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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Nov 25. 2024

유튜브 생방송 무대(대전 청춘 D-Live 콘서트)

듀엣곡으로 부른 Love poem(아이유)

일하는 토요일 저녁 5시. 큰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저녁 7시부터 유튜브 청춘 D-Live로 생방송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뜬금없는 공연이라니 갑작스러운 카톡이 반가웠다.


유튜브를 열어 검색창을 두드리니 7시부터 공연한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아들이 나오는 영상을 녹화하려 미리 핸드폰 화면 기능을 연습하고 시간 맞춰 집안일을 마무리했다. 공연 시작 5분 전. TV화면을 유튜브 채널에 고정시키고 핸드폰을 켠 채 거실을 서성거렸다.


청춘 D-Live 콘서트는 대전 우리들 공원에서 지역의 청춘 음악인들을 위해 열리는 콘서트였다. KBS 대전과 함께하며 가수 임지안과 래퍼 타임피버도 나오니 생각보다 큰 무대였다. 대전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이 무대를 채우고 그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천장에 붙은 커다랗고 하얀 프레임 지붕아래 기타, 드럼, 피아노, 보컬까지 한 조가 되어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생의 무대가 펼쳐졌다. 총 4팀이 참가했고 아들의 순서는 두 번째였다. 어떤 노래로 무대에 오르고 몇 곡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대를 지켜보는 건 초조했다.


드디어 아들 차례가 다. 즉시 핸드폰 화면에 녹화기능을 누르고 아들이 나온 TV 화면을 주시했다. 단 한 곡에 그것도 듀엣곡인 노래는 아이유의 'Love poem'였다. 이제껏 보지 못한 차분한 실루엣과 목소리. 애잔함을 풍기는 화면 속 모습이 내 아들인가를 의심케 했다. 작은 액정 화면만 보다 TV로 아들의 얼굴을 보니 떨렸던 것일까? 조명을 받으며 두 명의 아들이 합쳐져 선명해지는 모습은 눈과 마음을 뽀얗게 만들어줬다.


청춘 D-Live 콘서트는 대전 대학생들의 훌륭한 무대였다. 개인적으로 아들의 무대가 짧았고 노래 외에는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아들을 TV화면으로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오늘 공연소식을 알았다면 당장에 달려갔을 텐데 그러지 마시라고 2시간 전에 알려줬을 테다. 이렇게 보게 된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음악을 시작해 이제 3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 던져진 아들의 무대들. 생각보다 큰 무대에 겁도 없이 서봤으니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소리로 공간을 채우고 관객의 호응을 받아보는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값지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고 앞으로의 개선점을 찾아 노력해야 할 점이 보이는 것이니 말이다.


거제에서 열린 무대에 마룬 5의 'Sunday morning'을 부른 뒤 기분이 좋아진 아들의 말이 생각난다.

"여기는 다른 곳보다 관객호응도가 좋아요. 앞으로 신나는 노래를 몇 개 준비하고 자작곡도 만들어서 선보이고 싶네요."

"그래? 재미있었어? 그럼 다른 곳에서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지?"

"예. 그래야지요."

의외였다. 시작점이 늦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능력치를 작게 여겨 늘 수동적인 자세였는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능동적이 돼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기분 좋은 발전이자 기다렸던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전 공연에서 아들의 노래는 의외였다. 아마 아들의 색깔보다 밴드의 색깔에 맞춘 듯한 노래 선곡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이럴 때 자신의 능동성이 발휘되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아쉬움을 안고 아들과 통화하면서 듣게 된 뒷 이야기는 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것 또한 아들의 과정이자 경험이 될 것이다. 능동적이었든 수동적이었든 좋은 무대에 섰고 멋진 장면을 만들어 냈으니 그것만으로 가슴 벅찬 다.


생각해 보니 10월은 아들의 공연으로 인해 행복한 달이었다. 공연도 여러 개 있었고 아들 얼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조금씩 나아지고 발전하는 아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그 속도에 맞게 응원하는 엄마로 지내야겠다.


이제 시작인 아들의 청춘에게 좋은 기회들이 계속 주어지길 늘 기도한다.




스케치북 같은 흰색 경험

유일한 너의 용기에

너를 아는 나는

눈동자로만 응원한다


넓은 무대 유일한 사람

외롭지 않게 쏘아주는

흰색조명이 너의 친구 같다


촉촉한 뺨 위로 보이는 너의 모습

눈을 비비며 마음에 담아본다


어설퍼 보여도 좋고

기타에 손가락이 쉬어도 좋다

손에서 흔들리는 사각조명에

가슴 벅찬 시간을 경험한다


그런 풍경을 보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

희망을 그리고 미래의 힘을 키워간다

너의 무대가 시작되면서 채워지는 그림

나의 희망도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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