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우크라이나와 서방 세계는 썩었다. 우크라이나는 콜로모이스키를 비롯한 올리가르히와 젤렌스키라는 희대의 코미디언 사이에서 운영되는 국가고 아조프 연대와 프라비 섹토르가 돈바스에서 악행을 저지른 것은 분명 전쟁의 명분이 되는 일로써 우크라이나 스스로 자멸을 초래한 원인이었다. 서방 세계 역시 이번 전쟁에서 그들의 역량은 예상 만큼 대단하지 않으며 또 그들의 사회 속 관념들은 썩어빠질 만큼 부패한 게 드러났다.
- 그렇지만 난 러시아도 이젠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본다. 프리고진이 말한 부패, 거짓말, 관료주의 늪에 빠져있기 때문인게 쿠데타 사건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바그너 그룹의 병사들은 전선의 최전방으로 가서 가장 위험한 전투에 투입되어 만단위의 희생을 치르며 아르툐모프스크를 점령했다. 이 전투가 이지움 공세에서 패배한 러시아의 체면을 세워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깊은 전투인데 이걸 이뤄낸 것은 러시아 정규군도 푸틴도 아닌 일개 용병기업으로 평가받던 바그너 그룹이었다.
- 그런 바그너 그룹을 먼저 팽한 건 러시아 정부다. 쇼이구와 게라시모프는 전선의 용사들인 바그너 그룹을 토사구팽하여 해체하려 했고 프리고진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한 것이다. 프리고진의 목적은 쿠데타를 통한 정권탈취가 아니라 이미 바그너 부대 해체,토사구팽이 결정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협상을 위한 항의성 무력시위였다. 그리고 푸틴-쇼이구는 야비하게 바그너 부대를 토사구팽하려고 했고 애초부터 그들에게 대화의 의지는 없었다.
바그너 그룹을 지지하는 러시아 시민들. 이들에 대한 지지는 러시아군에 대한 지지보다 높다.
- 푸틴은 바그너를 전쟁에서 아예 배제시킨 후에도 안드레이 트로셰프를 새 지휘관으로 지목하여 바그너의 지휘관을 교체하려 시도하거나 바그너 그룹 대원과 프리고진 사이를 갈라치기 하기 위해 프리고진은 뺀 채 바그너 대원들은 애국자라는 걸 알고 있다고 정치적 프로파간다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그너 그룹 대원들을 대상으로 새 지휘관 밑에서 계속 싸울 수 있다는 식으로 회유하는 이간질 공작은 현재까지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러는 거 보면 러시아 정부도 정규군에는 바그너를 대체할 제대로 된 공격 부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 바그너가 사실상 벨라루스로 쫓겨난 이후에도 이전에도 러시아군은 쿠퍈스크, 스바토보, 크레멘나야, 솔레다르, 아르툐모프스크, 아프데예프카, 자포로졔 등에서 공세를 감행했었다. 그러나 그들의 역량 부족으로 마을 점령에 실패하거나 작은 시골 마을 두 개 점령하는 선에서 그쳤고 전세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바그너의 존재가 그만큼 전선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이며 그들은 졸전을 거듭하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정규군에 비해 그나마 전투 다운 전투를 하던 부대였다. 내가 이거 때문에 바그너 그룹을 무조건 내다버린 러시아 정부의 행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것이며 이러한 행태의 결과로 전황은 점차 길어지고 소모만 늘어나며 시간이 갈 뿐이게 될 것이다.
- 그리고 바그너는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약속된 탄약 보급을 줄이거나 바그너의 모병을 방해하고 재계약을 빌미로 아예 해체시키려 한 것은 게라시모프와 쇼이구였고 푸틴은 이를 방조하였다. 특히 사상자가 몇 배로 늘었을 때도 러 국방부의 직무유기는 방조되어 왔으며 국방부가 헌병대를 동원해서 신병 모집을 방해하는 짓도 있었다. 오죽 했으면 아르툐모프스크를 함락했을 때 프리고진이 처음 한 말이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고 오직 우리 힘만으로 해방 시켰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을 바꾸는 전쟁 영웅 바그너 그룹이 이지움 공세 이후 악화되었던 분위기를 개선시켰음에도 그들에 대한 변변찮은 감사와 치하조차 없었다.
- 난 그래도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해 부정적이며 그들도 승리하여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되찾는게 쉽지 않으리라 본다. 근데 청소년과 장애인까지 징집하여 대포 사료로 밥주는 젤렌스키 못지 않게 푸틴이나 똥별 쇼이구, 게라시모프 같은 러시아 군부 수뇌부들 또한 자국 군인들 가지고 장난질하는 혐오스러운 행태를 하고 있는 것은 똑같다. 이제 바그너 부대는 러시아 정부가 갑자기 정신차려서 쇼이구 같은 모리배들을 쫓아내고 러시아 국방부의 예속 문제, 탄약 보충 및 신병 충원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러우전에서 찾아볼 수 없을텐데 그런 바그너 그룹의 전투력 없이 이미 무능하다고 입증된 러시아 정규군의 썩은 수뇌부로 뭘할까? 1차세계대전마냥 참호에서 무의미한 소모전이나 계속 하겠지.
- 러시아 군 수뇌부가 더욱 웃긴 것은 바그너를 그 꼴로 만들어놓고 포포프 중장, 셀리뵤로스타프 준장과 같은 최정예 지휘관들을 다 해임시키고 있는 것. 이게 나토 측의 프로파간다전에 써먹히는데 애초에 그럴 명분을 만들어준 건 러시아 수뇌부였다. 당장 이미 러시아 수뇌부는 드보르니코프나 수로비킨 같은 인재들까지 줄줄이 쫓아내던 병크를 저지른 적이 있는데 실패한 국가들이 공신에게 벌을 내리고 간신에게 상을 내린다는 가장 해서는 안될 역사적 교훈을 망각한 채 인사 정책을 개판으로 하고 있다. 진짜 뭘 믿고 저러나 싶기도 하다.
- 아르툐모프스크 전투에서 승리한 시점은 러시아가 그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였다. 저때 바그너 그룹을 앞세워 더 공격적으로 나왔더라면 분명 상당한 전과를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찼다. 이미 침공 자체는 옹호한 적이 없음에도 우크라이나보단 러시아 쪽에 유리한 듯한 자료를 인용하고 다극 체제를 얘기하여 러뽕(?) 소리 많이 들어본 나였지만 이것만큼은 까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인 입장은 변함 없지만 난 그것과 별개로 바그너 내팽개치는 것을 보면서 욕먹으가면서까지 푸틴 정권을 우크라 지지측의 비난으로부터 굳이 변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물론 앞으로도 두긴의 유라시아주의나 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전쟁으로서의 철학적 배경은 흥미로운 주제이기에 그래도 분석을 이어갈 것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