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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Jun 06. 2022

소련의 붕괴가 지정학적 재앙인 이유

예전에 내가 아는 친구도 했던 소리지만 소련 멸망은 20세기 최악의 지정학적 재앙이 맞다.


물론 난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할 생각이 없다. 애초에 내가 소련에 관심 있던 것은 스탈린 시절의 경제 모델과 군사, 공산당 정치기구 부문이지 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자가 아니며 내 정치성향 특성상 반자본주의적 성향도 있지만은 반공주의적(리버럴식 반공은 아니다) 성향도 없잖아 있다.


그럼에도 소련이 무너진 것을 지정학적 재앙이라 부르면서까지 안타까워 하는 것은 애초에 안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르바초프는 글라스노트라트로 소연방 내 민족들의 자유도 허용해주면서도 연방의 해체 자체는 찬성하지 않았다. 물론 발트 3국 같이 나가고 싶어하는 애들은 나가게 해줬겠지만 소련에 남아있고 싶어하는 공화국들 또한 많았기에 그들을 위주로 꾸려가려 했다.


그런데 이걸 파괴시킨 게 옐친이었다. 옐친은 자신이 주도권 잡은 러시아 지역의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싶어했고 8월 쿠데타 이후 고르바초프의 권력은 매우 약해졌는지라 이 틈을 타 1991년 벨로베즈스카야 조약을 맺고 독립을 원치 않는 공화국들까지 '강제로' 독립시켜 줬다.


소련 붕괴가 옛 소련 소속 공화국들에게 끼친 악영향은 매우 심하다. 그동안 억눌려있던 민족 대립이 분출하면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독립하자마자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일전을 치뤘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선 나자르바예프와 카리모프가 장기 집권하였고 타지키스탄은 아예 내전에 빠져들었다. 2022년 벌어진 카자흐스탄 사태도 소련 붕괴의 악영향으로 벌어진 사건이다. 몰도바도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독립하며 내전을 치뤘고 우크라이나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면 옐친의 의도대로 러시아는 소련의 붕괴로 이득을 봤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페레스트로이카보다 더 급진적인 대외 개방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도 전에 러시아의 산업들은 외국 투기자본과 결합한 올리가르히들에게 넘어갔고 경제는 파탄나 평균 수명까지 줄었다. 러시아 연방 내에서도 민족 분쟁이 발생해 체첸과는 두번이나 전쟁을 치루고 소련 시절 '그나마' 억눌렸던 극단적 민족주의가 급부상해 스킨헤드들이 제노포비아 범죄 저지르고 다고 있다.


서방 세계도 소련의 붕괴로 이득봤는가, 라 묻는다면 당장은 그랬을 수도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군사대국이 처참히 무너지면서 미국이 다해먹는 일극 체제가 열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 폭주가 가능해진 미국은 힘을 제어하지 않고 막 써댄 탓에 중동은 개판이 되었다. 이라크 전쟁이라는 명분 없는 침략 전쟁을 일으킬 때 러시아와 중국은 국력이 안되었기에 막을 수가 없었다.


2010년대 이후 세계의 축은 미중대결이 되었다. 트럼프는 러시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만약 소련이 존재했었다면 성장해가던 중국에 대한 견제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며 미국과 서유럽의 중국에 대한 교두보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련이 멸망 안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정치 체제는 유지한 채 변화해왔다면 러시아의 서방 세계에 대한 반감이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인들의 서방에 대한 반감은 서방과 결탁한 세력들이 소련을 해체시켜 나라를 지옥으로 만들어놓은 것에 기인하니.


미국은 소련이 무너질 때 환영했었다. 그리고 그 댓가는 러시아인들의 증오심을 생성해내서 오늘날의 사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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