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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Apr 25. 2024

매장 내에서 갈등. 직원과의 기싸움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고 싶다.

새로운 직원을 모시는 상황에서 한 가지 이야기가 생각난다. 배송을 담당하는 남자직원의 자리는 늘 불안하다. 오래 일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문구점보다 나은 여건들을 원하는 것을 아는지라 그들을 이해한다. 그리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이 보내드린다. 그때도 1년 넘게 다니던 직원이 갑자기 그만둔 상황이었다. 일주일이나 한 달의 여유시간 없이 당장 내일부터 말이다. 며칠은 사장님이 배송을 하셨지만 직원을 빨리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말이라 조용했던 매장은 바쁘지 않았다. 사장님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셨는지 서두르지 않으셨다. 그리고 1월 2일부터 누군가가 온다는 말씀만 하셨다. 별다른 면접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아는 사람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뭔가 숨기는 것 같았고 한 명이면 충분한 인원을 두 명으로 늘린다는 말씀을 하셨다.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어 기다리고만 있었다.     


새해가 되기 전 꿈을 꿨다. 굽이진 언덕을 내려가니 평지에 돌담이 보였다. 디귿자모양의 돌담에 들어가니 갑자기 양쪽 손에 돌멩이가 잡혔다. 왼손과 오른손에 쥐어진 돌멩이는 모양과 크기가 비슷했다. 돌멩이들을 바라보며 내가 말했다.

'이 짱돌 중에 하나를 골라야겠구나.'    


1월 2일이 되자 새로운 직원 두 명이 출근했다. 예상대로 예전에 오래 다녔던 직원과 그 직원의 지인이었다. 크지 않은 키에 다부진 체형으로 보아 둘의 실루엣이 비슷했다. 꿈속에서 나왔던  두 개의 돌멩이처럼 닮은 것이다.


예전 직원은 매장일을 알아서 해주었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문구점 일에 초짜인 신참이 문제였다. 매장계산에서 중요한 포스인 컴퓨터사용을 어려워했으며 계산을 틀리는 일이 많았다. 당시 같이 일하던 여직원이 세세히 알려줘도 다음날 정산이 틀려지며 신참의 실수는 계속됐다. 일주일은 이해해도 2~3주가 된 상황에서도 같은 실수가 계속되자 여직원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계산 관련 일만이 아니었다. 배송을 가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업체에서 불편한 전화를 받기도 했다.

“배송하고 업체에서 물어보는 것들은 매장으로 전화하세요. 본인이 해결하려 하지 말고.”

30대 중반으로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신참은 모든 것을 말로 해결하려 했다. 어설픈 말들은 불편한 상황들을 낳았고 해결은 내 몫이었다.


또 계산이 틀렸다며 여직원이 말했다.

“과장님! 신참한테 몇 번을 얘기해도 못 알아들어요. 나도 모르겠으니까 과장님이 해 보세요.”

알아서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몇 번씩이나 설명을 했는데도 틀리다니 피곤해졌다.

“포스 계산법이 어려워요?”

“왜요?”

“업체관련해서 자꾸 헷갈리는 것 같은데 오늘 이 업체건 다시 보세요. 도매건은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하라고 말해줬잖아요.”

“아! 그래요?”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물어보고 하세요. 마감하면서 계산이 틀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리고 오늘 업체에서 전화 왔던데. 물건이 다르다면 매장에 전화해서 확인하라고 하면 되지 왜 자꾸 혼자 해결하려고 해요? 계속 말했지만 매장에 전화해서 확인해 보라고 말씀드리세요. 다른 말하지 말고.”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본인의 실수를 말하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담배를 피우고 왔다. 그리고 포스 앞에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와

“그럼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대들 듯이 말하며 전투적으로 물어보는 신참의 말에 기가 찼지만 없는 힘을 짜내야 했다.      


매장으로 전화드리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업체에서 요구하는 모든 상황들이 똑같지 않아요.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나서면 곤란하지요.”

“예전에 다녔던 회사 배송에서는 매뉴얼이 분명했어요.”

“예전에 다녔던 회사는 규모가 컸잖아요. 여기는 문구점입니다. 정해진 매뉴얼보다는 때마다 벌어지는 상황에서 업체와 이야기해 가며 조율이 필요한 곳이라고요. 어떻게 매번 상황이 같습니까?”

“상황이 다른 건 또 뭡니까?”

“상황이 다르지요. 본인이 알고 있는 문구용품이 적으니 상황별로 대처할 수 있는 말들도 적을 것 아니에요. 이제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인데. 물건을 먼저 아는 게 순서 아닙니까?”      


사장님과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신참은 나에게 대들었다. 체격도 있는 남자가 달려들 듯 말하면 보통의 여자들은 움찔한다. 체격차이도 있는데 공격적으로 말하면 보통 무서워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이 무섭지 않다. 신참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관리자에게 대드는 상황은 나에 대한 도전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모르겠지만 일터에서 나는 관리자다. 신참보다 무엇이든 나은 사람이어야 하고 그를 이끌어 주며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다. 대들듯 말하는 신참의 태도에서 나는 기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배우려는 자세가 없고 실수도 인정하지 않는 신참을 보며 어떤 돌멩이를 버려야 할지 확실해졌다.     


다음날 출근한 신참과 나 사이엔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은 아닌지라 냉정해져야 했다. 그리고 세게 길들여야 했다. 아침부터 술 냄새를 풍기며 매장을 돌아다는 신참에게 한마디 말도 섞지 않았다. 간단한 인사말만 한 채 ‘너 내 주위에 얼쩡거렸다 죽을 줄 알아.’하는 기운으로 일을 했다. 나에게 느껴지는 살기로 신참은 카운터로 다가오지 못했다. 강하게 나가니 약하게 구는 모습이 비굴해 보였다. 간단한 지시사항도 중저음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이 물건 챙겨서 오늘 배송하세요.”     


내게서 느껴지는 냉랭함과 살기는 신참에게 황당한 공포였나 보다. 이런 인간은 처음인 것인? 그래서인지 큰아들 같은 직원에게 신참이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과장님 원래 저래요?”(신참)

“네! 과장님 원래 저래요. 무서울 때는 기도 못 펴요.” (예전 직원)

큰아들 같은 직원에게 전화가 와서 알게 됐지만 웃음이 났다.


홀로 견뎠던 날들이 많았던 내게 조용한 기싸움은 어렵지 않다. 모든 온기를 걷어 들이고 일에만 집중하며 정확성을 추구하는 내 모습은 직원들에게 불편함 자체다. 평소에는 웃으며 장난을 치다가도 어떤 상황에서는 냉정하고 날카로우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면은 직원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 또한 그런 면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마음은 강해도 체력이 부족하니 집에만 가면 뻗는 것이 일상이지만 일을 하려면 필요하다.         


전날 대들었던 신참은 당일 저녁까지만 일했다. 술 냄새를 풍겨가며 매장을 다니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모습이 사장님의 눈에도 고울 리 없었다. 그렇게 신참과의 인연은 3주를 넘기지 못했다. 나의 꿈대로 돌멩이 하나를 선택했고 하나는 버리게 되었다.


처음이고 어색한 상황에서 서로의 대한 탐색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친해지고 알아가는 과정에 속하기에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부딪혀봐야 오래갈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서로 간에 발생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관계는 발전하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일을 하면서 생기는 갈등은 새로운 사람과의 친해짐을 위해 필요하지만 많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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