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형식으로 써뒀던 것을 옮긴 거라 평소 글이랑은 차이가 있으니 유념 바람.)
1. 아마 이 작품이 의미가 깊은 것은 개봉 연도가 관동대지진 100주년일 때라 더더욱 그럴 거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규슈, 고베, 도쿄 등 과거 일본에서 대지진이 있었던 지역들을 배경으로 다루는데 특히 도쿄에서 미미즈로 지진이 예고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거라고 다이진이 경고하는 장면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상황과 겹쳐보인다.
2. 또 재미있는 건 이 작품의 주인공 스즈메가 지진으로 부모님을 잃은 애라는 거. 그것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말임. <너의 이름은>의 미츠하는 타키 인격일 때 반항아(?)였고 <날씨의 아이>의 호다카는 가출 청소년이었지만 스즈메는 아예 재해로 부모님을 잃은 애다. 어찌보면 진심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만든 캐릭터가 아닐까 추측.
3. 다이진의 변덕은 아마 언제 어디서 지진이 올 지 모르는 일본의 상황을 얘기하는 거라고 본다.
4. 스즈메가 어머니에게 받은 유품인 의자의 다리가 3개인 건 재난 이후 어머니를 잃어 가족 구성원을 잃은 아픔과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을 상징한다. 그래서 즉 다리 하나가 없는 건 슬픔과 상처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스즈메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후 재난의 원인인 미미즈를 억누르는 요석이기도 했으며 마지막에 과거의 자신에게 그 의자를 주면서 나아가는 모습은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성장하게 된 스즈메의 모습을 상징.
5. 문을 닫으며 열쇠로 잠글 때 소타와 스즈메는 무언가 주문을 외우는데 여기서 그들은 선조의 지혜를 빌린다. 사실 이거 자세히 설명하면 일본 토속 신앙인 얘기라 건너뛰고 보자면 재난으로 모인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것을 상징함. 세리자와 토모야가 소타와 스즈메를 돕는 것과 마지막에 다이진과 사다이진까지 하나가 되어 미미즈를 막는 장면은 일본인들이 지진 앞에서 싸움을 멈추고 하나가 되는 것을 상징한다.
6. 문을 닫는 것의 의미는 닫으며 잠글 때 스즈메가 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대재앙 전에 살았던 사람들을 떠올려야만 잠글 수 있는데 이게 아까 말한 토속 신앙과 연계되는 지점으로 미미즈가 재앙의 원인임과 동시에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그리움과 슬픔이 구현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7. 마지막으로 결말에서 소타도 구하면서 요석으로 미미즈를 막은 결말은 날씨의 아이와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호다카처럼 스즈메도 소타의 희생을 거부하면서도 방법을 찾아내어 다이진이 대신 희생하였는데 이는 어설픈 이기주의로 흘러간 날씨의 아이보다 더 세련되고 정리된 방법이었다. 그러면서도 세상을 구하려면 누군가의 희생은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듯 하다.
또 날씨의 아이에서는 호다카가 히나를 구한다고 세상을 내다버린 것을 무작정 옹호하며 이기주의까지도 쉴드를 쳤는데 이번 작품은 그래도 스즈메의 주변인들이 스즈메를 걱정하고 같이 세상을 구할 방법을 찾아주는 등 훨씬 더 깔끔해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진심으로 대단하다.
8. 이 작품은 결과적으로 <너의 이름은>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정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고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