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독교 윤리는 자본주의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나?

막스 베버의 <프로텐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by 제이슨

막스 베버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원톱으로 취급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군사정권 시절 마르크스의 줄임말인 맑스와 이름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금서였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지만 막스 베버는 공산주의와는 전혀 거리가 먼 자유주의자였다. 애초에 그는 자유주의 정당인 독일 민주당에서 활동하였고 마르크스의 이론을 비판한 적이 있었다.


그러한 막스 베버의 대표작 <프로텐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는 근대적인 자유의 기원을 계몽주의가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청교도 전통에서 찾고 있다. 베버는 현세적인 금욕주의에 뿌리 깊게 내린 가운데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직된 생활 양식, 즉 개신교 윤리는 전통주의적 경제 윤리를 몰아내고 자본주의 정신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베버가 자본주의 정신의 원천을 종교에서 찾은 것은 단순히 시행착오는 아니었다. 도리어 독일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되었던 견해였다. 즉 종교적 신념은 삶 전체는 물론이고 노동 습관과 기업에 대한 접근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베버의 이러한 견해는 좀바르트에게 반박당하며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17세기 청교도 신학자들은 노동이 삶의 목적이라고 설파하였다. 리처드 백스터는 사도 바울의 말을 공리로 받아들여 일하지 않는 것은 악하며 일생 동안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행하는 노동을 하나님이 명했다고 설파했다. 또한 직업 노동은 육체의 욕망을 다스리고 삶 속에서 실제적인 신앙의 실천에도 유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노동을 통해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다 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직업 노동은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된 것이다.


즉 이 책에서 베버는 근대적인 노동 윤리와 물질적 성공에 대한 지향성에 대한 원천은 시장의 관심과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종교 영역으로부터 시작된 자본주의 정신의 기풍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16~17세기에 영국, 미국에서 활동하였던 칼뱅주의, 감리교, 침례교 등의 개신교가 지니고 있던 윤리로부터 나왔다고 말한다.


베버의 관심사는 한편으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조직적인 노동과 물질적인 성공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종교적 원천을 발견해내는 것이었고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이렇게 체계적으로 조집한 삶이 자본주의 정신의 출현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증명해냈다고 한다.


그러나 베버의 이러한 도전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예정론과 구약의 하나님관과 목회적 관심에 기반을 둔 구원의 확실성이라는 문제가 칼뱅으로부터 17세기 청교도 신앙으로 이어진 종교적 발전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지 못했다. 그래서 비판자들은 베버는 관념론자이며, 근대적인 자본주의 출현을 명해내지 못했고, 종교 교리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은 것이다.


이렇듯 사회학 저서에 있어서 <프로텐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차지하는 위치는 새롭다. 이 책은 기술의 발전만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불러왔다는 근대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더 깊게 분석을 했다는 점에서 명저이며 또 노동 윤리에 있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막스 베버가 종교 근본주의자인 것은 아니며 그는 엄연히 세속주의자였고 단지 자본주의의 출현을 분석할 때 기독교를 중심으로 파고든 것일 뿐이다.


근대 철학에 관심 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고 그렇지 않다 해도 역사학이나 사회학에 관심 있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다만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등 좀 어려운 책이라 반드시 해제부터 읽고 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keyword