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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Jan 26. 2024

"손님! 고무줄로 텡가아~드릴까요?"

사투리 이야기

조용한 월요일 오후

밥을 먹고 오니 보이는 아따씨(직원의 애칭)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여전히 차분한 말투

여전한 실루엣

목을 뺀 손님과의 응대


손님에게 거울지를 드리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섰다

돌돌 말린 거울지와

손님을 번갈아 보며


"손님! 고무줄로 텡가아~드릴까요?"

("손님! 고무줄로 묶어드릴까요?")


아따~

내 귀를 의심했다

찰지고 구수한 사투리

훌륭한 리듬감에 랩 하는 줄 알았다


울그락 불그락하는 손님과 나의 얼굴

웃음을 참기가 힘들다

억누른 말투에 조심스런 손님의 한마디


"간만에 들어보는 말이군요."


동의하며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알아들으셨군요. 저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더 이상 대화가 힘들다

아까부터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여자손님과는 얼굴도 마주치지 못한다

서로 웃음을 참는 게 느껴진다

빵~터지지 않으려면 고이 보내드려야 한다

끝까지 보지 못한 손님의 얼굴!

왠지 부끄럽다


가시는 뒷모습을 느끼고

아따씨를 향한 나의 말


"손님! 고무줄로 텡가아~드릴까요?"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어

화장지 세 칸을 잡아들어

눈물을 훔쳐대며

울고 웃는다


배가 아파서

눈에도 땀이 나고

등에도 땀이 난다


그럼에도 평온하고 코믹한 아따씨

사투리의 진수를 보여주셨군요

덕분에 오늘 운동은 안 해도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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