning'을 부른 뒤 기분이 좋아진 아들의 말이 생각난다.
"여기는 다른 곳보다 관객호응도가 좋아요. 앞으로 신나는 노래를 몇 개 준비하고 자작곡도 만들어서 선보이고 싶네요."
"그래? 재미있었어? 그럼 다른 곳에서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지?"
"예. 그래야지요."
의외였다. 시작점이 늦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능력치를 작게 여겨 늘 수동적인 자세였는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능동적이 돼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기분 좋은 발전이자 기다렸던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전 공연에서 아들의 노래는 의외였다. 아마 아들의 색깔보다 밴드의 색깔에 맞춘 듯한 노래 선곡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이럴 때 자신의 능동성이 발휘되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아쉬움을 안고 아들과 통화하면서 듣게 된 뒷 이야기는 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것 또한 아들의 과정이자 경험이 될 것이다. 능동적이었든 수동적이었든 좋은 무대에 섰고 멋진 장면을 만들어 냈으니 그것만으로 가슴 벅찬일이다.
생각해 보니 10월은 아들의 공연으로 인해 행복한 달이었다. 공연도 여러 개 있었고 아들 얼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조금씩 나아지고 발전하는 아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그 속도에 맞게 응원하는 엄마로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