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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Feb 09. 2024

강아지야 손 들고 가야지

어린 아들이 강아지에게 하는 잔소리

이게 뭐예요?

지나가다 너를 붙잡는 것들

궁금한 듯 쳐다본다

쳐다보며 생각한다


운전대 잡은 눈은 풍경을 향하지만

내 귀는 니 소리에 붙잡힌다


차 안에서 보던 강아지

그냥 지나가길래

잠시 멈춰준다


길을 건너는 작은 강아지

어린 눈으로 지켜보다

너의 목소리가 커진다

"강아지야~손 들고 가야지~~"


들리지 않을 너의 소리에

기발한 웃음소리만이

황당한 너의 표정에

공기로만 전해질 잔소리


어린 눈에 비친 작은 강아지

어린 눈이 길을 건너듯

어린 마음으로 강아지를 지켜봤구나


그 마음이 이쁘고

그 목소리가 이뻐서

그날의 어린 니가 생각난다

그날의 어린 니가 보고싶다




큰 아들은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엄마! 이게 뭐예요?"라고 묻는 어린 아들의 얼굴이 아직도 사진처럼 선명하다.

저 날은 차를 타고 바다에 가고 있었는데 2차선 도로에서 강아지가 지나가던 순간이었다.

속도를 멈추고 있는데 들려오는 큰아이의 다급한 목소리는

"강아지야! 손들고 가야지~~"


너무 웃겼다.

큰아들이 강아지에게 한 말이 기발하고 따뜻해서 기특했던 순간이었다.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물어보면 본인도 기억난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작은 강아지가 걱정되어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커버린 아이에게 없을 저 날의 모습이 머리 속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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